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김건희씨의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특검)이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게 8일 출석을 통보했다.
통일교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자금과 조직을 지원한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한학자 총재의 '정교일치' 이념에 따라 윤 전 대통령 측에 접근했고 김건희씨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등에게 금품을 건넸다고 의심하고 있다.
"한학자, '정교일치' 위해 尹에게 접근"
김건희특검팀은 한학자 총재에게 오는 8일 특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는 내용의 통지서를 보냈다.
한 총재는 과거 통일교 2인자 격인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을 통해 교단 현안을 청탁하고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김건희씨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앞서 윤 전 본부장을 구속 기소하면서 이러한 내용을 적시했다.
먼저 특검은 윤 전 본부장이 지난 2022년 1월 5일 한 총재의 승인 하에 권 의원에게 1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권 의원은 같은 해 2월 8일 한 총재가 거주하는 경기도 가평군 통일교 천정궁을 방문했고 한 총재가 '앞으로 통일교는 윤 후보를 돕겠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감사 표시를 했다고 특검팀은 공소장에 적었다.
이후 윤 전 본부장과 한 총재 등은 대선을 약 한 달 앞둔 2월 13일 통일교 행사 '한반도 평화서밋'에서 윤 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의 면담을 주선하기도 했다.
또 한 총재가 그해 3월 윤 전 본부장과 5개 지구회장, 기관장 등 120명을 모아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고, 이후 통일교의 인적·물적 자원을 이용해 윤 전 대통령의 대선을 적극적으로 도왔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윤 전 본부장이 지난 2022년 4~7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씨에게 ▲샤넬백 2개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 ▲천수삼 농축차 등을 건네면서 통일교 현안을 청탁했다는 혐의도 공소장에 담았다.
통일교의 청탁내용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개발사업 지원, 통일교 YTN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러한 범행 배경에 한 총재의 '정교일치' 이념이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즉, 윤 전 본부장이 한 총재의 지시에 따라 2022년 대선에서 통일교 현안을 정부 정책으로 수용하는 것은 물론 교단과 우호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후보를 물색해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를 적임자로 지목했다는 것이다.
통일교 청탁 ODA, 정부 정책에 반영
"김건희, 통일교에 집단 입당 요청"
특검팀은 실제로 통일교의 청탁이 윤석열 정부 정책으로 구현된 정황도 포착했다.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3월 22일 권성동 의원의 안내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을 1시간가량 접견했다고 특검에 진술했다.
이 자리에서 윤 전 본부장은 제5유엔사무국 설치·아프리카 프로젝트 등 교단 현안 비용을 공적개발원조(ODA)로 충당해달라고 요청했고, 윤 전 대통령은 '함께 논의해 재임 중 이룰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한다.
이후 그달 30일 외교부 외교안보분과가 작성한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는 아프리카 ODA를 2배로 증액하는 내용의 외교 비전 발표 계획이 담겼다.
또한 그해 11월에는 김건희씨가 케냐 영부인과 환담 중 '아프리카 새마을운동'을 거론했고, 2024년 6월 윤 전 대통령이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아프리카 ODA 규모를 2030년까지 100억 달러(약 14조원)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관련 메시지가 꾸준히 나왔다.
통일교 주요 현안이었던 캄보디아 개발 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도 눈에 띄게 늘었다.
2022년 12월 '한국-캄보디아 우정의 다리' 사업 관련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이 승인됐고, 이듬해부터는 해당 사업 ODA 예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2023년 예산으로 약 2억원이 배정됐으나 2024년에는 약 50억원으로 뛰었고, 2025년에는 약 588억원까지 증액됐다. 2024년 5월에는 캄보디아 EDCF 차관 지원 한도액도 2022년부터 2030년 사이 30억달러(약 4조원)로 증액됐다.
특검팀은 청탁 내용이 정부 정책에 반영된 것은 대선 때 통일교가 윤 전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JTBC는 지난달 20일 윤 전 대통령이 대선에 당선된 직후인 지난 2022년 3월 30일 윤 전 본부장과 김건희씨의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윤 전 본부장은 통화에서 "교회만 아니라 학교, 대한민국 조직 기업체까지 동원한 거는 처음"이라 말했고, 김씨는 "선생님, 너무 감사하다"고 답했다.
특검팀은 김건희씨가 통일교에 '집단 입당'도 요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이 2023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통일교 교인들을 입당시켜 권성동 의원을 당 대표로 미는 방안을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논의했는데 이에 앞서 김건희씨가 전씨를 통해 윤 전 본부장에게 요청했다는 것이다.
한학자 "불법 청탁·금전 거래 지시안해"…출석 앞두고 병원 입원
'특수통' 변호인단 구성…'李정부 첫 민정수석' 오광수 합류
이러한 특검의 주장에 대해 한학자 총재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한 총재는 지난달 31일 "어떤 불법적인 정치적 청탁 및 금전 거래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통일교도 지난 1일 "한 총재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말한 적도 없고 부정한 자금 거래나 청탁, 선물 제공을 승인한 적도 없다"며 "어떤 불법적인 정치적 청탁 및 금전 거래를 지시한 사실도 없다"면서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한 총재는 특검팀의 소환 통보를 받은 후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산병원 측이 입원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한 총재는 경기도 가평에 있는 통일교 재단 소유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이재명 정부 첫 대통령실 민정수석이었던 오광수 변호사 등 특수통 출신 고위 전관 변호사로 변호인단을 꾸린 것으로 전해진다.
오 변호사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중수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검사를 지낸 특수통 출신으로 꼽힌다. 그는 이 대통령과 동기인 사법연수원 18기로 현 정부 첫 민정수석에 임명됐지만 검사 시절 차명재산 의혹이 불거져 닷새 만에 물러났다.
이 대통령의 2018년 공직선거법 사건 변호를 맡았던 강찬우 법무법인 LBK평산 변호사도 한 총재 측에 법률 자문을 건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변호사도 이 대통령과 같은 사법연수원 18기로 대검 중수3과장, 반부패부장과 수원지검장 등을 거쳤고 삼성특검 파견검사로 일하는 등 대형사건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