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국제교육 전문기관 IES(Institute for the International Education of Students)가 지난 8월 서울 광화문에 서울센터를 공식 개소하며, 국내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 IES는 1950년 설립돼 75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터디어브로드(Study Abroad) 전문기관으로 매년 1만 명 이상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에 문을 연 IES 서울센터는 광화문 일대를 전략적 거점으로 삼았다. 김규석 IES 초대 서울센터장은 “광화문은 주변에 서울역사박물관과 시립미술관이 있고 정동과 서촌이 가까워 역사·문화·관광 자원이 풍부하다.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 사회를 다각도로 경험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IES의 교육 철학과 맞닿아 있다”며 “IES는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경험을 제공함으로써 학생 성장과 발전을 지원하고, 더 나아가 이들을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공헌하는 인재로 키워내는 데 방점을 두고 있는 학습 플랫폼”이라고 밝혔다.
본지는 지난달 28일 김규석 IES 서울센터장을 만나 센터의 비전과 역할, 국내 대학과의 협력 방향을 들어봤다.
- IES 및 서울센터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IES는 미국 시카고에 본사를 둔 국제교육 전문기관으로 올해 창립 75주년을 맞이했다. 1950년 유럽에서 첫 프로그램을 시작한 뒤 아시아, 남미 등 전 세계로 확장해 현재는 19개국 30여 개 도시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센터는 코로나19 이후 한국에서 공부하려는 수요가 급격히 높아지는 가운데, 학생들에게 더 나은 학습 환경과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 8월 광화문에 문을 열었다. 2년여 동안 약 300명에 가까운 미국 대학생이 한국을 찾았고, 앞으로 그 규모를 더 확대할 계획이다.”
- IES만의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IES는 단순한 ‘유학’이 아닌 학생들의 학습(Learning)과 성장(Growth)을 중심에 둔 프로그램을 지향한다. 유엔 지속가능개발 목표(SDGs)를 IES의 프로그램에 통합하려는 노력인 Global Pillars 이니셔티브가 ‘지속 가능한 삶(Sustainable Living)’, ‘공정한 삶(Equitable Living)’, ‘인간의 복지(Human Well‑Being)’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STEM Abroad를 통해 이공계 학생들이 전공 수업과의 연계를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학습 기회를 누릴 수 있게 하려는 전략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특히 ENGAGE(Encouraging New Growth About Global Experiences)라고 불리는 IES만의 독보적인 학생 성공 프로그램이 있다. ENGAGE는 △다문화 이해와 역량 △정체성과 소속감 △학습 목표 설정 △학습 과정과 성취에 대한 성찰이라는 총 4 가지 모듈로 구성돼 있는데, 미국 대학생들이 해외에 파견되면 IES의 각 센터의 맥락에 맞게 운영되는 세션을 통해 각 국가에서의 학습 경험에 깊이를 더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학생 안전, 복지, 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삼으며, 이를 통해 학생들이 단순히 해외 체험을 넘어 글로벌 시각과 어웨어니스(awareness)를 일깨우도록 돕고 있다.”
- 트럼프 정부의 유학생 정책으로 인해 IES 서울센터에 미치는 직간접적 영향은 없나.
“IES 서울센터로 범위를 한정하자면, 미국의 최근 정책이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서울센터는 이제 본격적으로 운영된 지 1~2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있지만, 큰 맥락에서 2010년 무렵부터 본격화한 글로벌 고등교육 분야에서의 K-소프트파워의 영향력이 10~15년이 지난 지금 매우 뚜렷한 결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제가 최근 북미국제교육자협의회(NAFSA)의 CEO이신 Fanta Aw와 진행했던 웨비나에서, 지난 수년 동안 한국이 전 세계에 쌓은 유·무형 문화자산이 앞으로 20~30년 이상 장기적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이 소개됐다. 그동안 미국에 우리나라의 콘텐츠 산업이 진입해 이룩한 성과를 고려하면, 앞으로 IES 서울센터를 통해 한국을 찾는 미국 대학생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시스템의 국제적 경쟁력 상승도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미국 대학생들이 대한민국에서 경험하려는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양질의 교육과 학습 환경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국내 대학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내지 못했다면, IES 서울센터 설립이라는 의사결정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 외국인 유학생이 국내 고등교육계의 중요한 이슈다. 외국인 유학생과 관련한 국내 고등교육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나.
“우리나라의 외국인 유학생 정책은 해외로부터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국내에서 오히려 저평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2004~2005년 ‘Study in Korea’ 프로젝트 출범 이전의 미약했던 유학 목표 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의 위상은 이제 외국인 유학생 20만, 한국어능력시험 40만 명을 넘어서며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다. 20년 이상 이어온 우리나라의 외국인 유학생 정책이 정권 변화에 따른 파고 속에서도 꾸준히 성과를 축적해 현재에 이르렀다고 믿으며, IES 서울센터의 출범과 성장도 이러한 흐름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IES 서울센터를 통해 한국에서 공부하는 모든 국제 학생들이 교육부 통계에 포섭되지 않으므로, 실질적으로는 20만 명보다 훨씬 더 큰 저변이 형성돼 있다고 하겠다.
물론, 급격한 양적 성장에 따른 어두운 면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국제적 관점으로 보면 유학생들의 불법체류, 유학을 가장한 노동시장 진입, 수익성만을 고려한 무분별한 유학생 송출·유치 등의 문제는 이른바 ‘Big 4’라고 불리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 선도국(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에서도 흔히 발생한다. 최근 특히 주목받는 호주의 유학비자 수수료 인상과 유학생 수 제한 정책이 대표적 사례다. “다른 나라에서 발생하니 우리도 괜찮다”는 설익은 주장은 아니다. 인구 감소, 노동력 부족, 대학 소멸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주요 국가 어젠다라는 점을 고려할 때, 지속가능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와 성공을 위해선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특히 다양성·포용성, 그리고 사회통합 관점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조명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 최근 각종 글로벌 대학평가에서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뒷걸음치는 양상이다. 글로벌 교육전문가로서 이유와 해법을 제시해주신다면.
“‘뒷걸음’보다는 ‘제자리’ 또는 ‘양극화’가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닌가 싶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어젠다를 추동한 고등교육 자원의 수도권 집중화 현상은 사실 큰 맥락에서 국제적 차원에서 국내 대학의 경쟁력의 편중 현상과도 맞닿아 있다. ‘국제화’라는 기치 아래 수많은 대학이 ‘글로벌’이라는 단어를 미션·비전 선언문에 담았고, 끝내 소수의 대학이 세계적으로 우수성과 명성을 떨치고 있다. 그러나 냉정히 보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낸 곳을 다수로 보기는 어렵다. 극도로 정치화되어 누구도 쉽사리 손대지 못한 채 16년 동안 이어온 등록금 동결, 그 결과로 나타난 국가 재정지원사업의 과의존 현상은 한국대학신문의 독자라면 대체로 공감할 수 있으리라 본다. 물론 “대학 등록금 통제가 없었다고 해서 더 좋았으리라 보장할 수 있는가”라는 반론도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투입의 현실화 없이 지속 가능한 성장과 혁신은 없다”라는 논리가 더 설득력 있다고 생각한다.”
- 국내를 비롯한 해외 유수 대학과의 파트너십, 교육 협력 수준, 교육 프로그램 등도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 보인다. 실제로 어떤가.
“결국 교육 중심, 연구 중심 중에서 어떠한 길을 갈 것인지를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이들이 상호 배타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결국 각 대학의 특성화 전략 정립이 핵심이 될 것이다. 해외 유명 대학과의 협력도 중요하지만 과연 그와 같은 ‘명성 추구’가 우리의 전략적 방향성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에 더 무게를 두고 판단해야 한다. 특히 과거 ‘국제화’에 모두가 뛰어들던 시기에 ‘해외 자매대학 OOO개!’와 같은 카피가 관심을 끌었다면, 지금은 얼마나 내실 있고 실질적으로 대학 구성원의 성공과 성장에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을 갖췄는가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 아울러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축적된 역량에 기반해 궁극적으로는 해외에 국내 대학의 콘텐츠와 서비스를 수출하는 단계에 이르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주대와 인하대의 중앙아시아 캠퍼스 운영, 일본 츠쿠바대학의 말레이시아 진출 사례 등을 잘 살펴보면 좋겠다.”
- IES 서울센터는 국내 대학과의 협력 규모(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보완해야 할 측면도 있다면.
“현재 고려대와 연세대 등 국내 주요 연구중심대학 두 곳과 주로 협력하고 있다. 한국 대학은 IES와 협력함으로써 미국 대학으로부터 학생 유치를 효율화하고, IES 서울센터는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우수한 인프라를 활용함으로써, IES와 협력하고 있는 수많은 대학으로부터 학생들을 한국으로 초청하는 데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통상 2~4주 동안 운영되는 단기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더 폭 넓은 대학과의 협력할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IES는 학생을 모집하거나 다른 교육기관에 연결해 주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IES는 스스로 독립적인 국제교육 전문기관으로서 “Study Abroad Changes Lives, Changed Lives Change the World”라는 슬로건 아래, 미래 인재를 위한 학생 중심 프로그램도 주도적으로 설계할 계획이다.
국내 대학들이 외부 교육기관과의 협력을 주저하는 분위기도 있다는 점을 조심스럽게 말씀드리고자 한다. 대학 입장에서 보면 자체 인프라와 인력을 갖고 프로그램을 만들면 되는데, 굳이 외부와 협력할 필요성이 있냐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 자체적으로 학위과정이나 서머 프로그램 등을 만들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질 관리도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저희 같은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가진 교육기관과 협업을 통해 학생들의 성장과 발전을 지원하는 데 실질적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IES 서울센터만의 교육 노하우나 운영 서비스 방법이 있다면.
“스터디어브로드(Study Abroad)를 주로 ‘유학’으로 번역하다 보니 IES를 ‘유학원’으로 보시는 분이 간혹 있다. 국내에서 유학원이 ‘학생 모집 대행 또는 해외대학 진학 컨설팅 회사’로 여겨지는 것 같다. 이와 같은 관점은 IES에는 해당이 없다. 태생적으로 IES는 비영리 교육기관이며, 미국에서 공부하는 대학생 대상 국제교육 프로그램, 즉 우리나라 관점에서는 인바운드(inbound) 영역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하지만 방문학생·인턴십 등 다양한 유형으로 해외 대학에서 공부할 기회를 희망하는 한국 대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IES는 아시아권 대학생들의 미국·영국 유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Study Abroad Foundation(SAF)를 2017~18년에 인수했고, 현재 SAF의 한국 지사에서 한국 대학생들이 미국·영국 대학, 또는 전세계에 30여 개 도시에서 운영 중인 IES 센터에서 공부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대학에서 IES와 같은 전문기관과 협업한다면 더 큰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IES 서울센터의 향후 계획이나 목표는.
“IES 서울센터는 2026년 10개 이상의 프로그램에 약 300명의 학생을 초청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2026년 가을부터는 IES의 도쿄센터와 협력해 한 학기 동안 한국과 일본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멀티로케이션(multi-location)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초대 센터장으로서 “Holistic Transformation in Korea, Lasting Impact in Lifetime”이라는 비전과 함께, 앞으로 IES 서울센터를 통해 많은 학생이 한국, 나아가 동아시아의 문화·역사·유산을 경험함으로써 인류의 지속가능한발전에 공헌하는 인재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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