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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참극이 벌어진 신림동 피자 가게 주변을 지나는 주민들은 불안한 시선으로 사건 현장을 바라봤다. 이날 사건이 발생한 가게 창문에는 가림막이 쳐져 내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그 앞으로는 노란색 ‘폴리스라인’ 테이프가 ‘X’자 형태로 붙어 있었고 경찰 차량 한 대가 문 앞을 지키고 서 있었다. 길목을 지나다니는 시민들은 “어제 사건이 난 그곳”이라며 가게를 힐끔 쳐다보거나 한동안 가게 앞에 서 있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또 이런 일이 벌어 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변을 서성이던 이곳 주민 성모(59)씨는 “신림동에 자꾸 이상한 사건이 벌어져서 무섭다”며 “자꾸 말이 오르내리면 누가 여기에 오겠느냐”고 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신림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30대 남성이 같은 건물에 사는 이웃에게 흉기를 휘두른 뒤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한 달여 만에 또다시 흉기 난동이 발생하며 지난 2023년의 상처가 다시 떠올랐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약 한 달 간격으로 신림동에서 강간 살인 사건과 묻지마 살인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곧 신림동으로 이사할 예정이라는 직장인 김모(29)씨는 “집을 이미 구해놨는데 다른 곳을 다시 알아봐야 하나 고민된다”고도 했다.
반복되는 강력 사건에 인근 상인들은 낙인이 찍힐까 걱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건 현장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 B씨는 “신림에서는 그나마 조용한 동네인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거리가 완전히 죽어 버릴까 그게 걱정”이라고 했다. 카페에서 일하는 직원 30대 김모씨도 “경찰에 구경 온 사람들이 계속 돌아다니니 분위기가 흉흉하다”며 “나 같아도 당분간 이 근처는 안 올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 지역에 사는 외국인들도 불편함을 호소했다. 온라인상에서 신림동이 외국인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는 이유로 피의자가 중국인이라는 거짓 정보가 떠돈 탓이다. 9년 전 중국에서 한국에 온 조모(53)씨는 “또 중국인이 그런 것 아니었느냐”고 기자에게 묻기도 했다. 그는 “중국인이 아니라면 다행이다”며 “이런 사건이 많이 벌어지다 보니 같은 중국인으로서도 무섭다”고 했다. 주변 가게 공사 현장에서 일을 하던 40대 중국인 B씨도 “나는 일만 하러 왔다”며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걸 어쩌겠느냐”고 체념했다.
전문가들은 실제 범죄 건수와 체감상 차이를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뇌리에 각인된 사건이 발생한 것과 실제 범죄가 자주 벌어지는 것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실제 신림동의 범죄 건수와 관계없이 계속해서 지역이 언급된다면 주민들도 불안감을 느끼고 대외적으로도 (다른 지역 주민이) 이사 가는 것을 꺼리는 등 간접 효과가 굉장히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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