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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정부가 공공기관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기관장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물어 해임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 마련에 나섰다. 단순한 경고나 주의 조치를 넘어, 제도적으로 문책 수위를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들 중심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및 산하기관 자료(8월 기준)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건축물·도로·철도·공항 등 주요 건설 현장 2015곳에서 보고된 벌점, 과태료, 시정명령 등 행정조치 건수는 총 5372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추락 방지 미흡, 가설 구조물 설치 불량 등 안전관리 위반 사항이 3157건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시공관리 미흡 1299건, 품질관리 부실 387건, 기타 사례가 542건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상황에, 지난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8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공기관의 안전관리 책임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형사적 책임과 별개로 기관장을 해임할 수 있는 행정적 제재 수단을 별도로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는 형식적인 처벌을 넘어서 실질적인 인사 책임으로까지 안전 리스크를 확장하겠다는 정부의 강경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제도가 현실화되면 가장 먼저 영향권에 들 수밖에 없는 곳은 국토부 산하기관들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9월까지 6년간 사망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공기업 5곳 중 4곳이 국토교통부 소속이다.
최다 사망자는 한국도로공사에서 나왔다. 총 36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고, 이 가운데는 고속도로에서의 교통사고 처리 중 발생한 사망사고뿐 아니라, 지난 2월 세종~안성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구조물 붕괴 사고로 숨진 4명의 근로자도 포함돼 있다.
그 뒤를 한국전력공사(33명), 한국토지주택공사(29명), 국가철도공단(11명), 한국철도공사(10명)가 이었다. 한전을 제외하면 상위권 대부분이 국토부 산하 기관이다.
문제는 이러한 소규모 현장에는 전담 안전관리자 배치 의무조차 없다는 것이다. 안전 체계 자체가 취약할 수밖에 없으며, 사고 발생 시 점검이나 대응 체계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일각에선 현장에서의 구조적 문제를 감안하면, 단순히 책임만 묻는 방식은 오히려 미봉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대재해에 대한 무관용 원칙은 동의하지만, 형사처벌에 더해 해임까지 가능해지면 기관장 입장에서는 일종의 이중 족쇄가 될 수 있다"며 "문책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장 중심의 실효성 있는 안전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토부는 2026년 예산을 역대 최대 62조5000억원으로 확정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정부 전체 총 지출(728조원) 중 8.6%를 차지한다.
특히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간선 교통망 확충에 8조5000억원을 투입하고, 항공·철도·도로 등 안전 투자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조치가 실제 법제화로 이어질 경우, 국토부 산하 기관들은 예산 확대와 더불어 보다 강도 높은 안전관리 책임까지 떠안게 되는 만큼, 제도 변화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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