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 일가의 자산 가치가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계열사 주가 상승과 지분 구조 변화, 일부 비상장사 가치 재평가가 맞물리며 총 자산이 33조원 가까이 늘었다. 반면 일부 오너는 지분 가치 하락으로 오히려 자산이 줄어, 재계 내부에서도 '자산 양극화'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리더스인덱스가 2일 발표한 '2025년 상반기 50대 그룹 오너 일가 자산 평가' 자료에 따르면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623명의 총수 일가 자산은 올해 초(1월 2일) 대비 32조9,391억원 증가한 144조4,85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상장사와 비상장사를 모두 포함해 진행됐다. 상장사는 종가 기준, 비상장사는 결산자료와 반기보고서를 활용해 순자산가치를 추정했다. 이는 국내 대기업 오너 일가의 자산 흐름을 체계적으로 반영한 최초의 상반기 기준 대규모 평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은 상반기에만 자산이 4조7,167억 원 증가하며, 총 16조6,267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단일 인물 기준 가장 큰 증가폭이다. 특히 삼성물산 주가는 올해 들어 8월까지 48% 넘게 상승했고,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19.9%)의 가치가 1조8,465억 원 이상 증가한 것이 자산 확대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삼성가 전체 자산도 일제히 상승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자산이 1조9,444억 원 증가했으며,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도 각각 1조6,982억 원, 1조5,865억 원 늘었다. 삼성 일가의 자산 총합은 상반기에만 총 10조446억 원 증가해, 전체 오너 일가 자산 증가분의 약 30%를 차지했다.
이는 삼성 계열사들이 전반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데다, AI 반도체 수요 증가 등으로 인한 주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효성그룹 조현준 회장은 상반기 자산이 1조9,873억 원 늘어 총 2조9,964억 원을 기록하며 2위를 차지했다. 조 회장은 고(故) 조석래 명예회장의 지분 일부를 증여받은 데다, 형제 간 지분 맞교환 등이 이뤄지며 지분 가치가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3위는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으로, 자산이 1조8,348억 원 증가했다.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의 무상증자 수혜와 함께 현대차, 현대오토에버 등의 주가 상승 효과를 동시에 반영받았다.
이 외에도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은 셀트리온 3사 합병 기대감으로 보유 지분 가치가 크게 오르며 자산이 약 9,000억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오너는 지분 가치 하락으로 자산이 줄어들었다. 대표적인 사례는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이다. 보유 지분의 평가액이 25.2% 하락하며, 자산은 3조2,980억 원에서 2조4,680억원으로 감소했다. 이는 생명보험업 전반의 실적 둔화와 IPO 불확실성 등에 따른 비상장사 가치 조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배우자인 유정현 NXC 의장의 자산도 2,000억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보유 지분 일부 매각과 함께, NXC의 주당 순자산가치가 약 50% 가까이 하락한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부분은 자산 격차의 확대다. 삼성·현대차·효성 등 대형 그룹 총수들은 상반기 내내 주가 상승과 지배구조 개편 수혜를 받으며 자산을 빠르게 불렸지만, 비상장 중심이거나 수익성이 둔화된 일부 그룹은 오히려 자산이 감소하는 등 오너 일가 내 양극화가 뚜렷해졌다.
특히 비상장사의 경우, 상장 추진 지연이나 회계기준 변경, 금리 인상에 따른 평가액 하락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리더스인덱스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총수 일가 자산 증가는 상장사 주가 상승과 지분 변동 요인이 결합된 결과로, 일시적인 측면도 있다"며 "하반기에는 글로벌 경기와 국내 증시 흐름에 따라 오너 자산의 재조정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특정 그룹 일가가 전체 증가액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 점은 자산 집중의 문제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재계 일각에선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대기업 총수들의 지배력 강화 전략과 세대교체 방식, 상속·증여 패턴 등을 엿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예컨대 효성 조현준 회장의 자산 증가에는 아버지인 조석래 명예회장의 지분 증여가 핵심 역할을 했고, 삼성가도 3세 경영 승계 체계를 강화하는 기조가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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