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당국자는 4일 기자들과 만나 일본 측에 ‘불참’ 의사를 통보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당국자는 “정부는 올해 추도식이 한국인 노동자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의 아픔을 위로하는 방향으로 온전하게 개최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일본 측과 협의했다”면서 “결과적으로 핵심 쟁점에 대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결국 올해 추도식에 참석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올해도 추도식 불참을 결정한 이유는 작년에 이어 추도사 내용이 가장 컸다. 외교부 당국자도 “핵심 쟁점은 추도사 내용 중 강제성에 관한 표현에 대한 것”이라고 했다. ‘강제성’ 표현 등에 일본 측이 동의하지 않았고,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반성과 애도의 뜻을 제대로 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불참을 결정한 또 한 가지 요인은 시간으로, 남은 시간을 감안할 때 추도식 이전까지 만족할 만한 접점을 찾고 참석 준비 기간을 확보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유가족을 모시려면 상당한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현지 민간단체 등으로 구성된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 실행위원회는 올해 추도식을 13일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일본 외무성을 통해 한국 외교부에도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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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광산 추도식은 일본이 지난해 7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한국이 조선인 강제노동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반영할 것을 요구하자 한국 측의 협조를 얻기 위해 약속한 사항이다.
그러나 일본 측은 명백한 반성이나 사죄가 없는 추도식을 준비했고 한국 측과 행사 이름부터 추도사까지 큰 견해차를 보였다. 결국 지난해 11월 24일 사도시에서 열린 첫 추도식은 한국 유족과 정부 관계자들이 빠지면서 ‘반쪽짜리’ 행사가 됐다. 게다가 당시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한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의 이력도 논란이 됐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2022년 8월 15일(일본명 패전기념일) 태평양전배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한 이력이 있다.
그는 지난 해 추도사에서 조선인 노동자를 언급하며 “전쟁이라는 특수한 사회 상황 하에서라고 해도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땅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생각하면서 갱내의 위험하고 가혹한 환경에서 곤란한 노동에 종사했다”고 희생자를 기렸다. 다만 강제성에 관련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에 한국 측은 이튿날인 25일 사도광산 조선인 기숙사 터에서 별도의 추도 행사를 열었다. 정부는 올해도 별도로 현지에서 추도식을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유가족분들께는 자체 추도식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설명드렸다”며 “유가족들께서도 대체로 이해해 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정부는 여전히 사도광산 추도식이 그 취지와 성격에 합당한 모습을 갖춰 개최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면서 “앞으로 우리 측이 추도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일본 측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있기를 기대하며, 정부는 그러한 방향으로 지속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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