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에 노조 파업 ‘전방위 확산’

사진= 현대제철 제공

지난달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통과 이후 노조의 강성 기조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최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현대제철 경영진 3명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했다. 앞선 24일 노란봉투법 통과 직후 나온 첫 원청 대상 집단 고소다. 하청노조는 원청인 현대제철측의 자회사 설립이 직고용 회피를 위한 불법행위라며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확대해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대제철의 강성 기조에 맞춰 포스코 노조 또한 임금 7.7% 인상을 요구하며 회사 측이 제시한 인상안을 거부했다. 창사 57년 만에 첫 파업까지 검토 중이다. 대전의 한 경영학 교수는 “노란봉투법이 하청 노조까지 교섭 권한을 주고 파업 손실에 대한 청구까지 막아주다 보니 원청보다 근로 상황이 좋지 못한 하청이 더욱 강경하게 나갈 수 있는 명문을 만들어 주고 있다”며 “하청에 대한 사측의 양보는 원청까지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원청의 강경 기조도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원청 곳곳에서 강경 기조가 감지되고 있다. 정당한 쟁의행위의 범위가 더욱 넓어진 것과 맞물려 있다. 현대차 노조는 7년 만에 파업에 들어갔다. 교섭 난항 속에 3일부터 사흘간 울산·아산·전주공장에서 조합원 4만 2189명이 매일 2∼4시간씩 부분 파업을 진행한다. 약 4000명이 근무하는 아산공장도 포함된다. 앞서 노조는 기본급 14만 1300원 인상(호봉승급 제외), 전년 순이익 30% 성과급, 상여금 900%, 주4.5일제, 정년 64세, 퇴직금 누진제, 퇴직자 전기차 25% 할인, 통상임금 위로금(조합원당 약 2000만 원) 지급 등을 요구했다. 사측은 월 기본급 9만5000원, 성과금 400%+1400만 원, 전통시장상품권 20만 원, 주식 30주, 일부 수당 통상임금 확대 등을 제시했으나 결렬됐다. 철수설이 도는 한국GM 노조도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하루 4시간씩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조선업계 역시 연쇄 파업 가능성이 크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2일 오후 3시 전 조합원이 4시간 파업을 했고 3일엔 HD현대 3사 노조가 공동 결의대회를 열었다. 4~5일엔 파업 시간을 늘릴 예정이다. 노사는 지난 7월 기본급 13만 3000원 인상(호봉승급 포함), 격려금 520만 원, 특별금 100%, 성과급 지급을 담은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으나 조합원 총회에서 부결 거부됐다. 정부의 ‘마스가(MASGA)’ 추진에 따른 고용 안정·전환 배치 대책, 향후 성과 보장이 미흡하다는 이유다. 또 민노총 건설노조 일부 지부는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조도 94.98%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해 이달 26일 총파업을 예고했는데 주요 요구사항은 주4.5일제다. 지역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우리 법이 사용자 범위를 이미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고 하지만 노란봉투법이 파업을 더욱 야기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무분별한 파업으로 인한 손실은 결국 협력업체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정은한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