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하루 전 공시' 의무화…주유소는 한숨, 소비자는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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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하루 전 공시' 의무화…주유소는 한숨, 소비자는 미소

르데스크 2025-09-04 16:30:3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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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소비자에게 하루 전에 미리 알리는 '내일의 가격' 제도 시행을 둘러싸고 소비자와 주유소업계 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소비자들은 연료 가격을 사전에 확인해 합리적인 구매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주유소 업계는 불필요한 업무 부담과 가격 결정의 어려움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일 일부 고속도로 주유소를 대상으로 '내일의 가격'을 시범 도입한다고 밝혔다. 소비자가 석유제품 가격을 미리 확인해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한다는 취지다. 먼저 고속도로 100개 주유소에서 이달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소비자가 주유 시점을 조정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일의 가격 표시제 도입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주유소협회는 즉각 반발했다. 협회는 입장문에서 "주유소에서 전혀 주유를 해보지도 않은 사람이 만든 것은 아닌지 의심될 정도의 전형적 탁상행정의 산물이다"며 "이미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는 주유소 사업자들에게 부담만 더할 뿐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서비스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현장의 목소리도 비슷했다.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주유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종원 씨(72·남)는 "주유소 판매 가격은 싱가포르 현물가와 정유사 공급 가격에 주유소 마진을 더해 결정된다"며 "판매 가격이 일일 단위로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현재 이곳에서 판매되고 있는 휘발유의 가격은 2주 전부터 계속 1820원으로 고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이 매일 바뀌지 않는데 내일 가격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는 것은 직원들에게 불필요한 업무 부담만 주는 꼴이다"고 지적했다.

 

▲ 내일의 가격 표시제 도입에 주유소 업계는 "현장을 모르는 행정 편의주의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르데스크


또 다른 주유소 관계자인 이희호 씨(69·남)는 "주유소는 경쟁이 심해서 이윤을 많이 남길 수 없는 구조다"며 "서울 도심 주유소들은 내일의 가격 도입으로 큰 변화가 없겠지만, 경기도처럼 경쟁 주유소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이윤을 남기던 곳들은 앞으로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소비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기름값을 조금이라도 절약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경기도 시흥시에서 1톤 트럭을 운전하는 이태호 씨(38·남)는 "트럭에 기름을 가득 넣으면 약 65리터가 들어간다"며 "전날에 비해 기름이 리터당 100원만 저렴해져도 하루에 6000원, 한 달이면 18만원 가까이 절약할 수 있어 생계형 운전자로서는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혜택이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지연 씨(32·여)는 "기름이 거의 떨어지는 경우가 아니라면 저렴한 가격에 주유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유가 급하지 않다면 주유시기를 미리 계획할 수 있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유사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소비자에게 하루 전 기름값을 공지해 합리적인 구매를 유도하며, 연료 가격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서호주는 2001년부터 '퓨얼워치(FuelWatch)' 제도를 도입했다. 모든 주유소는 매일 오후 2시까지 다음 날 판매 가격을 신고해야 하며, 해당 가격은 다음 날 오전 6시부터 변동 없이 유지된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주유 시점을 미리 계획할 수 있고 예상치 못한 가격 변동으로 인한 지출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 호주 일부 지역에서는 내일의 가격과 유사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사진은 호주 시내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있는 사람의 모습. [사진=영국 가디언지 갈무리]

 

서호주 주정부는 퓨얼워치를 통해 주유소 가격을 매일 모니터링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퍼스 대도시권과 주 남서부 지역에서는 휘발유, 경유, LPG 가격이 제도 도입 이후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호주 경쟁소비자위원회(ACCC)에 따르면, 퓨엘워치 도입 이후 연료 가격은 리터 당 평균 1.9센트(약 26원) 낮아졌다.

 

현지인들은 퓨얼워치 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많은 이들이 "주유 시점을 미리 계획할 수 있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다"며 실제 생활에 체감되는 혜택을 언급했다. 특히 장거리 운전이나 상업용 차량을 운행하는 주민들은 하루 단위로 가격 변동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빅토리아주 정부도 올해 1월부터 '페어 연료 계획(Fair Fuel Plan)'을 시행했다. 주유소 연료 가격을 하루 전에 공개하고 24시간 가격을 동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를 통해 연료 가격의 투명성을 높이고 소비자의 합리적인 소비를 돕겠다는 취지다. 소비자들은 전용 앱을 통해 주변 주유소 가격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내일의 가격 제도가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지만, 한계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유소 가격을 하루 전 공시하는 제도는 소비자에게 가격 정보를 미리 제공함으로써 합리적 선택을 가능하게 하고, 연료 시장의 투명성을 높인다"면서도 "다만 국제 유가나 환율 변동과 같은 외부 요인에는 즉각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책 설계 시 주유소 운영자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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