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곽한빈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일 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전승절)을 맞아 “중국 인민은 강대한 적에 맞서 불굴의 의지로 싸웠다”며 항일 전쟁의 성과를 자국 주도의 승리로 강조했다. 이날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함께 성루에 올라, ‘반서방·반미 연대’를 상징하는 역사적 장면이 연출됐다.
시 주석은 이날 오전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 연설에서 “중국 인민은 혈육으로 만리장성을 쌓아 현대 역사상 처음으로 외세 침략에 맞서 완전한 승리를 거뒀다”며 “중화민족은 폭력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인한 민족”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의와 악, 빛과 어둠, 진보와 반동의 투쟁에서 민족의 생존과 인류의 정의를 위해 싸워왔다”고도 덧붙였다.
◇“다시 선택의 기로…평화냐 전쟁이냐”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직접적으로 거론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미국을 겨냥해 현 국제 질서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내놓았다.
시 주석은 “역사는 인류의 운명이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음을 경고한다”며 “세계는 다시 평화와 전쟁, 대화와 대결, 윈윈 협력과 제로섬 게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국가와 민족이 서로를 평등하게 대하고 화합해야만 공동 안보와 인류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 인민은 인류 문명의 진보라는 올바른 길에 굳건히 서서, 평화 발전의 길을 견지할 것”이라며 “세계 각국 인민과 함께 인류 운명공동체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역설했다.
◇김정은·푸틴과 톈안먼에…66년 만의 ‘반미 망루 연대’
이날 열병식에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나란히 톈안먼 망루에 등장했다. 북중러 정상급 지도자가 톈안먼에 함께 선 것은 탈냉전 이후 처음이며, 1959년 김일성·마오쩌둥·흐루쇼프의 회동 이후 66년 만의 역사적 장면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반미·반서방 연대의 외교적 상징성이 극대화된 셈이다. 이날 한국에서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의전상 두 번째 인물로서 열병식에 참석했다.
◇DF-5C·DF-26D 공개…“주권·영토 반드시 수호”
연설 직후 시 주석은 무개차를 타고 톈안먼 앞 창안제에 도열한 병력과 장비 부대를 사열했다. ‘퉁즈먼 하오’(동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라는 구호에 병사들은 “주시하오(주석님. 안녕하십니까)”, “웨이런민푸우(인민을 위해 봉사할 따름입니다)”라고 일제히 화답했다.
이날 열병식에서는 총 45개 부대가 참가했으며, 공중과 지상에서 신형 무기 체계들이 총망라됐다. 특히, 전 지구 타격 가능 핵미사일 DF-5C, 2019년 DF-41의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DF-61, ‘괌 킬러’ DF-26의 개량형 DF-26D, 요격미사일 HQ-29 등이 처음 공개되며 군사적 존재감을 과시했다.
공중에선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J-20S, J-35A, 각종 전폭기·수송기·무인기 등이 편대를 이뤄 상공을 누볐다. 특히 헬기 편대는 중국 국기를 호위하며 ‘80’ 숫자 대형을 연출했다.
행사 마지막엔 비둘기 8만 마리와 풍선 8만 개가 동시에 하늘로 날아오르며 평화를 상징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열병식 전 과정은 관영 CCTV와 각종 SNS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CCTV와 각종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열병식 전 과정이 생중계됐으며, 톈안먼 광장에는 외국 사절단과 참전 노병, 각계 인사 등 4만여명이 현장 관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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