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PICK+] 9년 만의 태풍 없는 여름, 원인은 극심한 찜통더위

▲ 15일 일본 서부 와카야마현 다나베시에서 우산을 쓴 시민이 내리는 폭우 속을 지나고 있다. 제7호 태풍 '란'은 이날 오전 와카야마현 해안에 도달한 후, 오사카와 교토의 주요 지역을 지나 북쪽으로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김시온 기자 | 올해 들어 총 14개의 태풍이 발생했지만, 한반도에는 단 한 차례도 상륙하지 않았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극심한 폭염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더위가 누그러지는 가을철에 강력한 태풍이 찾아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3일 <투데이코리아> 취재를 종합하면,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동시에 자리 잡으면서 한반도 전역을 뒤덮은 찜통더위가 발생했다. 

두 고기압이 겹쳐 형성된 ‘이중 고기압 시스템’이 강력한 열돔을 만들었고, 이로 인해 태풍의 북상 경로가 차단돼 우리나라로 접근하지 못하고 중국이나 일본 남쪽으로 치우치게 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가을이 오면 고기압이 동쪽으로 이동함에 따라 태풍의 가장자리가 한반도에 걸치게 되기 때문에 태풍이 한반도에 착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태풍 발생 자체는 줄어들고 있지만 가을 태풍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1~2020년 평균으로는 8월에 5.6개, 9월에 5.1개의 태풍이 발생했지만, 2011~2020년에는 8월 5.1개, 9월 5.3개로 역전됐다. 지난해에는 9월에만 8개의 태풍이 발생해 가을철 태풍이 증가하는 추세를 이어갔다.

특히 가을 태풍이 발생 시 여름 태풍보다 비교적 강력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름철 태풍이 적게 발생함에 따라 바닷물이 섞이지 않아 해수면이 더 뜨거운 상태로 유지되고, 가을에 발생하는 태풍에 더 큰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강한 태풍으로 손에 꼽히는 2003년 ‘매미’와 2007년 ‘나리’, 2016년 ‘차바’와 2022년 ‘힌남노’ 등은 모두 가을에 발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을 계속 지배하면 북쪽의 찬 공기가 유입되지 못해 더위가 이어지지만, 고기압이 동쪽으로 물러나면 남쪽의 열대 공기와 북쪽 공기가 충돌해 폭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상욱 한양대 ERICA 교수는 본지에 “태풍은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서 이동하는데, 올해는 한반도 부근에 고기압이 워낙 강하고, 서쪽으로 확장된 형태로 나타났기 때문에 경로 자체가 한반도 쪽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저기압인 태풍이 고기압을 뚫고 들어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해수온이 역대급으로 워낙 높다 보니 가을 태풍이 왔을 때 강한 강도를 가질 수 있다”면서도 “다만 우리나라로 오기 위해서는 길이 열려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고기압 세력이 약해져야 한다. 최근 고기압이 약세를 보이긴 했지만, 아직도 강한 수준이라 태풍의 길이 열릴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북태평양고기압이 높은 해수온 때문에 유지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