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영어유치원 728곳 '첫 전수조사'…15곳은 유치원 명칭 쓰다 적발
레벨테스트 23곳 중 11곳은 서울…"지도 안 따르면 관계부처와 합동점검" 엄포
(세종=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전국 각지에 있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영어유치원) 가운데 23곳이 사전 등급시험(레벨테스트)을 시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4세 고시'로 불리는 유아 학원의 사전 레벨테스트가 조기 사교육을 더 조장한다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교육부는 이들 학원에 원생 선발 방식을 상담이나 추첨으로 변경하라고 권고했다.
교육부는 17개 시도교육청과 함께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전국 영어유치원 728곳(교습 4시간 이상 반일제)을 전수조사한 결과 260곳에서 총 384건의 법령 위반사항을 적발했다고 4일 밝혔다.
교육당국이 영어유치원을 전수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영어유치원에는 총 433건의 처분이 이뤄졌다. 교습정지 14건, 과태료 부과 70건, 벌점·시정명령 248건, 행정지도 101건 등이다.
영어유치원의 법령상 명칭은 '유치원'이 아님에도 유치원 명칭을 부당 사용하다 적발된 곳은 총 15곳이었다. 이들은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사전 레벨테스트를 시행하는 영어유치원은 총 23곳으로 조사됐다. 레벨테스트 시행 자체가 현행 법령 위반은 아니다.
교육당국은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사전 선발 시험과 일단 합격은 시키되 분반을 위해 사전 실시한 시험을 모두 사전 레벨테스트라고 간주했다. 교습과정 중간에 치르는 시험은 제외했다.
사전 레벨테스트를 하는 영어유치원을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11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가 9곳, 강원이 3곳이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레벨테스트를 하는 영어유치원 숫자가 과소 집계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개별 학원장의 설명이 아닌 (현장 점검을 나간) 각 교육청 판단에 따른 수치"라며 "신뢰성이 상당 부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이미 (영어유치원에) 등록한 학생들이 나중에 레벨테스트를 보는 케이스까지 모두 조사한 것은 아니다"라며 "등록을 전후한 시점에 시행된 레벨테스트가 조사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선발 방식을 바꾸라는 행정지도에도 불구하고 사전 레벨테스트를 유지하는 곳에 대해서는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합동 점검을 지속할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레벨테스트는 교육적으로 부적절하다"며 "상담이나 추첨으로 변경하라는 행정지도를 따르지 않을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등 관계부처와 함께 점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교육부는 영어유치원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4세 고시' 등의 부작용 근절을 위한 법률안 개정도 검토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학원의 건전한 운영을 위해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학원법', '공교육정상화법' 등과 관련한 국회 법안 논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조사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신고포상금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불법사교육신고센터(clean-hakwon.moe.go.kr)'에 접수되는 민원, 제보와 관련해 현장 점검을 할 방침이다.
전국 영어유치원 가운데 휴·폐원(26곳), 교습과정 미운영(30개), 반일제 교습과정 폐지(9개) 등에 해당하는 학원은 이번 전수조사에서 제외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영어유치원은 전국에 820곳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5년간 현황을 보면, 2021년(718곳)부터 지난해(866곳)까지 꾸준히 증가하다 올해 들어 감소세를 보였다.
교육부는 역시 사전 레벨테스트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아 대상 수학 학원에 대한 전수조사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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