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최준호 기자] 지난달 29일, 미국 연방항소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마약밀수 대응 관세'와 '상호 관세' 조치를 7대4의 다수 의견으로 '위법' 판결했다.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지난 4월 2일 부과한 관세 조치가 적법하지 않다는 판결이다.
연방항소법원은 이 조치가 법적 근거가 없으므로 즉시 무효화해야 옳지만 항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상호관세의 효력을 오는 10월 14일까지 유예하는 것을 인정했다.
법원은 IEEPA가 해외로부터 발생하는 중대한 경제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대통령에 부여하는 해외자산 동결, 금융거래 차단, 수출입 제한과 같은 경제제재 권한을 명시하고 있으나, 관세나 과세 권한은 명확하고 의도적으로 제외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미국 헌법 제1조에 명시된 의회의 권한 중 "세금은 국민의 대표가 정한다"로 상징되는 '관세, 소비세, 조세 부과 권한'에 따른 것으로, 그 어떤 비상 상황에서도 세금 부과 권한만큼은 국민의 대표인 의회가 쥐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항소법원은 판결문에서 IEEPA의 조문과 과거 역사적 사례를 정밀히 분석했고, IEEPA에 따라 의회가 상호관세 및 마약밀수 대응 관세와 같은 관세 규모를 부과할 명확한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먼저, IEEPA 조문에는 관세(tariff)나 세금(tax), 부과(duty)와 같은 단어가 전혀 등장하지 않음을 지적했다. 과거 의회가 대통령에게 관세 권한을 위임한 법률들을 검토한 결과 예외 없이 '관세'라는 단어를 분명히 사용되었음을 들며, IEEPA가 관세 부과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트럼프 행정부 측에서 제기한 '수입을 규제한다(regulate ... importation)'는 표현에 관세를 포함한다고 보는 주장에 대해서는, 법 조문 내 '규제'는 조사, 차단, 강제, 금지 등 거래를 통제하는 행위에 한정돼 세금을 거두는 행위는 아니라고 일축했다.
또한, 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가 전세계 대부분 국가의 거의 모든 품목에 대해 무기한적으로 부과돼 너무 광범위하다고 지적했다.
법에 따라 대통령에게 관세 권한이 위임될 때에는 판결문에서 언급된 무역확장법 232조처럼 기간 또는 세율을 제한하거나, 조사 절차를 의무화하는 등 제한 사항이 수반되는데, IEEPA에는 이런 안전장치가 전혀 없으므로, 관세 부과 권한이 위임되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관세 조치에 대해 1971년 닉슨 대통령이 내렸던 관세 부과 조치(닉슨 쇼크)를 선례로 제시했으나, 항소법원은 닉슨 전 대통령의 조치는 임시적이라고 명시됐고, 그 적용 범위와 세율에도 제한이 있었음을 들며 두 사례를 명확하게 구분했다.
이에 더해 닉슨의 사례가 있었음에도 IEEPA를 제정할 때 관세 권한을 명시하지 않은 것은 의회가 의도적으로 대통령의 관세 권한을 배제한 확실한 증거라고 판결했다.
이번 연방항소법원의 판결은 IEEPA에 근거한 대통령의 비상조치권한과 의회 고유의 과세권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한 판결로 평가되며,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의 통상정책 기조와 국제사회의 대응 논리 형성에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판결을 두고 연방항소법원을 강하게 비판하며 상고 의사를 밝힘으로써 최종결론은 '미 연방 대법원(대법원)'에서 오는 10월 중순께 나올 전망이다.
대법원은 트럼프가 직접 임명한 3명의 판사를 포함해 6 대 3의 구도로 보수 우위이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트럼프 승소에 회의적이다. 대법원은 의회가 명시적으로 승인하지 않은 권한에 대해서는 행정부가 행사할 수 없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관세 조치가 대법원 판결로 무력화되는 것에 대비해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 등 다른 법적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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