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뉴욕증시 하루 휴장이 한국 금융시장의 민낯을 드러냈다. ‘9월 효과’라는 계절적 약세와 원화 약세, 반도체 규제 충격이 겹치며 장 초반 국내 증시는 불안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에 힘입어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1% 안팎의 상승에 성공했다. 단 하루의 반등이긴 했으나, 외국인 수급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적 취약성은 다시 한번 확인됐다.
◇9월 효과와 시장의 불안한 출발
뉴욕증시가 노동절로 하루 멈추자, 한국 금융시장은 홀로 시험대에 올랐다. 역사적으로 9월은 글로벌 증시에서 가장 부진한 달로 꼽힌다. S&P500 월간 수익률이 장기간 마이너스를 기록해온 사례는 ‘9월 효과’의 실체를 보여준다.
이런 계절적 약세 속에서 원·달러 환율은 1400원 재돌파 가능성이 다시 부상했다. 경기 둔화 우려와 더불어 미국발 반도체 규제 충격도 투자심리를 옥죄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대형주가 글로벌 정책 리스크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장 초반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두드러졌다.
외국인 수급 공백은 한국 증시의 ‘외부 변수 의존도’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오후 반전, 외국인 순매수 전환
하지만 장중 흐름은 극적으로 뒤집혔다.
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94% 오른 3172.35로 마감했다. 외국인이 4382억 원을 순매수하며 5거래일 연속 매도를 멈춘 것이 주요 동력이었다. 코스닥 역시 1.15% 상승한 794.00에 마감했다. 외국인이 734억 원, 기관이 248억 원을 순매수했고 개인은 순매도로 대응했다.
업종별로는 보험(2.87%), 전기·전자(1.73%)가 강세를 보였다. 삼성전자(2.2%), SK하이닉스(1.5%) 등 대형 반도체주가 동반 상승했고, 코스닥에서는 리가켐바이오(4.7%), 삼천당제약(3.6%) 등 바이오주와 로보틱스·IT 종목이 주목을 받았다.
일시적 반등은 외국인 매수세의 전환이 얼마나 강력한 변수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금융 불안, 실물경제로 번질 위험
그러나 하루의 상승에도 불안 요인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환율·채권금리·반도체 의존이라는 ‘삼중 불안’이 동시에 흔들릴 경우 외국인·기관 매매는 다시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는 개인 투자심리의 급속한 위축으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과 가계의 대출금리 부담이 상승하며 소비와 투자가 동시에 위축되는 악순환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022년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했을 때 원자재 수입 비용 급등, 물가 압박, 국채금리 상승이 동반되며 기업과 가계에 충격을 준 사례가 있다. 이번에도 같은 패턴이 반복될 수 있는 만큼, 시장의 경계심은 여전히 유효하다.
◇체질 개선 없이는 위기 반복
뉴욕증시 하루 휴장은 한국 금융시장의 취약성을 드러낸 경고장이었다. 외국인 매수 전환으로 하루 회복세를 만들었지만, 환율·채권·반도체라는 3대 불안 요인이 해소되지 않는 한 위기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유안타증권 등 전문가들은 9월을 “연말 랠리를 앞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시기”로 평가하며, 장기적으로 비중 확대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유안타증권 등 업계는 “저가 매수 구간에 진입했다”며 향후 실적 개선 기대와 함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특히 9월 이후 금리 인하 등 정책 모멘텀이 가시화될 경우, 코스피가 기존 저항선을 넘어 상승 상단을 시험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정책이 예정대로 시행될 경우 코스피가 3600선까지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결국 관건은 구조적 체질 개선이다. 외국인 수급과 반도체 업황에 기대는 ‘취약한 회복’에서 벗어나, 환율 안정 장치와 내수 진작, 산업 다변화 같은 장기적 해법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한국 금융시장의 불안은 또다시 재현될 수밖에 없다.
Copyright ⓒ 직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