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부산)=신희재 기자 | "언니 농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상범(56) 부천 하나은행 감독은 2일 2025 BNK금융 박신자컵에서 덴소 아이리스(일본)에 59-92로 패한 뒤 취재진이 '남자 농구와 여자 농구의 차이'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이상범 감독은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남자 농구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다. 지난 3월 하나은행 사령탑으로 선임돼 올 시즌 처음 여자프로농구(WKBL) 무대를 밟았다. 덴소전이 공식전 2번째 경기였던 이상범 감독은 WKBL리그 전반에 퍼진 선후배 문화를 '언니 농구'라 지칭한 뒤 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상범 감독은 "왜 후배가 전반전 끝나고 선배에게 달려가서 '죄송하다'고 고개 숙이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 (상대팀 선배에게) 트래시 토크를 듣고 가만히 있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프로답지 못한 태도를 지적했다. 남자 농구에서는 본 적 없는 일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지난 시즌 부산 BNK의 우승에 기여하고, 새 시즌 드래프트 1순위로 하나은행에 입단한 포워드 이이지마 사키(일본)는 “일본 여자 농구는 코트 안에선 선후배 관계가 없다”면서 "선배를 밀어내겠다는 마음으로 해야 한국 농구 레벨이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밝혔다.
이상범 감독은 하나은행에 오기 전 일본 B2리그 고베 스토크스에서 1년간 코치로 활동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가장 큰 차이'에 대해서는 이지샷, 스피드, 인프라를 꼽았다. 이상범 감독은 "일본은 1000개 팀에서 대표팀 12명을 뽑고, 한국은 50개 팀에서 뽑는다.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이지마는 "일본은 속도를 살리면서 공격적인 패스가 많아져 70~80득점 경기가 나온다. 지난 시즌 한국은 40~50점 대 낮은 점수의 경기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한국 여자 농구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은메달, 2000년 시드니 올림픽 4강 등 오랜 기간 국제대회에서 굵직한 성과를 남겼다. 중국과 함께 아시아컵 최다(12회) 우승팀이기도 하다. 그러나 2010년대부터 세계무대는 물론 아시아권에서도 점차 밀려나는 추세다.
박신자컵에서도 4일 차까지 WKBL리그 팀들은 해외팀과 맞대결에서 1승 7패로 크게 밀렸다. 덴소에서 뛰는 일본 국가대표 센터 다카다 마키는 "어릴 때 한국은 강팀의 이미지가 있었다. 슛도 잘하고 스틸도 잘했다"고 회상하면서 "한국이 예전에 했던 걸 참고하면 어떨까 싶다"고 조언했다.
박신자컵을 한국 여자 농구의 부족한 점을 파악하고 보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번 대회 우승 후보인 카사데몬트 사라고사(스페인)와 후지쯔 레드웨이브(일본)는 서로 다른 유형의 강팀이다. 사라고사는 신장 190cm 이상이 4명일 정도로 높이에 강점이 있고, 박신자컵 디펜딩 챔피언인 후지쯔는 빠른 속도와 정교함을 갖췄다. 이들을 조별리그 A조 첫 두 경기에서 만난 하상윤 용인 삼성생명 감독은 "두 가지 유형을 연습하면서 선수들이 좋은 경험을 했다. (시즌을 치르는데) 많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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