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리딩뱅크를 수성한 신한은행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노력 속에서 부담 요인을 안게 됐다. 당국이 소비자 보호와 상생 기조를 강화한 데 맞물려 과징금과 출자금 부담 등이 커져서다.
이에 따른 밸류다운 가능성은 신한은행만이 아니라 은행권이 당면한 문제로 타개책이 필요하다. 이 가운데 신한은행이 선전하고 있는 해외사업 부문은 위기 돌파구가 될 수 있어 주목된다.
해외사업 부문은 여전히 블루오션으로 어떤 전략을 짜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리는 영역이다. 신한은행은 인수합병(M&A)으로 빠른 현지화 전략을 구사한 결과 최근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무거운 과징금과 출자금
신한은행은 다른 주요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올해 세금 폭탄을 맞을 상황에 놓이며 밸류업에 비상이 걸렸다.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각각 심사 중인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과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 담합 관련한 과징금만 수조원대로 예상돼면서다. 지난달 28일엔 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 간담회에서 ELS 불완전판매를 언급하면서 관련 제재 조치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ELS 판매액은 은행권에서 두 번째로 많은 2조3701억원으로 ELS 과징금은 최대 1조원 내외가 예상된다. 금감원은 이르면 이달 내 열릴 제재심의위원회에 ELS 과징금 부과안을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다. 금융위가 지난 7월 개최한 정례회의에서 과징금 부과기준을 판매수수료가 아닌 판매금액(투자원금)의 50% 이내로 봐야 한다고 보면서 예상되는 과징금 규모가 커졌다.
LTV 담합에 대한 은행권 과징금도 1조원 대로 짐작되면서 업계는 신한은행에는 2500억원에서 최대 5000억원 이내가 부과될 거라 보고 있다. 과징금 수위는 이르면 올해 말 공정위가 개최하는 전원회의를 통해 확정된다. 다만 해당 징계에 대해서는 담합이 맞는지에 대한 의견이 아직까지 분분하다. 은행권이 사전에 정보를 공유하는 차원인 만큼 과징금은 과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은행 독과점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주장으로 크게 갈린다.
정책 지원 부담도 크다. 새 정부 정책으로 은행권은 교육세 인상, 국민성장펀드 출자, 배드뱅크(장기연체채권채무조정) 설립 지원 등에 이어 보이스피싱 피해도 분담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은 추가적인 교육세로 1039억원, 배드뱅크 출자금으로 600억원 정도 등을 감당하게 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한다. 국민성장펀드 또한 정부가 최대 150조원에 달하는 기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어 신한은행도 출혈이 불가피해졌다.
빨간불 켜진 밸류업
대거 과징금과 출자금 지출이 예상되며 신한은행은 자본비율 하락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상반기에 리딩뱅크를 차지했던 만큼 하반기까지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선 실적 선방이 관건인데 실적이 하락하면 자본비율도 불가피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현행법상 과징금은 최대 수조원까지도 가능해 하반기의 자본금이 줄어들 뿐 아니라 밸류업 핵심 요소인 위험가중자산(RWA)과 보통주자본(CET1)비율 관리에도 치명적이라 신한은행은 고민이 더 크다. 과징금은 운영 리스크로 인식돼 이에 6.7배에 달하는 RWA를 10년 동안 쌓아야 해서다.
과징금이 1조원이라면 6조7000억원이 별도로 RWA로서 묶이게 된다. 이에 지난 상반기 신한금융의 CET1비율은 13.59%였기에 0.5%p 하락한다면 13%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 상반기 신한금융의 은행 의존도가 60% 후반이었고 하반기 자사주 6000억원, 오는 1월 2000억원을 취득할 예정이기에 자본금 유실이 클 전망이다.
이같은 부담은 은행권에 잇따른 악재로 작용하면서 다른 은행주와 마찬가지로 신한금융 주가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14일 7만1800원까지 올랐던 종가는 지난달 13일부터 하락세로 전환해 지난 2일 기준 6만4900원을 기록했다.
해외 진출, 밸류업 타개책
은행권이 봉착한 실적‧밸류업 위기를 극복할 방도에 대해 전문가들은 해외 진출이 답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를 감안하면 신한은행은 이미 그 길을 타개책 삼아 독보적인 길을 가고 있다. 문제를 극복할 여지는 충분하다는 얘기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외 진출에 무게를 둬온 신한은행은 국내에 안주하지 않고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현지화 전략을 활용해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상반기 4대 시중은행의 해외법인이 순수익으로 총 4652억1300만원을 거둔 가운데 이중 신한은행만 3151억5100억원을 달성하며 67.74% 수익 비중을 차지했다. 다른 은행들의 순익은 최대 726억8100만원이었으며 가장 적은 은행은 324억9600만원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국내 정세가 은행들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하게 됐다면서도 그 원인을 은행들이 국내 이자 사업에 지나치게 의존한 결과라고 봤다.
상명대학교 서지용 경영학부 교수는 더리브스 질의에 “(은행들이) 이자이익이 과도하게 나오니 정부 타깃이 되는 것 같다”며 “밸류업을 하려면 미국은행처럼 신사업을 해서 금리 수준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가 돼야 되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해외 진출 등 모험자본을 적극적으로 투입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언급됐다.
이화여대 채상미 경영학과 교수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은행권이 가계대출로 많은 수익을 내긴 했는데 앞으로는 다양한 투자은행(IB)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기업에 전폭적으로 투자하고 기술 발굴 및 사업화시키고 펀드도 제공하고 이런 것들로 글로벌 경쟁력도 확보하지 않으면 금융 소매 금융에 집중된 비즈니스 모델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종합해보면 은행주가 저평가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은행들이 주로 국내 사업에만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밸류업을 이루려면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신한은행은 밸류업을 위한 본질에 충실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한성대학교 김상봉 경제학과 교수는 더리브스 질의에 “은행들이 우리나라 내에서만 해결하고 있는데 은행법 개정 등을 통해서 해외로 뻗어나가거나 하는 걸 도와줘야 되는데 이익이 계속 남으니까 (정부에서) 각종 세금을 매기는 거다“라며 ”은행들이 국내에서만 영업하니 밸류업이 될 수 없는데 이자장사 대출에 우리나라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법적 규제를 많이 가할 사업이다“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신한은행은 글로벌 시장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으며, 은행 손익에서 해외 부문의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현지화 전략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사업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겠다”라고 언급했다.
양하영 기자 hyy@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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