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핵보유국 인정한 모습", "시진핑 북한 답방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박수윤 김지연 기자 =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주석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모습을 연출, 이번 방중의 전략적 목표를 이미 달성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해 시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열병식을 내려다보는 망루 중앙에 나란히 섰다.
시 주석을 가운데 두고 김 위원장이 그의 왼쪽, 푸틴 대통령이 오른쪽에 서서 북중러 정상이 함께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특히 열병식 도중 나란히 앉아서 통역으로 추정되는 인원들을 뒤에 두고 몸을 상대 쪽으로 기울여 긴밀히 대화하는 장면도 보여줬다.
66년 전인 1959년 신중국 건국 10주년 기념 열병식 때는 김일성이 참석해 마오쩌둥과 떨어진 자리에서 망루 위에 선 적이 있는데, 김 위원장은 할아버지보다 중국 최고 권력자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간 것이다.
김일성이 1954년 중국 열병식에서는 마오쩌둥 바로 옆에 선 적도 있기는 하나 중국의 현재 위상이 1950년대와 비교할 수 없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은 망루에서의 자리 배치 및 시 주석과의 밀담 장면만으로도 이번 방중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이화여대 북한학과 박원곤 교수는 "사진 한 장만으로도 김정은은 국내외적으로 성공한 것"이라며 할아버지도 쉽게 다가가지 못했던 중국 지도자의 지근거리를 차지한 것이 김 위원장의 "정치적 승리"로 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두진호 유라시아센터장은 김 위원장의 방중 자체가 중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일정 부분 인정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그 상태에서 북미 대화와 핵 군축을 용인하는 모습이 아닌가 한다"고 해석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을 통해 그간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펼쳐 온 러시아 편중 외교를 해소하고 전쟁 이후의 '반미 파트너'로 중국을 택해 몸값을 올리면서 체제 생존을 위한 뒷배를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 그간 북한으로부터 병력·무기를 지원받고 첨단 군사기술을 대가로 제공하는 '악어와 악어새' 관계에 있었던 러시아가 북한과 중국 간의 관계 복원을 어느 정도 용인했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두진호 센터장은 "러시아는 한미일 안보협력이 러시아의 이익에 위협이 된다고 본다"며 러시아가 김 위원장의 방중을 측면에서 견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중국 입장에서는 국제사회에서 '문제 국가'로 취급받는 러시아·북한과 적극적으로 연대하지는 않겠지만, 은연중에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를 형성해 가면서 미국에 대항하는 카드로 가꿔 나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측면에서 통일연구원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내달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 시 주석의 방북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봤다.
홍 위원은 "다른 계기에 방북한다면 상당한 명분이 필요하겠지만, 이번엔 답례 형식이 된다"며 "중국은 10월 말 APEC 정상회의 이전에 북중 관계를 과시해 레버리지를 확보하는 부분도 필요할 것"이라고 봤다.
jk@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