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인류 문명의 기초였다. 수천 년 동안 농업은 사람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하고 사회의 경제적 기반을 형성하며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했다.
▲ 스마트팜 (사진 픽사베이)
그러나 21세기 들어 지구적 차원의 기후위기가 가속화되면서 전통적인 농업의 기반은 급속히 흔들리고 있다. 폭염, 가뭄, 홍수, 해수면 상승, 토양 황폐화 같은 복합적 재난은 농업 생산성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며, 각국은 식량안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더 이상 농업을 과거의 방식대로만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히 요구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공장형 농업(factory farming, 또는 스마트 팜·플랜트 팩토리라 불리는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단순히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이 아니라,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필연적 전환이자 식량안보를 위한 전략적 해법이다. 공장형 농업은 밀폐된 환경에서 온도, 습도, 빛, 영양분을 정밀하게 제어해 작물을 생산하거나 가축을 사육하는 방식이다. 이는 자연환경에 의존하지 않고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생산을 가능케 한다. 기후의 불확실성을 차단한다는 점에서, ‘기후위기 시대의 생존 기술’로 불린다.
이미 선진국과 일부 중동 국가에서는 공장형 농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예컨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같은 국가는 사막이라는 극단적 환경 속에서도 플랜트 팩토리를 건설하여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다.
쿠웨이트, 카타르 등도 막대한 석유·가스 수익을 활용해 농업의 혁신에 나서고 있으며, 네덜란드나 일본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플랜트 팩토리를 통해 국제 농산물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했다. 한국 역시 기후 변화로 인한 벼·채소·과수 재배지의 북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 농업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스마트 농업으로의 대전환이 불가피하다.
특히 공장형 농업의 가장 큰 장점은 생산 안정성이다. 전통 농업은 계절과 날씨에 따라 생산량이 달라지지만, 공장형 농업은 연중 내내 일정한 생산을 보장한다. 폭우가 쏟아지든, 사막화가 진행되든, 외부 환경은 더 이상 변수가 되지 않는다.
기후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지금, 안정적 공급은 국가 전략 차원에서 핵심이다. 또한 공장형 농업은 물과 토지를 크게 절약할 수 있다. 수경재배나 공기 재배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 농업 대비 물 사용량을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물 부족과 토지 한계가 심각해지는 시대에 이는 단순한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선택이다.
그러나 공장형 농업의 확산이 단순히 기술적 문제로만 귀결되지는 않는다. 이는 사회적·정책적 우선순위의 문제이기도 하다. 국가와 사회는 ‘농업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정책적으로 과감한 전환을 지원해야 한다.
전통 농업 종사자들의 전환 교육, 디지털·ICT 기반의 농업 인프라 구축, 초기 설비에 대한 재정적 지원,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비자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농업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공장형 농업이 지나치게 ‘인공적’이라는 비판을 제기한다. 그러나 기후위기로 인해 이미 전통 농업이 무너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더 이상 기후의 안정성에 의존할 수 없는 시대에, 농업의 인공화와 첨단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 생존 전략이다. 오히려 과학적 제어를 통해 농약 사용을 줄이고, 수자원을 절약하며, 병충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경적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크다.
앞으로 농업의 미래는 두 갈래로 나눠질 것이다. 하나는 전통 농업의 붕괴로 식량 위기에 빠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공장형 농업을 통해 기후위기를 넘어서는 길이다.
각국 정부와 사회는 반드시 후자를 선택해야 한다. 농업은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 유지될 수 없으며, 미래 세대에게 안전한 식량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공장형이 대세’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 1차산업과 농업활성화를 위해 중소형 스마트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농업은 단순히 먹거리를 생산하는 산업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의 생존, 국민의 건강, 그리고 문명의 지속성을 좌우하는 근본이다. 기후위기의 파고가 거세질수록, 농업의 변화는 필수적이다. 공장형 농업은 불가피한 선택이며 동시에 인류의 미래를 위한 책임 있는 투자다.
이제는 구호가 아니라 실천이 필요하다. 농업의 변화를 미룰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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