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과제, 나랏빚, 경제위기의 복합 함수[안종범의 나라살림]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국정과제, 나랏빚, 경제위기의 복합 함수[안종범의 나라살림]

이데일리 2025-09-04 05:00:00 신고

3줄요약
[안종범 정책평가연구원 원장] 새 정부 국정과제가 발표되고 첫 예산안이 만들어졌다. 국정과제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구성된 인수위원회에서 집권 5년간의 국정 비전과 운영계획을 담아 국민 앞에 내놓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동안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내세운 공약들을 최종적으로 수정보완해 확정한 것으로 큰 의미가 있다. 8월 13일 발표한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는 탄핵으로 치러진 선거여서 인수위 구성 대신 대통령 취임 이후 국정기획위원회를 구성해 만들었다. 123개 국정과제를 210조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해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인수위원회 안을 토대로 140개 국정 과제를 135조원의 재정을 투입해 수행한다고 발표했었다. 탄핵 이후 인수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00대 국정과제에 178조원 수준의 재정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인수위에서 110대 국정 과제를 발표했고 209조원의 재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이러한 지난 세 정부 국정 과제에 비해 이번에 발표된 국정 과제는 관심도가 떨어져 있었고 내용 면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평가되고 있다. 재원 대책을 구체적으로 내놓지 못했고 계획의 구체성과 타당성이 결여됐기 때문이다. 선거 과정에서 인기영합으로 내놓은 공약들, 특히 재원 소요가 막대한 공약들의 재원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에서의 재원대책은 선거 과정에서부터 내놓은, 이른바 ‘공약가계부’를 근거로 했기에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았었다. 인수위에서 국정 과제를 확정하면서 선거 때 내놓은 공약가계부를 다시 계산해 최종 발표했다. 그리고 이를 기초로 5년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수립하고 그다음 해 예산안을 마련했다. 이러한 공약가계부와 같은 시도는 아쉽게도 그 이후 이어가지 못했다.

국정과제 발표로 시작된 각 정부의 성적표는 재정상황 특히 국가채무를 보면 알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9.5%(2012년)에서 34.2%(2016년)로 4.7%p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는 34.2%(2016년)에서 43.7%(2021년)로 9.5%p 증가했다. 윤석열 정부는 43.7%(2021년)에서 46%(2024년)로 2.3%p 증가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큰 폭의 재정확장으로 국가채무가 급등함으로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상승률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번 국정과제는 지난 세 정부의 국정과제와 비교해 보면 재원소요 계산과 재원대책 마련 두 가지 모두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더구나 재정 당국인 기획재정부가 소외된 채 국정과제가 마련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 어느 때보다 재정상황이 어렵고 대내외 최악의 경제상황으로 경제위기의 조짐이 날로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새 정부의 국정과제와 재원대책이 부실하다면 앞으로 국정운영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8월 29일 발표된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과 2026년도 예산안을 보면 이런 우려가 더욱 커진다. 이미 발표된 123개 국정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내년 예산을 728조원으로 책정해 올해 본예산보다 8.1% 늘린 뒤 2029년까지 증가율을 매년 4∼5%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올해 4.2%를 기록한 뒤 2029년까지 매년 4.0∼4.4%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나라 살림을 사는데 지켜야 하는 것으로 국제적으로 알려진 ‘재정적자 비율 3% 이내’라는 재정준칙을 이재명 정부 임기 내내 달성하기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정부가 3일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국가채무 GDP 비율이 내년에 51.6%로 50%를 넘어선 뒤 2029년 58.0%까지 급상승하고 40년 후인 2065년에는 156.3%로 세 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규모가 커지는 속도보다 나랏빚 증가 속도가 더 빠르고 국가채무 비율이 60% 부근까지 올라선다면 국가신용등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역대 정부 출범 직후 상황과 달리 우리 대내외 경제 여건은 초미의 위기상황이라는 점이다. 성장률 예측치가 0%대로 떨어져 있고 도널드 트럼프 정부발 관세 문제로 우리의 수출 경쟁력에 막대한 차질이 생겼다. 더구나 석유화학과 철강 등으로부터 그동안 잠재해 온 우리 산업의 위기가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대내외 경제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 경제위기를 현장에서 극복해 나가는 기업들을 옥죄는 각종 입법이 이뤄졌다. 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2·3조, 일명 ‘노란봉투법’이 통과해 노사분쟁의 비용과 불확실성이 막대해졌고 두 번에 걸친 상법 개정으로 기업들의 경영권에 큰 위기 요인이 발생했다. 이러한 입법들로 여러 외국인 기업이 떠나고 국내기업들도 해외로 옮겨 나간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이제는 우리 앞에 닥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선 정부는 경제 우선 국정운영을 선언하고 친기업-친시장 행보를 확실하게, 일관성 있게 대내외에 보여야 한다. 나아가 ‘탈정치-탈사법-탈 포퓰리즘’ 기조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이를 위해 여야 혹은 진영 간 정치·사회적 유불리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갈등을 해소하는 노력을 정부가 앞장서 해야 한다. 세 가지 특검과 각종 정치적 사건의 재판 과정이라는 블랙홀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경제를 최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뿐만 아니라 국회와 언론 그리고 시민사회도 국익 우선 공감대를 형성해 경제 우선 동조가 이뤄져야 한다. 더 이상 여러 매체를 통해 심화하는 정치·사회적 양극화에 나라가 휘둘려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그동안 이러한 양극화 과정에서 소외된 경제 전문가들을 포함한 지식인들의 목소리가 커져야 한다.

이번 경제위기는 그동안의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아마도 그 어느 나라보다 우리가 먼저 극심하게 겪게 될 가능성이 큰 위기가 될 것이다. 이미 통과된 노란봉투법과 상법의 시행이라도 늦추고 시행상 문제를 바로잡는 개정을 시도하거나 집행상 보완을 해야 한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