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이 26년 만에 사회적 대화에 복귀하기로 했다. 국회가 마련한 사회적 대화에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에 이어 민주노총까지 참여하면서 앞으로 정년연장·노동시간 단축·플랫폼 노동자 등에 대한 제도적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4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전날 중앙위원회를 열어 국회 사회적 대화 참여를 공식 결정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재적 355명 중 261명이 참석해 과반을 넘는 142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번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 결정은 1999년 당시 사회적 대화 기구인 노사정위원회에서 탈퇴한 이후 26년 만에 이뤄졌다. 그간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가 사실상 정부 정책을 관철하는 수단에 불과하다며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다.
앞으로 민주노총은 대화와 투쟁을 병행하며 노동기본권 전면 보장과 사회대개혁을 위해 모든 힘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판 사회적 대화는 지난해 8월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안한 이후 수차례 실무 협의를 이어왔다. 사회적 대화란 노동계, 경영계, 정부가 모여 노동을 비롯한 각종 사회 현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현재 법적으로 인정된 사회적 대화 기구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가 유일하다. 노동계를 대표해 한국노총만이 경사노위에 참여 중이었다.
국회판 사회적 대화는 입법기관이 주도해 만든 구조인 만큼 합의안이 곧바로 법제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한국노총은 해당 협의체에 참여 의사를 밝혔는데, 여기에 민주노총까지 가세하면서 양대 노총이 함께하는 이른바 ‘완전체 사회적 대화’가 마련됐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노동시간 단축 및 제도 개선 △플랫폼 노동·AI 대응 △정년 연장 및 고령층 고용 등을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해결할 과제로 언급한 바 있다. 이번 민주노총이 참여를 선언하면서 찬반이 극명히 나뉘는 노동현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정년연장에 대한 논의는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미 자체적으로 노사가 참여하는 정년연장TF를 발족하고 3차 본위원회까지 진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의견 수렴이 어느 정도 된 상태에서 국회 사회적 대화 기구까지 본격적으로 운영될 경우 논의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민주노총의 참여를 계기로 이재명 정부가 한층 더 노동 친화적인 정책을 집중적으로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양대 노총 위원장과 취임 후 처음으로 오찬 회동을 진행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제일 큰 과제가 포용과 통합인데 노동자와 사용자 측이 정말 대화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일단 대화를 해서 오해를 풀며 있을지 모르는 적대감 등도 해소해야 한다. 진지하게 사실에 기반해서 입장 조정을 위한 토론이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이 최근 국회가 주도하는 사회적 대화 복귀를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민주노총이 중요한 결단을 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를 두고 전문가들은 26년 만에 이뤄진 의미 있는 변화라고 평가하면서도 국회, 더 나아가 정부가 노사 모두의 양보를 이끌어내고 균형 있는 정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정흥준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기존 사회적 대화에 한국노총만이 참여하면서 논의의 대표성과 무게가 다소 축소되는 한계가 있었지만 이제 양대 노총이 함께 사회적 의제를 다룰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대화가 성공하려면 어느 한쪽에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되며 노사 모두 일정 부분 양보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가 균형 있는 설계와 보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사회적 합의가 ‘친노동적’이라는 비판을 피하려면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사회 전체에 필요한 사안인지 여부를 명확히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L-ESG평가연구원 김성희 원장도 본보에 “사회적 대화가 대통령 직속 공식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사노위가 아닌 국회 차원에서 진행될 것이라는 점에서 특수성이 있다”며 “사회적 대화의 의미는 모든 쟁점 과제를 논의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정부가 정책적으로 방향을 정한 사안 가운데 효과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과제를 노사정이 함께 다루는 데 있다”고 짚었다.
이어 “즉, 사회적 합의기구의 성패는 결국 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다”며 “과거에는 사용자 쪽으로 기운 운영이 비판을 받았던 만큼 이번 대화는 균형 잡힌 조정과 세밀한 합의를 통해 사회적 신뢰를 확보할 때 비로소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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