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 금융산업에 디지털 전환이 가속되면서 주거래은행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에전에는 거래 규모가 크고 거래가 많으면 주거래은행이란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핀테크·빅테크의 금융업 진출로 업종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디지털 금융이 일상화되면서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짐에 따라 브랜드 충성도가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소비자들은 이제 주거래은행이 주는 안정감이나 익숙함보다 본인이 필요한 맞춤형 금융솔루션이나 금융 거래의 효용을 느낄 수 있는 필요충분은행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소비자의 고객 충성도는 갈수록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는 디지털 전환으로 업종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금융권이 마케팅 비용을 늘리고 있지만 고객 충성도는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하나금융연구소의 설문에 따르면, 금융소비자의 87.2%는 시중은행간 경쟁력에 큰 차이가 없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큰 차이를 느꼈다는 비중은 단지 12.8%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또한 10명 중 6명은 은행 거래 시 이탈 경험이 있는데 부정적 경험이 없더라도 거래를 축소·중단하는 경우가 42%로 나타났다.
윤선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소비자에게 주거래은행이란 거래 규모가 아닌 오랜거래나 잦은 거래로 정서적 친밀감이 쌓여 공고하게 거래를 유지하는 곳을 의미한다"면서, "그런데 최근 4년동안 주거래은행의 충성도는 약화되고 필요한 상품·서비스 이용에 따라 주거래은행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 연구위원에 따르면, 금융 소비자는 필요 시 스스로 정보를 찾고 판단할 수 있을 만큼 금융 역량이 개선됐으며 금융기관은 상향된 서비스 품질을 기반으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만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소비자는 주거래은행 한 곳의 관리에 의존하기보다 본인에게 유리한 특징을 취사선택하는 차원에서 영리하게 거래를 분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보다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것이 기업의 성장에 유리하게 본다. 충성 고객은 동일 브랜드의 추가 구매에 우호적이고 타인에게 추천할 가능성도 높아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큰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인 '큐잇(Queue-it)'에 따르면, 고객 유지율이 5% 증가하면 수익은 25% 증가하고 회사 매출의 65%가 기존 고객의 재구매를 통해 발생한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면 이는 곧 여·수신 확대 및 비이자수익의 성장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은행권은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다방면으로 움직이고 있다. 특히 주요 은행권은 슈퍼앱 구축을 통해 금융과 비금융을 아우르는 종합금융플랫폼으로 도약하고 있다. 단순 금융 업무를 떠나 생활 전반에 걸친 맞춤형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해 고객 니즈를 충족시키고 충성도를 높이겠다는 심산이다.
또한 소비자에게 차별적 경험과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비(非)금융사와 제휴가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케이뱅크는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무신사·무신사페이먼츠와 라이프스타일 커머스 기반 금융 혁신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3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무신사를 이용하는 고객을 위한 차별화된 금융 상품 및 서비스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스타벅스 제휴 상품을 내놓았으며 ‘금융과 쇼핑’을 결합한 최초의 금융 패키지 서비스인 '쓱KB은행' 제공을 위해 SSG닷컴과 업뮤협약을 체결했다. '쓱KB은행'은 SSG닷컴 내에서 KB국민은행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뱅크 인 플랫폼(Bank in Platform)' 형태로, 개인 고객과 입점 사업자 모두가 SSG닷컴 내에서 직접 금융 상품에 가입하고 필요한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카카오뱅크는 유통·라이프스타일·콘텐츠·편의점 등 다양한 업계와 제휴를 통해 저축과 일상생활에 필요한 혜택을 제공하는 26주 적금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저축의 재미뿐 아니라 파트너사의 각종 혜택이 인기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출시 7년 만에 누적 계좌수가 3000만좌를 넘어섰다.
하나은행은 반려동물 장례서비스 제공 업체인 펫포레스트와 업무협약을 맺고 ‘프리미엄 반려동물 장례서비스 할인 혜택’을 선보였다.
윤선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금융소비자는 주거래은행에 대한 애착이 확고하지 않아 거래 상황과 타행 비교를 통한 조용한 이탈이 많아지고 있다"며, "할인 보상 등의 혜택에 초점을 맞추고 소비자라이프 전반에 몰입을 높이기 위한 로열티 프로그램을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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