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국내 은행들이 금리 인하 기조, 정부의 ‘이자 장사’ 경고, 대출 총량 규제라는 삼중고에 직면하며, 이자이익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면전에 나섰다. 방카슈랑스, 자산관리, 펀드 등 수수료 기반 사업을 강화하며, 증시 활황과 초고령화라는 구조적 변화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이자이익 중심 모델을 더는 미룰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이자 의존 구조, 임계점 도달
국내 은행 수익 구조는 여전히 예대마진에 치우쳐 있다. 올 상반기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은 29조7000억원에 달했지만, 금융 거래·중개·투자 서비스 등 비이자이익은 5조2000억원에 불과하다. 이자이익의 6분의 1 수준이다.
반면 선진국 주요 은행은 비이자이익 비중이 절반에 이른다. “한국 은행 1/6 vs 글로벌 은행 1/2”이라는 대비는 수익 다변화 격차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자이익이 줄어드는 환경에서 수수료 기반 확대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조건이 됐다.
◇은행별 차별화 전략을 살펴보니
각 은행은 강점 분야를 전면에 내세워 비이자이익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방카슈랑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지점 보험 판매 확대와 계열사 KB라이프생명·KB손해보험과의 시너지를 통해 상반기 비이자이익 5721억원, 전년 대비 35% 성장을 기록했다.
신한은행은 자산관리(WM)와 투자금융(IB)을 동시에 강화한다. 고액 자산가 대상 ‘프리미어 패스파인더’를 내놓고, IB 조직을 확대해 상반기 비이자이익 6732억원, 증가율 65.7%를 기록했다.
하나은행은 신탁·퇴직연금에 집중한다. 시니어 전용 플랫폼 ‘하나더넥스트’를 중심으로 금융·비금융 통합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며, 퇴직연금 적립금·수익률 모두 업계 최상위를 차지했다. 상반기 비이자이익은 7406억원, 무려 74.4% 증가했다.
우리은행은 IB 강화와 방카슈랑스 확대로 상반기 비이자이익 6597억원, 7.8% 증가를 기록했다. 하반기에는 동양생명-ABL생명 합병 효과로 방카 판매 수수료 확대가 기대된다.
은행별로 차별화된 무기를 내세우고 있지만, ‘누가 가장 빨리 이자 의존 꼬리표를 떼느냐’가 핵심 경쟁 포인트다.
◇하반기 전장, 방카·신탁·펀드
하반기 은행권의 주력 무대는 방카슈랑스, 신탁, 그리고 펀드가 될 전망이다.
초고령 사회 진입으로 보험과 신탁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상속과 자산 이전을 설계하려는 시니어 고객층의 증가가 신탁 서비스를 은행의 핵심 전략으로 만들고 있다.
금리 인하와 증시 활황이 맞물리면서 펀드 판매도 확대되는 추세다. 과거 개인 투자자 중심의 직접 투자 열풍에서, 은행과 증권사를 통한 간접 투자로 흐름이 전환되는 모습은 은행에 호재로 작용한다.
은행 관계자는 “방카슈랑스와 신탁은 고령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는 영역”이라며 “펀드 역시 증시 호황과 금리 환경 개선에 힘입어 비이자이익을 끌어올리는 주요 통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사례와 교훈, 수수료 기반 충격 흡수력
글로벌 은행들은 이미 수수료 기반 모델을 통해 충격 흡수력을 키워왔다. JP모건, HSBC 등은 비이자이익 비중을 50% 이상까지 끌어올려, 금리 변동과 대출 규제 충격에도 안정성을 확보했다.
국내 은행이 장기적 수익 다변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금리 사이클이 바뀔 때마다 불안정한 구조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결국 속도전에서 승자가 갈리게 된다.
특히 비이자이익 확대는 은행의 ‘미래 생존전략’이자 투자자와 시장의 신뢰를 얻는 필수 조건이다. 단기 성과에 안주하는 은행은 다시 ‘이자 장사’ 꼬리표에 갇힐 수밖에 없다.
누가 가장 먼저 수수료 기반 은행으로 전환에 성공할 것인가. 이자 의존을 벗어나지 못하는 은행은 도태되고, 속도감 있게 구조 전환을 이뤄낸 은행이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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