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K-산업, 미·중 압박…생존 시험대 오르다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기자의 눈] K-산업, 미·중 압박…생존 시험대 오르다

뉴스로드 2025-09-03 19:08:51 신고

3줄요약
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세계 산업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은 관세와 보조금으로 시장을 좁히고, 중국은 원자재와 결제망을 무기로 세를 넓히고 있다. 그 틈바구니에서 한국 철강·자동차·배터리 산업은 판로와 원가, 보조금과 원자재 사이에서 동시에 압박을 받으며 생존 전략의 전환점을 맞고 있다.

3일 톈진에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가 열렸고, 같은 날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는 전승절 80주년 기념식이 진행됐다. 이번 두 행사는 권위주의 국가들의 집합을 넘어선 메시지를 던졌다. 핵심은 무역·결제 질서의 균열이다. 러시아·중국은 이미 에너지 거래에서 위안화 결제를 확대했고, 유럽조차 ‘글로벌 유로’ 구상에 나섰다. 미국의 제재를 회피하려는 수요가 쌓이면서, 글로벌 무역에서 달러 패권의 균열이 가시화된 것이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이중 결제 시스템’에 직면한다는 의미다. 미국 시장에선 달러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체계에 맞춰야 하지만, 중국·러시아·신흥국 시장에선 위안화·로컬 통화 결제 네트워크에 적응해야 하는 구조다.

철강업계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판로와 원가 모두에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은 철강을 전략산업으로 분류해 25%의 고율 관세를 유지하고 있다. 대(對)미 수출 비중이 20%에 달하는 한국 철강사들은 가격 경쟁력 상실이 불가피하다.

동시에 중국은 세계 최대의 철강 원료 수입국이자 생산국으로, 탈(脫)달러 결제 확대 시 원료 거래에서 위안화 결제가 병행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 환헤지 비용과 결제 리스크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국 철강업계는 미국 수출길 축소와 중국 원료 의존 심화라는 이중 시장 리스크에 직면해 있으며,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원가 경쟁력 방어와 판로 다변화 전략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자동차 산업은 수출 판로와 내수 의존도 양측에서 동시에 위기를 맞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서만 연간 100만 대 이상을 판매하지만, 25% 관세가 부과될 경우 가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어려워진다. 여기에 IRA 전기차 보조금 역시 ‘북미 현지 생산’과 ‘비(非)중국산 원자재’라는 조건에 묶여 있어 제약이 크다.

반면 중국 시장은 이미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됐고, BYD 등 로컬 브랜드가 사실상 장악해 한국차의 점유율은 2%에도 못 미친다. 공급망 차원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면 원가 부담이 커지고, 늘리면 시장 점유율 축소가 불가피한 딜레마에 빠지는 구조다. 자동차 업계는 미국 보조금 체계에 맞춰 움직일지, 중국 내수 시장을 사실상 포기하며 원가 상승을 감내할지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다.

배터리업계는 전략적 중요성이 크지만 그 가치만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복잡한 줄타기를 요구받고 있다. 미국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통해 중국산 핵심광물 사용 비중이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북미 현지 생산을 확대하며 조건 충족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리튬의 6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는 현실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문제는 중국이 전 세계 리튬 정제 능력의 7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탈달러 결제망 확산이 현실화될 경우 원자재 거래에서 위안화 결제가 강제될 가능성도 커진다. 이는 환율·결제 리스크를 높이는 동시에 미국과의 통상 마찰을 불러올 수 있다. 배터리 3사는 IRA 보조금 확보와 중국 원자재 의존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 산업이 직면한 선택지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첫째, 미국 편승형 전략이다. IRA와 관세 체계를 전적으로 따르며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방식으로, 단기적으로는 미국 시장 접근과 보조금 혜택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러나 원가 상승과 함께 중국의 견제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둘째, 중국 공급망 연계형이다. 위안화 결제를 받아들이고 중국 원자재 의존을 유지·확대하는 전략으로, 원가 안정과 아시아 시장 확대가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 미국 시장에서 보조금 차단과 투자 제약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셋째는 이중 네트워크 병행형이다. 미국과 중국 양쪽의 결제망과 공급망을 동시에 운영하는 방식으로, 환헤지와 공급망 이중화 비용이 크게 늘지만 최소한 양쪽 시장 접근권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베이징에서 확인된 흐름은 한국 산업계에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다. 달러 중심의 무역·금융 질서가 흔들리고, 공급망 재편과 관세 전쟁이 동시에 전개되고 있다. 철강은 원가와 판로에서 동시에 압박을 받고 있고, 자동차는 미국의 관세와 중국 내수 붕괴라는 이중 위기에 직면해 있다. 배터리 역시 IRA 보조금과 중국 원자재 의존 사이에서 고초를 겪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이제 더 이상 한쪽을 선택하는 방식으로는 버틸 수 없으며,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체제를 동시에 운영할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영업 전략 차원이 아니라, 산업 생존을 좌우할 구조적 선택의 문제다. 동시에 정부 차원에서도 정책금융 지원을 넘어, 관세·보조금 협상과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산업과 외교가 결합된 총체적 대응이 필요하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Copyright ⓒ 뉴스로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