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협상 관련 "수출 다변화" 주문…임금체불·산업재해 근절 강조
토론과정 생방송 중계…예산 증액 얘기 나오자 "국회 냄새가" 농담도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설승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부처별 내년도 예산 집행 전략 및 중점사업 추진 전략을 보고받고서 장관들과 토론을 벌였다.
모두발언에서 잠재성장률 하락 추세를 반전시키는 것을 정부의 핵심 과제로 제시한 이 대통령은 이어진 토론에서도 경제성장 동력을 어떻게 창출할 수 있을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봤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참석 동향 파악, 여권발 검찰개혁 논의 등 나라 안팎에 걸쳐 중대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그 와중에도 '미래 먹거리 창출'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를 부각하기 위한 일정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우선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경제성장률에 대한 개괄적 현황과 함께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전략 등에 대해 보고받았다.
AI 고속도로 구축의 핵심인 첨단 GPU(그래픽 처리장치) 확보 계획을 들은 이 대통령은 "구매하기로 한 물량을 내년까지 모두 확보할 수 있느냐"며 차질 없는 계획 이행을 당부했다.
한미 간 관세협상이 수출환경 변화에 미칠 영향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번 관세협상으로 인한 국제질서 변화를 오히려 우리 산업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했고,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역시 "대미교역과 별도로 수출 다변화를 꾀해 경제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이 대통령은 "새로운 품목을 개발해 육성하는 수출 다변화, (새 수출국을 개척하는) 지역 다변화는 매우 중요하다"며 "이 부분에 주력해야 한다"고 호응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기업들에 대한 금융지원도 강화하는 동시에 외교 공관 등을 첨단산업 수출의 교두보로 활용해보는 방안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런 성장전략을 논의하면서도 이 대통령은 꾸준히 강조해 온 임금체불·산업재해 관련 문제를 재차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임금체불 문제에 대해 "저도 월급을 많이 떼어먹혀 봤다. 노예도 아니고 일을 시킨 뒤 월급을 떼먹으면 안 된다"며 "처벌과 제재가 약해서 그렇다. 임금 체불에 대해서는 아주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임금 체불도 많다는데, 이들이 강제 출국을 당하면 영영 떼먹을 수 있어 그렇다고 하더라"며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임금을 받을 때까지 출국 보류 등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게 법무부도 신경 써달라"고 당부했다.
산업재해 문제에 대해선 "요즘 매일 제가 보고를 받는데, 안전장치 없이 작업하다가 사고를 당하거나 폐쇄 공간에 들어갔다가 질식사하는 일이 계속 발생한다"며 "중대재해의 경우 징벌배상의 범위를 좀 넓히는 것은 어떤가"라면서 관련 부처에 검토를 주문했다.
한편 이날 국무회의 토론은 생방송으로 그 과정이 모두 공개됐다.
회의 참석자들은 편안한 분위기 속에 기탄없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중간중간 농담이 오가기도 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제가 더불어민주당에 있을 때 '민주당 AI 강국위원회' 부위원장이었다. 위원장은 바로 이재명 (당시) 대표였다"며 "AI 관련 예산이 내년 경남과 전북에 각 400억원 배정됐는데 국회에서 증액 요구를 하려 한다. 기획재정부가 동의해달라"고 말했다.
정 정관은 지난 총선에서 전북 전주병에서 당선됐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갑자기 전북 얘기를 하시나. 국무회의에서 국회의 냄새가 난다"고 웃으며 말했고 참석자들 사이에서도 폭소가 터졌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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