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고기’를 만드나⑥] 치킨은 진리라던데 닭고기는 미운 오리?…2년 연속 순수익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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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고기’를 만드나⑥] 치킨은 진리라던데 닭고기는 미운 오리?…2년 연속 순수익 줄어

투데이신문 2025-09-02 17:34:4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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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최승근씨의 육계농장 전경. ⓒ투데이신문
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최승근씨의 육계농장 전경. ⓒ투데이신문

‘언제나 고기는 진리’라고 할 정도로 우리 식생활에서 축산물은 크게 자리하고 있다. 삼겹살과 치킨은 대중적인 외식 메뉴로 굳건한 자리를 점하고 있으며 치즈, 요구르트 등은 MZ세대에게도 인기가 높다. 

으레 소비가 늘어나면 해당 분야의 산업이 발전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축산물 소비가 늘어나는 와중에도 국내 축산업의 생산 기반은 반대 방향으로 역주행하고 있다. 늘어난 소비의 상당 부분을 수입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 우리나라 최초의 FTA인 한-칠레 FTA 체결 이후 20년이 흘렀다. 20여 년이 흐른 오늘날, 축산업은 축종을 불문하고 본격적인 무관세의 파도에 휩쓸리고 있다. 이전까지도 파괴적이었던 FTA의 영향력이 과거보다 더욱 거세질 것이란 의미다.

“그럼 소는 누가 키우나.” 과거 시대를 주름잡던 유행어 중 하나다. 하지만 축산관계자 중 누구도 이 유행어에 시원하게 웃지 못했다. 축산업에서는 실존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웃을 수 없는 질문 앞에 이제는 정부, 나아가 우리 사회의 응답이 절실하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2025년에 접어들어 육계 산지가격(생계유통가격)이 평년에 비해 두드러지게 상승했다. 이를 두고 육계 계열화기업과 육계농가들 사이에서는 앞으로를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치킨의 인기는 절대적인 점과 달리 국내 닭고기 생산기반은 점차 취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하 농경연) 농업관측센터의 육계관측에 따르면 지난 7월 육계 산지가격은 ㎏당 1954원으로 평년 대비 12.1% 상승한 수치를 나타냈다. 지난 5월 육계 산지가격은 ㎏당 2403원으로 평년에 비해 66.0%나 급등하기도 했다.

이처럼 육계 산지가격이 오른 이유는 지난 5월 브라질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닭고기 수입이 막혔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브라질에서의 고병원성 AI 발생과 동시에 브라질산 종란, 식용란, 초생추, 가금육 및 가금생산물 수입을 금지했다. 이에 일부 소매점에서는 수입 닭고기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유통에 애를 먹기도 했다.

브라질은 우리나라의 최대 닭고기 수입국이다. 지난해 국내 닭고기 공급량은 79만1000톤인데 이 중 브라질산이 15만8000톤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 수입 닭고기 물량(18만4000톤)과 비교하면 사실상 수입 닭고기의 대부분을 브라질산이 점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5월 23일 브라질에서의 고병원성 AI 발생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 하겠다며 ▲닭고기 국내 생산 확대 ▲업계 재고물량 방출 독려 ▲브라질의 고병원성 AI 미발생 지역산 닭고기 수입 허용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계열사별로 병아리 입식을 늘리도록 유도하고 육용종계의 생산기한(64주령 이상 육용종계의 종란 생산 금지)을 연장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에 육계 산지가격은 5월을 기점으로 점차 하락하고 있으며 빠른 시기에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 중단에 따른 실제 여파보다 더 민감하게 대응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육계 산지가격은 대다수 물량을 점유한 계열출하가 아닌 소수의 일반출하 물량으로 산정하는 가격이기 때문이다.

지난 7월 3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닭고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7월 3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닭고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부랴부랴 늘린 생산…“생각하지 못한 물량될 수도”

육계의 출하단계는 크게 농가가 위탁수수료와 자재(병아리, 사료, 약품 등)를 제공받아 농가가 닭을 사육한 뒤 계열화기업에 출하하는 계열출하와 농가가 사육한 닭을 유통업체와 직접 거래해 출하하는 일반출하로 구분된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 지난해 발간한 ‘2023년 축산물유통정보조사’를 보면 지난 2023년 계열출하는 전체 육계 유통물량의 96.4%를 차지했다. 일반출하 물량은 전체 규모의 3.6%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육계 산지가격은 일반출하 물량을 통해 산정한다. 대다수를 점유한 계열출하 물량은 계열화기업과 농가와의 계약에 따라 일정한 수준의 가격대를 형성한다. 보통 1년 단위의 계약을 하기에 수급 상황에 따라 크게 요동치지 않는다.

계열출하 물량의 평균 가격인 위탁생계가격은 7월 기준 ㎏당 1660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3.1% 하락했다. 평년과 비교해서는 1.4% 상승했을 뿐이다. 전체 유통물량의 95% 이상의 출하가격은 브라질산 수입 금지에 따른 영향이 거의 없었던 셈이다.

한 육계산업 관계자는 “브라질산이 들어오지 않아도 당장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재고도 있고 실제로는 닭고기가 부족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브라질산 수입 금지로 물량을 찾지 못한 소매점은 순살치킨 등 수입 닭고기가 필요한 일부 메뉴의 문제였을 뿐이다. 

그런데 정부가 꺼낸 카드는 국내산 닭고기 생산 확대였다. 이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계열사를 통해 물량을 늘릴 수 있는 방안만 찾는다. 그런데 최근 상황을 보면 종계를 생산하는 원종계에서도 질병 문제로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 원종계 수입이 정상적으로 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만약 수입이 지체된다면 당장 닭고기가 필요한 지금이 아니라 내년 여름 무렵 생각하지 못했던 물량이 불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육계 생산은 원종계-종계-실용계(육계)의 생산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육계생산을 늘리려면 종계가 늘어나야 하고 종계를 늘리려면 원종계를 해외에서 더 수입해야 한다. 그런데 원종계를 해외에서 추가로 수입해 육계 생산이 늘어났을 시기에는 이미 브라질산 수입 금지의 영향이 사라진 무렵일 가능성이 있다. 오히려 수급상황이 꼬일 수 있다는 뜻이다.

닭고기 수급조절은 다른 품목에 비해 예민한 사안이다. 육계 생산의 95% 이상이 계열화기업의 위탁 생산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급조절은 즉 이들 기업의 매출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22년 3월 16개 육계 계열화기업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758억2300만원을 부과했다. 이들 기업은 지난 2005년 11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총 45차례에 걸쳐 육계 신선육의 판매가격, 생산량, 출고량과 육계 생계의 구매량을 담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해 4월, 공정위는 한국육계협회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2억100만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육계협회가 지난 2008년 6월부터 2017년 7월까지의 기간 동안 구성사업자들의 육계, 삼계, 종계의 판매가격, 생산량, 출고량 등을 결정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육계협회는 공정위의 조치에 대해 이의신청과 함께 항소를 진행했다. 육계협회는 “담당부처의 승인과 지시에 따라 시행한 수급조절에 대해 원종계, 삼계, 육계, 여기에 협회까지 저인망식으로 쌍끌이로 털어 책임을 전가하는 처분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고 반발했다.

육계협회는 “생계 시세는 지난 10년간 일반 소비재와 비교해도 인상되지 않았으며 마리당 평균 가격이 2000원대를 유지해 왔기에 심각한 소비자 피해를 초래하지 않았다”라며 “오히려 계열화사업자의 위험부담 감수와 희생을 통해 농가와 소비자 보호를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육계협회가 자체 조사한 공시 회원사를 기준으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육계 계열화기업 평균 영업이익률은 불과 0.3%에 그쳤다.

최승근씨의 육계농장 곳곳에는 CCTV가 설치돼 사육현황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최승근씨의 육계농장 곳곳에는 CCTV가 설치돼 사육현황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농축산물은 국민의 밥상물가와 직결돼 있기에 정부의 수급조절 조치가 따르기 마련이다. 공정위의 담합 고발부터 현재까지 3년여 동안에도 정부는 계열화기업, 생산자단체와 함께 닭고기 수급에 문제가 있을때마다 협의하고 조치를 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닭고기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결국 생산을 안정화해야 한다. 그러려면 계열화기업들에게 생산에 관련한 정보가 공개돼야 한다”라며 “이를테면 가금농장마다 사전 입식 신고가 의무화돼 있기에 충분히 종계나 병아리 입식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정보교환마저 담합에 들어가면 계열화기업들이 생산에 대한 의사 결정을 추정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쉽지 않겠지만 생산비에 근거한 최저가격 보장이 있어야 한다. 계열화기업에게도 최소한 도계장을 돌릴 수 있는 가격은 보장해야 닭고기 생산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경연이 지난해 7월 발표한 농업전망 통계에 따르면 2023년 1인당 평균 닭고기 소비량은 15.7kg으로 이는 한 사람이 연간 26마리의 닭을 먹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 결과는 지난해 도계규모(10억1137만마리)와 수입량(약 23만톤)을 반영한 수치다.

수급조절을 보다 원활하게 하려면 수출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K-푸드 바람을 타고 삼계탕 등의 닭고기 제품이 미국, EU 등에 수출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국내 전체 닭고기 생산에 비하면 아직 수급조절에 도움이 될 정도의 규모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41개 도계장에서 연간 10억 마리 이상의 육계를 도계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일각에서는 ‘대닭 사육’을 대안으로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육계의 경우, 약 35일 정도 닭을 사육해 마리당 1.4~1.7㎏ 내외일 때 도계한다. 이를 사육기간을 더 늘려 마리당 2.4~2.6㎏ 내외일 때 도계해 부분육을 더 생산하자는 내용이다.

대닭 사육은 수입 닭고기를 대체하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우리나라의 부분육 시장은 상당 부문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에 이번 브라질산 수입 금지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대닭 사육이 확산된다면 해외시장의 돌발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조건을 갖출 수 있다.

육계 마리당 순수익, 38.8%에서 19.6% 또 감소

한편, 육계농가들은 절대다수가 계열화기업과 계약을 맺어 닭을 사육한다. 원자재부터 생산, 그리고 유통까지 계열화기업이 관여하기에 수직계열화라고 부른다. 축협이나 양돈조합 등 협동조합을 통한 생산 및 유통은 수평계열화라고 부른다.

최승근씨가 자신의 농장에서 계사 내부 온습도 조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최승근씨가 자신의 농장에서 계사 내부 온습도 조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충남 천안시에서 약 10만수 규모의 육계농장을 운영하는 최승근씨는 “육계 사육은 1회전에 32~35일이지만 사육하기 전 농장 청소와 소독기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1년에 보통 6회전을 한다고 보면 된다”라며 “보통 1년 단위로 계열화기업과 계약하지만 자동으로 연장된다”고 설명했다. 2013년부터 육계사육을 한 그는 대한양계협회 충남도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최 지회장의 농장은 계사 4동으로 구성돼 있다. 그는 “당시 현대화한 계사로 지으며 약 20억원을 투입했다. 30년 상환으로 아직 한창 갚아나가야 한다”라며 “1년 6회전이니 두달에 한번 사육비를 받는다고 치면 2개월 동안 남는 순수익이 400~700만원 정도인 것 같다. 그런데 최근에는 전기료 등 물가가 많이 올라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육계는 병아리 때부터 기르기에 온습도 조절이 중요하다. 냉난방에 들어가는 전기를 아낄 수 없는 상황이다.

통계청이 지난 5월 발표한 2024년 축산물생산비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육계 생산비는 ㎏당 1444원으로 전년도인 2023년보다 5.0% 감소했다. 그러나 2020년 ㎏당 1216원 이후 계속 상승하는 추세를 타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지난해 육계 사육 순수익은 2년 연속 크게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조사에서 육계 사육시 마리당 순수익은 2022년에는 마리당 260원이었으나 2023년 159원으로 38.8% 하락했다. 2024년에는 128원에 그쳐 전년도에 비해 19.6%나 또 줄었다. 이에 대해 통계청은 육계 위탁생계가격이 2023년 ㎏당 1847원에서 2024년 ㎏당 1719원으로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지회장은 육계사육을 하기 전 주요 육계 계열화기업에서 오랫동안 재직한 경험이 있다. 이 경험을 살려 육계사육에 도전했지만 쉽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축산규제가 심해 신규진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후계로 물려받는 경우도 없다. 고령농이 많은 상황에서 5~10년 뒤에는 누가 육계 사육을 할지 의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 지회장은 본인이 계열화기업에서 근무했으면서도 주요 계열화기업들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특히 농가간 사육성적에 대해 “농가 성적을 공개하긴 하는데 제대로 평가받는 건지 확인할 수가 없다. 믿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주요 계열화기업보다는 규모가 작은 중소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다.

수직계열화 체계에서 육계농가는 대형 계열화기업과 비교해 ‘을’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정부와 국회는 앞서 2019년 1월 축산계열화사업에 관한 법률(이하 축산계열화법)을 개정해  ▲계약서 필수 기재사항 및 계열화사업자 준수사항 확대 ▲농식품부 직권조사 및 계열화사업 등급평가제 도입 등을 통해 계열화사업자 책임을 강화한 바 있다.

그러나 제도개선 이후에도 계열화기업에 대한 농가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최 지회장은 “회사에서 닭을 늦게 가져가거나 일찍 가져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때마다 결국 농가 손해로 귀결된다”라며 “내가 사육하는 닭이지만 회사 소유이기에 회사 마음대로 출하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최 지회장은 “오랫동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사육비가 올라야 육계사육을 하겠다는 후계자들이 늘어날 텐데 그러려면 주요 계열화기업들이 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이 도계장에서 원가 이하로 출하하는 DC(가격 덤핑)를 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사육비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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