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가뭄 장기화로 강원 강릉시의 핵심 상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14%대까지 급감하면서 지자체가 살수차·소방차 등을 총동원해 원수를 긴급 투입했다.
강릉시는 2일 "관내 하천과 저수지에서 확보한 원수를 살수차를 통해 오봉저수지로 이송하는 조치를 본격화했다"며 "생활용수 공급 중단을 막기 위한 긴급 대책"이라고 밝혔다.
강릉시의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는 강릉 전체 생활용수의 약 87%를 공급하고 있다. 약 18만 명의 시민이 오봉저수지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저수율 하락은 곧 상수도 위기와 직결된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9월 1일 기준,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14.4%로 떨어졌으며, 일부 구역에서는 이미 저수지 바닥이 드러난 상태다. 강수량 부족과 고온 건조한 날씨가 겹치며 저수량은 가파르게 줄고 있다.
강릉시는 홍제정수장으로 하루 3,000t가량의 물을 인근 지역에서 운반 급수 중이지만, 이 정도로는 저수율 하락을 상쇄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본격적인 원수 투입 작업에 돌입했다.
강릉시는 9월 초부터 관내 섬석천, 사천천, 연곡천, 신리천, 군선강 등 17개 하천과 5개 저수지(장현·칠성·동막·언별·옥계)에서 물을 확보해 오봉저수지에 직접 투입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 작업을 위해 15톤급 살수차와 소방차 등 총 31대가 동원됐다. 시는 이들이 하루 약 400차례 왕복 운행해 원수를 운반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살수차가 물을 붓는 지점에서는 굴착기가 비탈면을 따라 물길을 내어 물이 보다 효과적으로 저수지에 유입되도록 하는 작업도 병행 중이다. 또한 일반 차량의 출입을 막고, 살수차 전용 통행로를 확보해 원수 투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교통체계도 조정했다.
강릉시는 기존 저수지 외에도 남대천 용수개발 사업을 통해 비상 급수원 확보에 나섰다.
현재 남대천 하류 구산농보에 저장된 물을 약 2km 상류의 오봉저수지까지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하루 약 1만 톤의 물을 추가 확보 중이다. 이 작업은 대형 관로를 통해 물을 퍼올리는 '역펌프 시스템' 형태로 운영되며, 투입 즉시 저수지 내로 폭포처럼 유입된다.
홍제정수장에도 소방차 71대를 동원해 하루 수천 톤 규모의 물을 인근 지자체나 연곡정수장에서 확보해 운반하는 병행 수송이 이뤄지고 있다.
강릉시는 현재의 응급 조치로 단수는 일시적으로 피할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저수율이 10% 아래로 떨어질 경우에는 시간제 혹은 격일제 급수로의 전환도 검토하고 있다.
김홍규 강릉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는 긴급 투입 원수로 단수는 피하고 있지만 추가적인 강수 없이 저수율이 10% 아래로 내려가면 제한급수를 시행할 수밖에 없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생활용수 확보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들의 체감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일부 주민은 "물을 아껴 써도 눈앞에 보이는 저수지 바닥이 그대로 드러나는 걸 보니 불안하다"며 "하늘만 쳐다보는 날들이 계속된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는 강릉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이상기후와 지역적 강수 편차로 인해 전국 주요 지자체들이 여름철 가뭄에 반복적으로 시달리고 있다.
강릉처럼 상수원을 단일 저수지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는 가뭄에 특히 취약하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다중 상수원 확보, 광역 수계 연결, 지하수 비축 시스템 등 보다 근본적인 중장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취수 다변화와 수요 관리를 통해 수자원 취약성을 줄이는 전략이 요구된다. 시민 인식 개선과 절수 캠페인 역시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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