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헌, 뉴욕을 블랙으로 마신 날

@jiheonnibaek

타임스스퀘어의 거대한 전광판들이 분홍빛으로 물든 저녁, 백지헌이 시원한 음료를 한 손에 든 채 가벼운 걸음을 옮긴다. 월드투어 ‘NOW TOMORROW’의 미국 일정 시작점인 뉴욕에서 포착된 그의 이날 룩은 도시의 리듬과 정확히 맞물린다.

얇은 스트랩이 어깨선을 드러내는 블랙 슬립 드레스, 손에 말아 쥔 라이트 웨이트 트랙 자켓, 그리고 유광 퀼팅 텍스처의 체인 미니백까지—all black이지만 답답하지 않은 이유는 실루엣과 소재의 밀도를 적절히 낮췄기 때문이다.

미세한 광택이 도는 드레스 원단은 신호등과 네온사인의 빛을 부드럽게 받아들이고, 사선으로 떨어지는 체인의 금속감이 도시적 리듬을 더한다. 헤어는 클로클립으로 높게 집어 올린 번 스타일. 뒤통수 볼륨을 살짝 띄워 올려 목선을 길게 연장해주고, 앞머리 가닥을 몇 올 내려 얼굴 윤곽을 유연하게 정리했다. 작은 실버 목걸이 하나로 쇄골 포인트를 정리하며, 과한 액세서리 없이도 매끈한 ‘깊이’를 확보한 것이 핵심이다.

디테일을 들여다보면 라인 설계가 더 명확해진다. 드레스의 상의 부분은 직선에 가까운 네크라인으로 쇄골과 어깨의 수평을 강조해 ‘직각어깨’ 실루엣을 시각적으로 보정한다. 허리는 다트로 가볍게 들어가 있어 허리-골반 라인을 부드럽게 만들어주고, 스커트는 일자 라인에 가까운 A-스트레이트 하이브리드. 걷거나 컵을 드는 미세한 동작에서도 원단이 크게 출렁이지 않아 사진에 ‘선명한 윤곽’이 남는다. 같은 블랙이라도 텍스처를 달리한 아이템의 조합—예컨대 매트한 드레스 + 유광 퀼팅백—은 뉴욕의 콘크리트와 네온을 동시에 품은 이날의 배경과도 호흡이 맞는다. 음료의 선명한 베리 컬러가 자연스러운 컬러 포인트 역할을 하며, 손에 쥔 메탈릭 프레임의 스마트폰이 또 하나의 미니 액세서리처럼 빛난다.

실무적인 이동 동선이 많은 투어 초반 일정에서 이 코디가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가벼움’과 ‘변주 가능성’이다. 트랙 자켓을 어깨에 둘렀다 벗었다 하기만 해도 사진의 분위기가 즉시 바뀌고, 체인백은 크로스로 멜 경우 길거리 스냅에서 더 경쾌한 비율을 만든다. 뉴욕이라는 도시적 맥락도 빼놓을 수 없다. 타임스스퀘어의 과감한 색채와 다면광원이 쏟아지는 환경에서는 색보다 라인이 더 강하게 읽힌다. 얇은 스트랩과 고정밀 솔기, 미니멀한 장식의 블랙 드레스가 ‘빛의 간섭’을 최소화해 얼굴과 제스처가 중심이 되도록 돕는다. 결과적으로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의 눈빛과 입매, 쇄골 라인과 팔의 매끈한 각도에 머문다.

실제 착용 팁도 간단하다. 첫째, 슬립 드레스는 네크라인 각도를 자신의 어깨 너비와 맞추면 사진 비율이 좋아진다. 수평에 가까운 직선 네크라인은 쇄골을 넓어 보이게 해 상체 비율을 확 끌어올린다. 둘째, 블랙 원톤일수록 텍스처를 섞자. 드레스는 매트, 가방은 유광 퀼팅, 아우터는 트랙 소재처럼 광택과 표면감이 다른 조합을 구성하면 심심함이 사라진다. 셋째, 헤어는 높게 묶어 목선을 비우되, 클로클립이나 집게핀에 작은 비즈·메탈 장식을 더하면 뒷모습 컷도 살아난다. 마지막으로, 이동 중에는 소형 체인백 + 손에 드는 라이트 자켓 조합이 가장 효율적이다. 손이 바쁜 투어 일정에서도 실루엣을 해치지 않고, 순간순간의 포즈 전환이 쉽다.

이번 룩이 지닌 트렌드적 의미는 ‘도시 미니멀의 리프레시’다. 거대한 간판과 헤드라이트, 지나치는 사람들의 컬러가 공간을 채우는 도심에서는 착장 자체를 과하게 튜닝하기보다 선·면·텍스처의 대비로 존재감을 확보하는 방식이 유효하다. 백지헌은 그 공식을 정확히 적용했다.

월드투어 ‘NOW TOMORROW’의 뉴욕 일정과 더불어, 최근 tvN STORY ‘벌거벗은 한국사2’ 합류 소식까지 이어지며 무대와 예능 두 축을 동시에 확장 중인 그의 현재가, 이 미니멀한 블랙으로 선명하게 말이 된다. 무대를 벗어난 거리의 한 컷조차 ‘지금의 방향성’을 또렷하게 보여주는 장면—뉴욕에서 블랙을 마신 이날이 바로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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