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오명희
공부하러 서울 간 똑순이 누나
일 찾아 서울 간 똑독이 형아
누나가 쓰다만 화장품 냄새
형아가 두고 간 운동화 두 짝
누나가 보고 싶나봐
형아가 보고 싶나봐
시골집은 오늘도
고개가 아파요.
그리움이 남긴 흔적
사람의 감정 가운데 그리움처럼 맑은 게 어디 있을까. 순백의 얼음 같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물에 비친 달의 얼굴이라고 해야 할까. 이 동시는 서울 간 누나와 형아를 그리워하는 아이의 마음을 담았다. 재미있는 것은 누나와 형아가 두고 간 그리움의 흔적이다. 누나는 ‘화장품 냄새’로, 형아는 ‘운동화 두 짝’으로 보여준다. 왜 아이가 직접 보고 싶다고 하지 않고 그것들이 보고 싶다고 했을까. 이게 더 간절한 그리움을 표현하는 문학적 기법이다. 자기 대신 뭔가를 내세워 은근슬쩍 감정을 표현했을 때 몇 배의 효과를 낸다. 사랑도 마찬가지. “나 너 좋아해” 하는 것보다 “내 그림자가 말이지, 너를 많이 좋아하나 봐” 했을 때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가. 문학에 있어 비유는 요리의 양념이자 소스다. ‘시골집은 오늘도/고개가 아파요.’ 이 또한 얼마나 가슴을 울리는 구절인가. 아이의 마음을 시골집이 대신해 주고 있다. 오명희님은 적잖은 나이에 첫 동시집을 낸 이후 꾸준히 동시를 쓰고 있다. 손자 손녀들과 함께 문학 속에서 삶의 즐거움과 행복을 누리고 있는 중이다. 해서 말인데, 글쓰기는 혼자서 갖고 놀 수 있는 가장 좋은 ‘장난감’이라는 사실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특히 노후엔.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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