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서울] 김희준 기자= K리그 감독들이 K리그의 외국인 쿼터와 국제 무대 경쟁력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개진했다.
4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의 축구회관에서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참가 K리그 4개팀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이번 시즌 ACL 엘리트(ACLE)에 참가하는 울산HD, 강원FC, FC서울, ACL TWO(ACLT)에 참가하는 포항스틸러스가 자리했다.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울산 신태용 감독과 김영권, 강원 정경호 감독과 이유현, 서울 김기동 감독과 김진수, 포항 박태하 감독과 김인성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먼저 감독 4인이 자리에 앉아 미디어데이를 진행했고, 이어 선수들이 자리에 착석했다.
이날 네 감독은 ACL과 관련한 여러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가볍게 대회 각오부터 시작된 질문은 K리그 제도와 관련한 심도 있는 질문들로 이어졌다. K리그 주요 화두로 올라있는 외국인 제도와 추춘제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다.
그중에서도 외국인 제도가 큰 화제였다. 최근 ACL이 외국인 선수 쿼터를 폐지하면서 용병을 대거 영입한 팀들이 수혜를 봤다. 특히 유럽에서 활약한 선수들을 쓸어담듯이 모은 사우디아라비아 팀들이 강세를 이뤘다. 실제로 지난 시즌 ACLE 4강에 진출한 팀 중 3팀이 사우디 프로페셔널 리그에 속해있었다.
미디어데이에 참가한 감독들이 각자의 의견을 내놨고, 특히 신 감독이 외국인 용병 제한을 ACL에 한해서라도 폐지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신 감독은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면 용병 쿼터 수를 풀어야 한다. 그래야 ACL에 나가는 의미가 있다"라며 "'맞다이'를 쳐도 쉽지가 않은데 이원화하는 건 의미가 없다. 경험 쌓기 위해 나가는 건 돈이 아깝다. 아시아의 호랑이라고 하는데 ACL 나가서 예선 탈락하면 의미가 없다. 아시아에서 1, 2위를 다투는 리그라면 ACL 8강에 가고, 4강에 견줄 수 있는 팀을 만들 수 있게 해줘야 한다."라며 ACL에 한해서라도 외국인 쿼터를 없애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하 미디어데이 전문.
대회 각오
신태용 울산HD 감독(이하 신): 우리 팀은 리그에서 성적이 안 좋다 보니 ACL 나가는 게 버겁지만 작년의 아쉬움을 달래고 이번 ACL에서는 선수와 감독 때 느꼈던 기분으로 ACL에 도전해보고 싶다.
정경호 강원FC 감독(이하 정): 강원FC는 작년에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거둬 창단 이래 처음 ACL에 나가게 됐다. 나도, 선수들도, 팬들도 기대가 크다. 우리는 기대가 큰 만큼 ACL에서 좋은 성적과 결과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의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나 싶다. 큰 경기에서 배우고 느끼는 게 있을 것이고, 나도 시행착오를 거치며 성장해야 한다. 최대한 결과를 잘 가지고 오면서 경쟁력을 갖추는 게 목표다. 리그와 잘 이원화해서 운영하겠다.
김기동 FC서울 감독(이하 김): 구단, 선수, 팬들이 간절히 원하던 ACL에 5년 만에 복귀했다. 감독으로서도 기쁘게 생각한다. K리그 대표로서 참가해 책임감도 크다. 리그와 병행하면서 어려움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선수들과 최선의 결과를 얻도록 준비하겠다.
박태하 포항스틸러스 감독(이하 박): 지난해 ACL을 치러봤다. 리그 스테이지에서 탈락했는데, 실패를 바탕으로 ACLT지만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를 얻어내도록 하겠다.
리그와 병행
정: 우리는 K리그 순위를 보면 알겠지만 승점 차가 빡빡하고 파이널 라운드로 가기까지 5경기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 결과에 따라 스플릿이 나뉠 것이다. 리그가 우선인 건 맞다. 강원FC가 ACL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좋은 결과도 내야 하지만 리그가 중요하다. 일정을 보면 5경기 안에 ACL 경기들이 들어가있다. 코리아컵처럼 이원화를 생각 중이다. 코리아컵 4강 1, 2차전과 광주FC 경기를 이원화시키면서 잘 됐다고 생각해서 리그와 ACL을 잘 넘겨보겠다.
신: 우리 팀은 작년까지 리그 3연패를 했는데 지금 성적이 좋지 않다. 상위 스플릿에 올라가기 위해 리그에 집중해야 하지 않나 싶다. ACL에서 결과를 만들면 리그 스테이지를 통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상위 스플릿에 가기 전까지는 리그에 초점을 맞추겠다.
김: 이원화를 시킨다고 말씀드리기보다 두 개 대회를 하다 보면 선수들의 체력과 부상이 변수가 된다. 이원화보다 유연한 로테이션이 맞다고 본다. 로테이션을 하면서도 꾸준한 경기력을 내는 게 중요하다.
박: 피말리는 경쟁을 하고 있고 파이널 라운드까지 5경기가 남아있고, 파이널 라운드에서 5경기 해야 한다. 원정 경기는 상황에 따라서 그 다음 출전시간이 적었던 선수들에게 기회가 갈 수 있다. 홈에서는 전체적인 컨디션을 봐서 대비할 생각이다.
ACL 일정 중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기
신: 특별하게 어느 팀을 잡고 가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리그에 초점을 맞췄다. 큰 어려움 없이 ACL 경기를 한다 볼 수 있다. 그래도 원정은 중국과 일본 등 가까운 곳에 간다. 우리만 잘 준비하면 ACL은 큰 무리없이 할 수 있다.
김: 특정 팀을 얘기할 수는 없다. 참가하는 팀들이 다 강팀이다. 긴장을 항상 해야 하고 쉽게 볼 팀이 없다. K리그와는 다른 스타일이 많기 때문에 그 팀에 따라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다양성에 대해 착실히 준비하겠다.
정: ACL 나가면서 조 추첨 할 때 태국이나 호주는 피하자고 했는데 두 개 다 우리 원정 포트에 들어와서 쉽지 않게 됐다. 다행인 건 리그 일정 중에 태국과 호주에 가는 게 아니라 시즌 마지막과 다음 시즌 첫 경기 때 간다. 전화위복이다. 한국이 추울 때 태국에 가서 경기를 하는 것이고, 호주는 전지훈련 이후 한국에 돌아오는 일정을 잘 짠다면 오히려 득이 되는 경기일 듯하다. 강원은 ACL을 경험한 선수가 많지 않다. ACL은 큰 대회고, 결정을 짓고 경기 흐름을 바꾸는 용병들을 확보하고 있다. 특정 팀을 이기는 것보다 처음 나가는 팀이고, ACL에 출전하는 만큼 첫경기가 중요하다 생각한다. 첫경기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것 같다.
박: 개인적으로는 첫경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홈경기가 되길 바랐는데 태국 원정에서 바툼과 경기를 앞뒀다. 지난해 원정 경기는 거리가 길고 짧고를 떠나 항상 힘들었다. 첫경기에 꼭 승리를 가져온다면 그룹 스테이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 같다.
울산과 서울의 휴식기 준비
신: 감독을 맡은 지 한 달이 돼간다. 이제는 내 색깔을 입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리그를 바로 준비하면서 선수들 분위기 파악을 잘 못했는데 이번에 잘 파악하고 선수들과 만들어나가기 위해 대화도 많이 해야할 것 같다. 더 이상 물러나면 리그에서 가망성이 없어보이기 때문에 내 색깔을 많이 건드리려 노력 중이다. 어제 오후부터 속초로 갔는데 이 시기가 중요하고, 울산이 도약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김: 리그 성적이 나쁘다고 하셨는데 내가 생각할 때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팬들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건 사실이다. 감독의 책임이다. 올 시즌을 준비하고 치르면서 경기력에 기복이 있었다. 선수들이 힘들어했는데 휴식기에는 무언가 만들어나가기보다 심리적인 안정을 취하면서 우리가 갈 수 있는 방향에 대해서 생각하겠다.
ACL 경쟁력과 K리그 외국인 제도 문제
박: 이 문제가 굉장히 민감하다. K리그에서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프로연맹 기술위원장을 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 K리그가 산업에 비해 파이를 키울 수 있는 상황이 쉽지 않다. 이 문제가 전부 해결될 때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지금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김: 박태하 감독님께서 기본적인 걸 말씀하셨다. 국제적인 경쟁력에 미치지 못한다는 건 동남아 팀을 보면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엔 우리보다 한참 밑으로 봤는데 ACL하면서 조호르 같은 돈이 많은 팀들은 거의 외국인이 9명, 10명이 뛴다.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정: 작년에 TV를 보면서 상대 용병들, 선수들에 대해서 체크했다. 올해 첫 출전이다 보니 경쟁력에 대해서는 부딪혀보고 판단해보고 싶다. ACL 경기 하면서 상대들의 용병, 차이 등이 한국과 다른지 겪어보고 기회가 되면 말씀드리겠다.
신: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면 용병 쿼터 수를 풀어야 한다. 그래야 ACL에 나가는 의미가 있다. 조호르 같은 경우는 스페인 위주로 용병이 구성돼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용병 수가 어마어마하다. 리그에서 4명 뛰는 건 알겠다. ACL에 나가는 팀이라면 용병을 풀어야 한다. 돈 있는 구단은 좋은 선수를 쓸 수 있을 것이고, 재정이 어려운 구단은 거기에 맞는 선수를 뽑아와서 잘 활용하면 상위 구단에 비즈니스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일본도 그렇게 하고 있다. 우리도 ACL 용병을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리그 제한은 형평성에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ACL이라도 풀어야 한다. 여기 와계신 분들도 적극적으로 동조해서 만들어줘야 한다.
ACL 추춘제와 K리그 춘추제
신: 우리나라도 분명히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사실 그라운드에 열선도 깔아야 하고 팬들을 위해서라도 위에 열선을 깔아 덜 춥게 해야 한다. 너무 우리나라는 춥기 때문에 12월 중순부터 한 달을 쉬더라도 그렇게 가야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래야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 한국 특성상 이게 맞다, 저게 맞다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가는 건 맞는데 그러면서 중간중간 겨울 날씨에 취약하다 보니까 한여름에는 또 덥다. 우리나라 지형과 날씨에 따라 변화를 가져가면서 잘 이뤄지면 어떨까 싶다.
김: 다 같은 생각이 아닐까 싶다. 유럽도 그렇고 아시아도 그렇고, 일본도 내년부터 추춘제로 간다고 한다. 추춘제를 논할 게 아니라 제반 시설을 갖춘 뒤에 얘기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박: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가야 하는 건 맞지만 지리적 여건상 추춘제를 하기는 쉽지 않다. 용병도 마찬가지고 충돌되는 상황이 많다. 여러 그라운드 환경이 다 비용 문제다. 감독으로서는 용병 제한 풀고 좋은 선수 데려오고 싶지만 여건이 되지 않는다.
ACL 토너먼트 강자로서 조언
신: 박 감독님이 얘기했듯이 토너먼트에서는 첫경기가 중요하다. 첫경기를 잘하면 선수들과 리그 경기를 병행할 때 쉽게 갈 수 있기 때문에 첫경기에 중점을 둬야 한다. 나는 선수와 감독으로서 ACL 우승을 다 해봤는데 그때는 중동이나 일본에서 용병 투자를 하지 않았다. 지금은 우리보다 투자가 10배 이상 많다. 우리가 따라가지를 못한다. 연맹에 큰 뜻으로 외국인 쿼터를 풀어줬으면 좋겠다. 리그는 제한이 있더라도 ACL에서는 풀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원화 갖고는 ACL에서도 쉽지 않다. '맞다이'를 쳐도 쉽지가 않은데 이원화하는 건 의미가 없다. 경험 쌓기 위해 나가는 건 돈이 아깝다. 아시아의 호랑이라고 하는데 ACL 나가서 예선 탈락하면 의미가 없다. 아시아에서 1, 2위를 다투는 리그라면 ACL 8강에 가고, 4강에 견줄 수 있는 팀을 만들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래야 ACL에서 K리그가 좋은 리그라고 인정을 받고 외국인들도 많이 수급할 수 있다.
ACL 결승 경험에 비춘 경기력 문제 해결 전략
김: 그때를 보면 지금과는 리그 자체가 많이 달랐다. 우리가 분명히 다른 나라와 스타일이 다르다. 한국 선수들이 갖고 있는 특징이 있다고 본다. 학원축구부터 토너먼트에서 그런 상황들을 많이 경험했고, 그것이 토너먼트에서 순간적인 집중력을 끌어내기 좋다. 그런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줬을 때 시너지가 났다. 동기부여를 끌어내고 집중력을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ACL 구체적인 목표와 기대되는 선수
신: 리그와 ACL을 병행하다 보니 ACL은 리그 스테이지 통과가 목표다. 내년에 재정비해서 ACL 결과를 만들어갈까. 지금 뭐라고 하기는 어렵다. 8강에 가거나 하면 다시 말씀드리겠다. 우리 팀은 ACL에서 말컹 같은 대형 스트라이커가 헌신과 공헌을 하며 도움을 줘야 한다. 지금은 부족하지만 A매치 기간에 노력을 많이 해서 리그와 ACL의 공헌자가 됐으면 좋겠다.
정: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강원은 이원화해서 ACL을 치른다는 게 쉽지 않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을 해야 한다. 최대한 첫승을 빨리 하는 게 1차 목표다. 우리 팀은 분위기 싸움이다. 어린 선수도 많고 성장해야 하는 선수도 많다. 첫승을 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좋은 분위기를 탈 수 있을 것 같다. ACL은 국내 선수들도 동기부여가 있지만 외국인 선수들이 동기부여가 많다. 거기서 잘했을 때 높은 연봉을 받고 좋은 환경으로 갈 수 있다. 가브리엘 선수가 이번 ACL에서 많은 동기부여를 갖고 좋은 퍼포먼스를 보였으면 좋겠다.
김: 리그 스테이지 통과를 하고 싶다. 첫경기가 상당히 중요하다. ACL 첫경기 전에 강원과 경기를 치른다. 토요일과 화요일인데 정경호 감독에게 하루 땡겨달라고 부탁했다. 하루 정도는 해줬으면 좋겠다. 린가드가 가장 기대가 된다. 잉글랜드 국가대표도 했었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뛰었고 지금 K리그에서도 계속 경기를 뛰고 잇다. 하지만 ACL은 처음이다. 많은 기대를 가지고 준비하는 걸로 알고 있다.
박: 현실적 목표는 내년 ACL이 끝날 때까지 살아남는 게 목표다. 기대되는 선수는 지금 모시고 온 김인성 선수다. 그간 많이 경기를 못 뛰었기 때문에 ACL에서는 출전시간을 많이 줄 생각이다. 지금 여기서 책임감과 부담감을 주겠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풋볼리스트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