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망 하나도 본사 것 써야”…프랜차이즈 갈등, 사장님들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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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망 하나도 본사 것 써야”…프랜차이즈 갈등, 사장님들의 눈물

이데일리 2025-09-04 17:34: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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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보경 기자 김현재 박원주 수습기자]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본사 임원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을 계기로 업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지적이 터져 나오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인테리어 업체를 지정하거나 특정 원·부자재 사용을 강제하면서 발생하는 비용과 손실이 고스란히 가맹점주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본사의 등쌀에 시달리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최소한의 규제나 법안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3일 서울 관악구 한 식당에서 칼부림 사건이 발생,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프랜차이즈 업계 고질적 문제, 살인 불렀나

4일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서울 관악구의 한 피자가게에서 점주인 40대 김모씨가 3명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피해자들 중 40대 남성은 본사 소속 임원, 나머지 2명은 인테리어 업체 직원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가게 인테리어 문제로 갈등이 있었다”고 진술했으나, 본사는 “어떤 점주에게도 인테리어와 리뉴얼을 강요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 사건의 이유에 대해선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를 포함한 관계자들은 가맹점 인테리어를 둘러싼 구조적 갈등이 존재한다고 입을 모았다.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이유 탓에 본사와의 갈등이 상존한다는 것이다. 보통 본사에서 여러 인테리어 업체를 지정해 주면 가맹업주가 그 가운데 한 곳을 고르게 되는데, 업체들이 정해져 있다 보니 경쟁하지 않아 시공이나 사후 관리가 부실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후에 업체가 제대로 보수를 하지 못하더라도 책임은 결국 가맹점주에게 돌아간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여기에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에 특정 상품이나 원·부자재만을 쓰도록 하면서 생기는 갈등도 다반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에 물품을 공급하고 남기는 ‘차익가맹금’을 주된 수입원으로 삼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점주들이 실질적으로 얻는 이익은 크지 않아 불만이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피자 가맹점을 10년간 운영했던 정윤기(41)씨는 “본사가 주방 세제로 특정 브랜드를 쓰라고 하는데, 다른 브랜드 세제를 주방에 두면 내용증명까지 날아오는 식”이라면서 “피망 같은 재료가 급하게 떨어지더라도 근처 마트에서 사올 수 없을 정도였다. 거의 모든 제품을 본사에서만 공급받아야 했다”고 털어놨다.

소규모 피자가게를 운영하는 황인준(69)씨도 같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본사에서 사라는 국자가 5~6개가 됐지만 실제로는 한 개면 충분했다”면서 “주방기구만 해도 100만원 어치를 샀는데 정작 쓰지 않는 게 90%나 된다”고 호소했다. 이어 “재료도 처음에는 베이컨, 햄, 치즈 정도만 사라고 했는데 지금은 핫소스까지 강매하고 있다”고 했다.

◇“본사에 다 떼주고 나면 남는 게 없어요”

국내 프랜차이즈 본사가 주요 수익원으로 삼고 있는 차액가맹금(본사가 원·부자재를 공급하면서 남기는 유통 마진)이 가맹점들의 영업이익률을 낮추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갈등을 보여주는 단적인 대목이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의 ‘외식업체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13.6%였던 프랜차이즈 업체 영업이익은 △2021년 11.8% △2022년 10.7% △2023년 12% △2024년 8.1% 등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돈까스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최규호(55)씨는 “지난해 한달 매출이 4000만원이었지만 월세와 공과금, 본사에 지급하는 비용, 인건비 등을 제하면 남는 건 230만원뿐이었다”면서 “올해는 매출이 월 300만원에 그치는 달도 있어 사실상 내 돈을 보태며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재발의되면 가맹점 점주들의 지위를 보장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이 법안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주 단체로부터 거래조건 관련 협의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반드시 응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시정조치 등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일각에서는 본점이 다른 방식으로 수익을 얻는 구조를 고민할 필요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중선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미국처럼 로열티 제도로 가야 한다고 본다”면서 “지금처럼 필수품목을 비싸게 파는 게 아니라 많이 팔면 본사에게 일정 수수료를 주는 방식으로 바뀌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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