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의 건조한 사막 지대 바위틈에는 한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파충류가 숨어 산다. 머리에는 뿔처럼 돌기가 솟아 있고, 꼬리는 방망이처럼 단단하다. 몸 전체가 뾰족한 비늘로 덮여 있어 마치 중세 시대 기사들이 입던 갑옷을 떠올리게 한다.
이 독특한 외형 덕분에 사람들 사이에서는 ‘작은 공룡’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정식 명칭은 아르마딜로 도마뱀(Armadillo girdled lizard)으로, 방어 행동 때문에 이름에 ‘아르마딜로’가 붙었다. 천적이 다가오면 몸을 둥글게 말아 꼬리를 입에 물고 몸을 빙 둘러 가시로 무장한 채 방어하는 모습이 실제 아르마딜로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아르마딜로 도마뱀의 생김새와 특징
아르마딜로 도마뱀은 몸길이가 15~20cm 정도로 크지 않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위압적인 느낌을 주는데, 이는 몸 전체를 덮은 단단한 비늘 때문이다. 비늘은 마치 갑옷 조각을 이어 붙인 듯 겹겹이 겹쳐져 있고, 끝은 뾰족하게 튀어나와 가시처럼 보인다. 머리 부분에는 작은 뿔처럼 솟은 돌기가 있어 정면에서 보면 강한 인상을 준다. 꼬리는 두껍고 단단해 공격을 피하거나 위협할 때 방망이처럼 흔들며 사용한다.
무엇보다 독특한 점은 방어법이다. 일반적인 도마뱀은 위험을 느끼면 도망가거나 꼬리를 끊고 달아나지만, 아르마딜로 도마뱀은 몸을 동그랗게 말아 꼬리를 입에 물어 완전히 닫힌 원형을 만든다. 이렇게 되면 몸 전체의 가시가 바깥으로 드러나 포식자가 쉽게 물거나 삼킬 수 없다. 겉보기에는 작은 바위나 가시 덩어리처럼 보여 천적이 흥미를 잃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자신을 스스로 공 모양으로 만드는 방어법은 파충류 중에서도 드물어 학계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이 도마뱀은 성격이 비교적 온순해 인간에게 공격성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위협을 받을 때의 방어 자세는 작은 체구에 비해 놀라운 위엄을 보여준다.
서식지와 생태
아르마딜로 도마뱀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건조하고 햇볕이 강한 사막 지대에서 주로 발견된다. 주로 바위가 많은 산악 지대나 사막 가장자리 돌 틈에 숨어 산다. 낮에는 뜨거운 햇볕을 피하기 위해 바위 그늘에서 몸을 식히고, 기온이 적당해지는 아침과 늦은 오후에 활동한다.
개미, 거미, 딱정벌레, 애벌레 등을 즐겨 먹으며, 좁은 바위틈을 돌아다니며 사냥한다. 크기가 작은 만큼 한 번에 많이 먹지는 않지만, 하루 활동량이 많아 끊임없이 먹이를 찾아 나선다. 사막 환경은 먹이가 부족하므로 먹이를 발견했을 때 놓치지 않는 것이 생존의 열쇠다.
또한 특이하게도 무리를 이루어 생활하는 습성을 보인다. 일반적인 도마뱀은 혼자 지내는 경우가 많지만, 아르마딜로 도마뱀은 가족 단위로 모여 살기도 한다. 한 바위틈에서 여러 마리가 함께 발견되는 경우도 다. 이는 천적이 많은 척박한 환경에서 서로를 보호하고 생존율을 높이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번식 방식도 특이하다. 대부분의 도마뱀이 알을 낳는 데 반해 아르마딜로 도마뱀은 난태생으로 새끼를 직접 낳는다. 보통 한 번에 1~2마리의 새끼를 낳는데, 이는 번식력이 낮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번식 속도가 느린 만큼 개체 수가 쉽게 줄어들 수 있어 보호가 더욱 중요한 이유가 된다.
공룡 닮은 도마뱀의 위기와 보호 필요성
아르마딜로 도마뱀은 특이한 외형 덕분에 애완동물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1990년대 이후 국제적으로 불법 거래가 늘어나면서 개체 수가 급격히 줄었다. 건조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특성상 좁은 지역에만 분포하는데, 이 때문에 무분별한 채집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현재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아르마딜로 도마뱀을 멸종위기 ‘취약(Vulnerable)’ 단계로 지정했다. 남아프리카 정부 역시 수출을 금지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도 거래가 엄격히 통제된다. 하지만 여전히 불법 밀거래는 근절되지 않았고, 일부 시장에서는 고가에 거래된다는 보고도 있다.
낮은 번식력 또한 큰 문제다. 1~2마리만 낳는 특성상 개체 수를 회복하기가 어렵다. 여기에 서식지 파괴, 기후 변화까지 겹쳐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학자들은 아르마딜로 도마뱀이 단순히 보기 드문 희귀 파충류가 아니라, 사막 생태계에서 곤충 개체 수를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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