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기후위기의 그늘에 선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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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웨이트, 기후위기의 그늘에 선 나라

월간기후변화 2025-09-02 08:50:00 신고

쿠웨이트는 중동 산유국 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기후변화의 시험대 위에 놓여 있다. 한 세기 전까지만 해도 쿠웨이트는 사막 기후 속에서 유목과 해상 무역에 의존하며 혹독한 환경을 버텨냈다. 그러나 석유 산업의 번영과 함께 도시는 인공적인 번성의 길을 걸었고, 그 과정에서 기후위기의 충격은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 쿠웨이트    

 

20세기 중반, 석유 발견 이후 쿠웨이트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 중 하나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석유가 주는 풍요는 곧 환경 파괴의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도심 확장과 자동차 중심의 도시 구조는 온실가스를 가속적으로 배출했고, 해안 매립과 해양 생태계 파괴는 기후 변화에 대한 취약성을 더욱 키웠다.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쿠웨이트인들은 섭씨 40도를 웃도는 여름을 익숙하게 여겼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여름 기온은 50도를 넘나들며 세계 기후학계가 ‘지구상에서 사람이 살기 어려운 지역’으로 지목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19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군의 방화로 불타오른 유전은 세계 기후위기의 상징적 장면을 남겼다. 하늘을 뒤덮은 검은 연기와 수개월간 계속된 화염은 쿠웨이트의 하늘을 질식시켰고, 인근 국가까지 재앙적 대기를 퍼뜨렸다. 이 사건은 쿠웨이트가 석유 의존 경제와 기후 위기의 모순적 굴레를 벗어나야 한다는 경고음이기도 했다. 그러나 석유 수익에 기댄 경제 구조는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고, 이는 곧 더 큰 취약성을 쌓아올렸다.

 

2000년대 이후 기후위기는 쿠웨이트 사회의 일상으로 파고들었다. 사막화와 토양 황폐화는 농업 기반을 무너뜨렸고, 해수면 상승은 페르시아만의 해안선을 위협했다. 급격한 도시화와 인구 증가로 인한 에너지·물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으나, 담수화 플랜트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바다 생태계는 염분 증가와 폐수 배출로 신음하고 있다. 한편, 에어컨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석유 소모는 ‘기후를 버티기 위해 다시 기후를 악화시키는’ 모순적 순환을 낳았다.

 

최근 들어 쿠웨이트는 세계 기후위기 논의에서 ‘온실가스 배출 1인당 세계 최고 수준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인구 450만 명에 불과한 소국이지만, 석유 소비와 고온 대응을 위한 에너지 집약적 생활은 지구 평균을 훨씬 뛰어넘는 탄소발자국을 남겼다. 이 때문에 쿠웨이트는 파리협정 이후 국제사회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고 있으며, 석유 이후 시대를 대비한 전환 전략 마련이 절실해졌다.

 

 

21세기 중반을 향하는 지금, 쿠웨이트는 다시 한번 갈림길에 서 있다. 세계 최고 기온 기록을 경신하며 인간 거주 가능 한계에 근접한 현실 속에서, 쿠웨이트 사회는 탈석유와 재생에너지로의 대전환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단기적 안정을 위해 과거의 의존을 반복할 것인가. 쿠웨이트의 기후위기 대응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국가 생존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으며, 동시에 인류 전체의 기후 대응 방향을 보여주는 거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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