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문형배와 오광수, 그리고 전관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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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문형배와 오광수, 그리고 전관예우

연합뉴스 2025-09-04 11:19:4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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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재석 선임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을 맡아 파면을 선고했던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취임 전인 2019년 인사청문회에서 법조계의 전관예우 문제와 관련해 "퇴임 이후 영리 목적의 변호사 개업 신고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올해 4월 헌재 퇴임 후에도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 지난달 27일 방송된 MBC '손석희의 질문들' 인터뷰에서도 이 약속을 거듭 확인하면서 그것이 "내 삶을 제약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창원=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8일 경남도교육청에서 '헌법의 관점에서 교육을 생각하다'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2025.6.18 image@yna.co.kr

문 전 재판관은 청문회 당시 "평균인의 삶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아름다운 약속도 했다. 낡은 교복과 교과서일망정 물려받을 친척이 있어 중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는 그의 가난이 있었기에 약속은 큰 울림을 줬다. 그는 방송 인터뷰 말미에 결국 이런 약속들 때문에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면서 "문장이 아름다우면 생활이 피곤하다"고 했다. 아름다운 약속을 지키려면 삶이 고달프기 마련이다. 사회에서 손쉽게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스스로 포기하는 건 개인의 신념일 수 있지만 가족의 생활은 힘들고 불편해진다.

지난 6월 이재명 정부의 첫 민정수석으로 임명됐다가 낙마한 오광수 변호사가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의 수사를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변호인으로 변신했다. 오 변호사는 검사 재직 시 부동산 차명 관리 의혹 등이 불거져 민정수석 임명 닷새 만에 사퇴했다. 새 정부 첫 공직 낙마 사례로 새롭게 출발하는 정부에 적잖은 상처를 줬다. 그는 JTBC에 "변호인들이 많이 계시는 걸로 알고 있다. '원오브뎀(one of them)'이겠지 뭐. 그렇게 이해합시다"라고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오 변호사는 문 전 재판관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통일교 측 변호인단에는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변호를 했던 강찬우 전 대검 반부패부장(옛 중수부장)과 문재인 정부 마지막 검찰총장을 지낸 김오수 변호사 등 검찰 고위직 출신들이 다수 참여했다고 하나 오 변호사가 '전관 중 전관'이라 할 수 있다.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불과 3개월 전 민정수석에 기용됐던 그의 경력을 따라올 만한 확실한 전관도 없다. 오 변호사는 한 총재의 변호인 자격으로 특검을 방문했다고 한다. 특검 측은 3일 정례브리핑에서 "오 전 수석이 특검에 방문한 것은 사실"이라며 "담당 특검보를 만나 변론하고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오광수 전 민정수석 오광수 전 민정수석

[연합뉴스 자료사진]

오 변호사는 민정수석 사퇴 후 지난 7월 25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퇴직공직자 취업 심사에서 과거 소속됐던 법무법인에 취업 가능 처분을 받았다. 변호사 활동에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그에게는 직업 선택의 자유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새 정부 초대 민정수석에서 국민적 지탄을 받는 김건희 특검 주요 피의자의 변호인으로 3개월 만에 변신한 그의 처신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 변신에 수긍하는 국민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의 변신은 검찰 개혁 문제로도 불똥이 튀었다.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인들은 통상 검찰 수사단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데 검찰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한 이런 전관예우의 악습이 없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다. 검찰개혁 방안 논의과정에서 검찰이 보완 수사권을 고집하는 것을 검찰 출신들의 전관 혜택 관점에서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법관 시절 '청백리'로 칭송받았던 김능환 전 대법관이 2013년 3월 중앙선관위원장직에서 퇴임한 후 아내의 편의점에서 일하는 보통 사람의 삶을 선택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는 5개월 뒤인 그해 8월 대형로펌에 들어갔다. 그러면서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이라는 말을 남겼다. '맹자'에 나오는 말로 "경제적으로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항상 바른 마음을 가질 수 없다"는 뜻이다. 경제적 문제가 로펌행의 이유였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전관예우 문제는 개인의 도덕성에만 맡길 것이 아니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인 만큼 제도적, 문화적인 측면에서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 문형배 전 재판관이 언젠가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가족의 안온한 삶을 위해 변호사 개업을 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 같다. 설령 변호사 생활을 하더라도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할 사건은 수임하지 않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bo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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