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년 만에 중국 방문길에 올랐다. 2019년 북미 정상회담 결렬 및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와 밀착했던 북한의 외교 행보가 중국과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 움직임으로 확대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일 김 위원장은 오는 3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전용 기차를 타고 북한 수도 평양을 출발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2일 김 위원장이 "행사에 참석하시기 위하여 9월 1일 전용렬차로 출발하시였다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외무성 보도국장 김천일이 통보하였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국가 수반의 베이징방문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상 최선희동지를 비롯한 당 및 정부의 지도간부들이 수행한다고 김천일국장은 밝혔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중국 방문은 지난 2019년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을 한 달 반 정도 앞두고 있던 1월 7일 이후 6년 8개월 만이다. 김 위원장은 남한, 미국 등과 본격적 관계 개선에 뛰어들었던 2018년 3월에 집권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바 있다. 이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 중요한 계기 마다 중국을 방문해 밀착을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9년 이후 북한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하지 않는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다소 멀어지기 시작했는데,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북한의 대외 관계가 중국에서 러시아 중심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국제사회에서의 지지가 필요했던 북한과 러시아 양측은 급격히 가까워지기 시작했고 지난해 6월 19일 평양에서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계기에 유사시 자동 개입을 명시한 조약을 체결하면서 양국 관계는 사실상의 동맹 수준으로 격상됐다.
그러면서 중국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던 북한이 이번에 중국에서 열리는 전승절 행사에, 그것도 북중 양자만 만나는 것이 아닌 수십 국가의 해외 정상들이 모이는 자리에 참석한 것을 두고 중국과 관계를 관리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북한 입장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마무리되고 실제 종전이 이뤄질 경우 러시아와 밀착이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외교적으로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중국과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현실적 이유가 이번 방중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 위원장이 이번 전승절을 계기로 외교적 행보에 본격 시동을 건다면, 김 위원장과 만나고 싶다고 수차례 밝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에도 일정 부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에이펙)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계기에 김 위원장과 만남을 모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한편 이번 전승절 행사는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처음으로 참석하는 다자외교 행사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중국, 미국, 러시아, 베트남 등과 양자 외교를 실시했지만 다자 외교 무대에는 참석한 바 없다.
이같은 맥락에서 북한이 전승절 참석에 이어 비서방이나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주로 남반구나 북반구 저위도에 위치한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가 주축이 되는 다자 외교 무대에 본격 참여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김 위원장의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중국 및 러시아 등과 양자 정상회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 8월 28일 훙레이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 격)는 3일 오전 톈안먼 광장에서 기념대회 및 열병식이 진행되고 정오에 연회가 예정돼 있으며 저녁에는 관련 공연이 계획돼 있다고 주요 일정을 소개했다.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