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은품에 가려진 불완전판매… 박람회 보험 영업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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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은품에 가려진 불완전판매… 박람회 보험 영업의 민낯

투데이신문 2025-09-02 11:09: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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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 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 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출산·육아 박람회에서 예비 부모들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은 화려한 사은품과 경품으로 꾸며진 보험사 부스다. 그러나 현장의 들뜬 분위기 이면에는 소비자에게 불리한 불완전판매가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의 암행 점검 결과 박람회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보험 영업 상당수는 불완전판매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사은품을 미끼로 소비자를 유인한 뒤 핵심 정보를 충분히 안내하지 않거나, 필요하지 않은 상품에 가입시키는 사례 등이 적발됐다.

불완전판매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전체 보험 민원 9만1000여 건 중 18%가 불완전판매 관련 민원이었다. 특히 종신보험과 저축성 보험 분야에서 문제가 두드러졌다. 종신보험은 본래 사망 보장을 목적으로 하지만, 현장에서는 ‘비상금 마련’이나 ‘자녀 교육자금’ 상품으로 둔갑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문제는 이러한 사례가 반복적이라는 점이다. 2019년 이후 금감원은 매년 박람회 현장을 점검했지만, 유사 사례가 끊임없이 발견됐다. 경고와 제재에도 불구하고 민원은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왜 박람회는 불완전판매의 온상이 됐나

박람회 현장이 불완전판매의 온상이 되는 이유는 구조적이다. 정보 비대칭이 극대화되는 환경에서 예비 신혼부부나 초보 부모들은 보험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태로 전문 설계사와 마주하게 된다. 

축제 분위기는 합리적 판단을 흐리게 하고, 사은품과 경품 이벤트는 소비자들을 계약서에 서명하도록 유도한다. 실제로 금감원 점검 결과 ‘오늘만 특별 혜택’, ‘선착순 한정’ 등 즉시 가입 압박 영업이 일상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의 영업 구조 변화도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2023년 기준 보험 모집인의 70% 이상이 전속 채널이 아닌 GA(법인보험대리점) 소속으로, GA는 수수료 체계가 단기 실적에 치중돼 모집인들이 소비자 보호보다는 계약 성사에 집중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한 달에 몇 건의 계약을 성사시키느냐가 곧 수입과 직결되다 보니, 장기적 고객 만족보다는 당장의 계약 체결이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IFRS17(국제회계기준) 도입 이후 보험사들이 수익성 개선 압박을 받으면서 불완전판매를 통해 조기 수익을 확보하려는 유인이 강해졌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장치들도 현실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계약 후 진행되는 해피콜은 설계사 유도로 인해 형식적 절차에 그치며, 고지의무 위반 유도 사례도 끊이지 않는다. 이는 보험금 지급 거절 등 소비자에게 심대한 피해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

보험산업 신뢰도 저하 우려…‘숙려기간’ 주장도

불완전판매의 피해는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로 확산된다. 최근 5년간 보험 관련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매년 1만건을 넘어서고 있으며, 이 중 절반 가까이가 불완전판매와 관련돼 있다.

13회차 보험의 유지율이 60% 수준에 머무르는 것도, 소비자들이 상품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가입하다 조기 해지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런 악순환은 소비자 불신을 키우고 보험산업 전반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앞서 2021년 전면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판매자 책임을 강화했지만, 박람회 현장 영업에 대한 규제는 여전히 허술하다. 박람회 자체가 금융당국의 인허가 대상이 아니다 보니 사전 예방보다는 사후 점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에서다. 

전문가는 현장 영업 사전승인 제도 도입, 해피콜 제도의 독립성 확보, 고지의무 위반 유도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사은품·경품 마케팅 규제 등을 개선 과제로 제시한다.

한 보험학 교수는 “보험은 소비자가 상품 내용을 충분히 숙지한 뒤 가입해야 하는 복잡한 금융상품인데, 축제 분위기의 박람회에서 즉시 계약을 체결하는 구조 자체가 소비자보호 원칙과 맞지 않는다”며 “장기 금융상품인 만큼 박람회 현장 계약에 대해 의무적 숙려기간(7일 이상)을 도입하거나, 사은품 제공 자체를 금지하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금융감독원은 보험협회·보험사와 합동 암행점검단을 운영해 불법 영업을 불시에 점검할 계획이지만, 반복되는 민원은 단순 점검만으로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약관과 상품설명서를 꼼꼼히 확인하고, 고지사항을 있는 그대로 작성하며, 해피콜에 직접 응답하는 습관이 필요하다”며 “박람회는 소비자에게 즐거운 공간이지만, 보험사에는 신규 고객 확보 전쟁터다. 정보 비대칭, 실적 압박, 제도 미비라는 삼중고를 극복할 체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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