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과 송재봉·김남근·김기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주최한 ‘국가핵심기술 해외유출 대응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산업계 관계자와 관련 전문가들은 현행 기술유출범죄 수사·재판 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하며 제도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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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 설명에 지쳐…산업기술 유출 전담 수사처·법원 신설해야””
이상홍 기아(000270) 정보보안실장은 실제 사례를 통해 문제점을 생생하게 전했다. 그는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 유출 사건에서 1심 판결까지 4년이 넘게 걸렸는데, 그 과정에서 검사가 5번, 판사가 2번 바뀌었다”고 토로했다.
이 실장은 “76개 분야에 걸친 국가핵심기술의 중요도를 수사관·검사·판사에게 이해시키는 데 연구원들이 직접 찾아가 설명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며 “인사이동으로 이런 과정을 계속 반복하게 되니 수사 동력이 상실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상 1심 판결까지 3~5년이 걸리는데, 기술 이해에 어려움이 있는 수사관과 검사들도 장기간에 걸친 수사로 인해 수사 의지를 잃어버리는 사례를 목격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구체적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산업기술 유출을 전담하는 수사처나 법원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수사기관과 법원의 전문성과 경험이 축적되면, 기술이 중요하지 않다고 폄하하려는 피의자 측 시도에도 피해자 측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결국 국가 경쟁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핵심기술 판정 절차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며 수사 과정에서의 행정적 지원도 함께 요구했다.
◇전문가들 “관할 집중·합의부 심리 전환 시급”
토론에 나선 관련 전문가들도 재판 시스템 개선 필요성에 공감했다.
전우정 한국과학기술원 지식재산대학원 교수는 “국가지식재산위원회에서 서울중앙지법·대전지법 2곳으로 관할을 집중하는 개정안을 제안한 적이 있다”며 “관할 집중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미랑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법제도연구실장은 현재 재판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국가핵심기술 해외유출 사건 외에는 모두 단독판사 사건인데,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사안임에도 단독판사가 처리하다 보니 재판이 지연되고 집중 심리도 진행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심 실장은 개선방안으로 “기술유출 사건을 합의부에서 심리하도록 하고, 집중 심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지식재산 전담부를 설치한 법원에서도 기술유출 사건만 일정 비율 처리하거나 실질적으로 전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양형기준 개선·수사 역량 강화 등 필요
전 교수는 양형 기준 개선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영업비밀 분야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있었는데 많은 노력으로 양형 기준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손해배상액 산정이 아직도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개선방안과 관련해 “특허와 마찬가지로 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미국의 ‘연구개발(R&D) 비용까지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하는 회피비용(Avoided Cost) 법리’도 참조해서 양형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수사 역량 강화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특허청 기술경찰에 대한 인력을 더 강화하면 좋겠다”며 “지금도 훌륭하게 하고 있지만 인력을 더 늘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심 실장은 “특허청 기술경찰이 2019년 6명에서 2025년 25명으로 늘어나 전문 조직으로 자리 잡은 것은 고무적”이라면서도 “여전히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전체를 감시하기에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디지털 포렌식 전문성이나 해외 수사공조 역량도 지속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꾸준히 추진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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