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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가장 큰 변화는 저축은행으로의 자금 유입 확대다. 그동안 예금자 보호 한도 5000만원은 예금자에게 일종의 심리적 제약 요인이었다. 금리가 높아도 예보 한도를 넘어서는 예금은 사실상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억원까지 보호를 받게 되면서 중위험 선호 예금자의 자금이 적극적으로 지방은행·저축은행으로 이동할 여건을 마련했다. 특히, 시중은행과의 금리 격차가 단기적으로 1%p가량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수익과 안전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자금 흐름은 점증적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시중은행의 ‘예대마진 독식 구조’에 견제 장치로 작용한다. 최근 몇 년간 시중은행은 큰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고도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를 통해 막대한 이자수익을 올려 사회적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은 자금이 단일 금융권역에만 집중되는 것을 막고 금융권 내 경쟁 압력을 높이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저축은행권도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예금자보호 상향이 곧바로 저축은행 업권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경쟁 심화로 일부 저축은행의 구조적인 취약성이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자금 유입 경쟁이 치열해지면 무리한 금리 인상 경쟁이 불가피하고 이는 중소형 저축은행의 수익성을 약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저축은행 업권은 상대적으로 건전성이 취약하다. 대출 포트폴리오가 중·저신용 차주에게 집중돼 있어 경기 하방 국면에서는 연체율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 따라서 자금 유입 확대가 곧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경영 능력과 리스크 관리 역량이 부족한 일부 저축은행은 예금 유입의 기회에서 배제될 가능성도 크다. 결국 ‘예금자 보호 1억원 시대’는 저축은행 업권 내 경쟁의 옥석을 가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예금자 보호 상향 조정의 순기능은 자금 분산과 금융 소비자 권익 강화에 이바지한다는 것이다. 금융소비자로서는 시중은행에 편중한 예금 행태에서 벗어나 다양한 금융기관을 활용할 수 있어 안전망이 강화된다. 이는 시중은행에 집중된 자금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금융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는 효과를 낳는다.
순기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보완 과제가 뒤따른다. 첫째, 예금보험 기금의 재정 건전성 강화다. 보호 한도 상향은 단순히 보험 범위 확대로 끝나지 않는다. 만일 중소형 금융기관의 파산이 늘어나게 되면 예보기금의 지급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권역별 적립금 비율을 세밀히 조정하고 금융기관별 위험 기반 보험료율을 산출하는 등 기금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둘째, 저축은행 건전성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단순히 예금 유치 경쟁만 과열하게 둘 것이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 예금 증가 시 건전성 관리 점검이나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저축은행의 무리한 자산 확장보다는 안전한 자산운용을 유도해야 한다.
셋째, 금융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돕는 정보공시제도 강화가 필요하다. 단순 예·대 금리 비교 차원을 넘어 각 저축은행의 건전성 지표, 연체율, 국제결제은행(BIS) 자본비율 등을 직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는 소비자가 ‘고금리 유혹’보다 ‘안정성을 기준’으로 저축은행을 고를 수 있게 한다.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은 단순한 제도 개선 이상의 ‘금융업 재편 신호탄’이다. 시중은행의 과점 구조를 흔드는 동시에 저축은행 업권의 구조조정 시발점이 될 수 있다. 금융소비자에게는 더 큰 선택권과 안정성을 주지만 그만큼 금융당국의 건전성 관리 부담도 커진다.
결론적으로 예금자 보호 1억원 시대는 금융권 전반이 ‘몸집 경쟁’에서 벗어나 신뢰와 건전성 중심의 경쟁 구도로 이동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예금자 보호 1억원 시대가 국내 금융업에 또 다른 균형과 질서 회복의 장치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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