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과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을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열고 노동·경제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이번 자리는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양대 노총 위원장이 함께한 첫 공식 대화의 장으로, 사회적 대화 복원과 노동 현안 해결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저는 기업인에게는 친노동이라고 욕먹고, 노동자들에게는 기업 편을 든다고 들릴 수도 있겠다”며 “편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잘 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산업재해나 체불임금 문제를 말하면 친노동이라고 하고, 기업인들과 만나면 노동계 소홀하다고 한다”며 “이는 기본적인 인권과 상식, 도리의 문제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노동 존중 사회와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대립 개념이 아니다”라며 “충분히 양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민주노총이 최근 국회 주도의 사회적 대화 복귀를 결정한 것을 “중요한 결단”으로 평가하며,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도 요청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정년 연장과 주 4.5일제 도입을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했다. 그는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만큼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것은 단 하루도 늦출 수 없는 과제”라며 대통령실의 각별한 관심을 당부했다.
또 “내년을 근로시간 단축의 역사적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며 “병원, 은행 등에서 노사 합의를 통해 즉시 시행 가능한 곳은 정부가 적극 독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복합 위기 극복을 위해 대통령이 경제 주체들을 모아 숙의 과정을 거친 뒤 사회적 대타협을 선언할 것도 제안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정부가 성공하려면 적폐 세력을 청산하고 사회 대개혁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양극화를 해소하려면 원천 교섭과 초기업 교섭이 필요하다”며 전면적인 노정 교섭을 제안했다.
양 위원장은 또 최근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을 비판하며 “자동차·조선·철강 같은 핵심 산업이 미국으로 빠져나가면 노동자의 일자리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페이스메이커’가 아니라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행복 메이커’가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문진영 대통령실 사회수석,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도 배석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만남을 계기로 노사정 대화 복원과 사회적 통합의 물꼬를 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민주노총이 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즉답하지 않고 “정부 주도의 사회적 대화는 기능을 상실했다”며 선을 그은 만큼, 노정 관계 복원은 쉽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포용과 통합”이 실제 제도적·정책적 성과로 이어질지, 정년 연장·주 4.5일제 등 노총이 제안한 의제들이 어떻게 구체화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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