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중국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던 북미 LFP 배터리로 ESS 공급계약을 수주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ESS로 돌파구를 찾은 이후 차례로 결실을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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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조원 규모 ESS 첫 공급 계약 따내
SK온은 미국 콜로라도주에 본사를 둔 재생에너지 기업 ‘플랫아이언 에너지 개발’(Flatiron Energy Development)과 1기가와트시(GWh)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4일 밝혔다. SK온은 이번 계약을 통해 플랫아이언이 추진하는 매사추세츠주 프로젝트에 LFP 배터리가 탑재된 컨테이너형 ESS 제품을 내년에 공급한다.
아울러 플랫아이언이 오는 2030년까지 매사추세츠주를 포함한 미국에서 추진하는 6.2GWh 규모의 프로젝트에 대한 ‘우선 협상권’(Right of First Offer)을 확보했다. 양사 협의를 통해 내년부터 4년간 최대 7.2GWh 규모의 ESS 제품을 공급한다.
플랫아이언은 2021년 설립된 대규모 ESS 개발·운영 특화 재생에너지 개발사다.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부지 확보부터 설계, 시공, 운영에 이르기까지 ESS 사업의 전 과정을 총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ESS 배터리 1GWh당 수주 규모를 3000억원으로 추정한다. SK온이 최대 7.2GWh까지 확보하게 될 경우 실제 수주 규모는 최대 2조원 내외로 추정된다.
SK온은 내년 하반기부터 ESS 전용 LFP 배터리 양산에 돌입한다. 이를 위해 미국 조지아주 SK배터리아메리카(SKBA) 공장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라인 일부를 ESS 라인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현지 생산 체계를 빠르게 구축해 고객 수요에 적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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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ESS 시장 中 독주 막은 K배터리
이번 계약은 중국 업체들이 장악한 LFP 배터리 ESS 시장에서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미국 ESS 시장에서 가격이 저렴한 LFP 배터리는 중국 업체들이 독주해왔다.
SK온은 전기차 대비 크기와 무게 제약이 적은 ESS 제품에 가격 경쟁력과 안정성이 높은 LFP 파우치 배터리를 적용한다. SK온 ESS 제품은 공간 효율성이 높은 파우치 배터리를 적재해 고전압 모듈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ESS 제품은 일정 전압 확보를 위해 랙(Rack) 단위 설계가 필요하다. SK온은 랙보다 더 작은 단위인 모듈 기반 설계로 용량을 유연하게 구성하고 확장할 수 있어 고객 맞춤형 시스템을 제공한다. 미국 현지에 ESS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갖췄다는 점 또한 수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SK온 공급 계약에 앞서 LG에너지솔루션도 테슬라로 추정되는 미국 대형 고객사와 ESS용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 ESS 시장 공략에 결실을 잇달아 맺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배터리에 제재를 가하고 있는 만큼 미국 ESS 시장 내 한국 기업들의 점유율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석희 SK온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7월 열린 ‘SK이노베이션 기업가치 제고 전략 설명회’에서 미국 ESS 시장에 적극 진출해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번 계약은 SK온이 지난해 12월 ESS 사업실을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격상해 사업 역량 강화에 나선 이후 나온 성과여서 더 주목된다.
SK온은 ESS용 LFP 배터리 생산으로 제품 라인업과 사업 포트폴리오를 한층 강화해 전기차 캐즘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최대진 SK온 ESS사업실장은 “이번 계약은 SK온이 배터리 케미스트리와 사업 포트폴리오를 동시에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첨단 배터리 기술과 현지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추가 고객사를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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