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회계' 인정 안할듯…"시간 안 끌 것,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
계약자몫 8조9천458억 회계처리 향방 이목…'부채' 결론나면 파장 커질듯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강수련 기자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일 최근 삼성생명[032830] 회계 논란과 관련해 "잠정적으로 방향을 잡았다"며 "국제회계기준에 맞춰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금감원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의 '일탈회계'를 인정하지 않고 국제회계 원칙 적용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원장은 이날 보험업권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슈 처리와 관련해 시간을 끌거나 임시로 봉합하기보다는 이번 기회에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원칙에 충실한 방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삼성생명의 계약자지분조정 회계처리 이슈는 그간의 업계 관행, 과거 지침, 현행 국제회계기준(IFRS)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이라며 "금감원은 해당 이슈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방법론과 관련해서는 "감독 규정에 관련된 것으로 할 것인지, 자료 회신 형식으로 할 것인지는 정하지 않았다"며 "이 부분도 조만간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쟁점은 삼성생명에 예외적으로 허용해온 회계처리 방식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삼성생명이 1980~1990년대 유배당 보험 상품을 판매하며 가입자들이 납입한 돈으로 매수한 지분이다.
2023년 도입된 보험업계 새 회계기준(IFRS17)에 따르면 유배당 보험 계약자 몫은 보험계약 부채로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금감원은 새 기준 도입 후에도 기준서상 '일탈 조항'을 근거로 삼성생명이 유배당 보험계약자의 배당재원을 계속 '계약자지분조정' 항목으로 표시하도록 예외를 허용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삼성생명의 계약자지분조정 규모는 8조9천458억원이다.
그러다가 최근 한국회계기준원과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삼성생명의 '일탈 회계처리' 문제를 제기하며 논란이 번졌다.
개혁연대는 최근 논평에서 "삼성생명은 유배당계약자로부터 받은 자금으로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을 취득했다"며 "유배당계약자의 보험료로 취득한 삼성전자 주식을 이재용 회장의 지배권 유지에 활용하고, 계약자에게는 정당한 배당을 지급하지 않는 금융 소비자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원장의 '정상화 방향' 발언은 회계기준원과 시민단체 쪽 주장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찬진 원장은 과거 참여연대 등에서 활동하며 삼성의 회계 이슈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삼성생명의 유배당 계약자 몫을 지금처럼 처리해선 안 된다는 취지로 보인다"며 "댜만 이걸 부채로 볼지, 자본으로 볼지 등을 추론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계약자지분조정 규모를 보험사의 지급 의무인 부채로 처리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파장이 커질 수 있다.
이 경우 보험사의 지급 의무가 커져 당기 손익에 큰 변동이 생기고, 향후 삼성전자 매각 등 시나리오까지 마련해야 할 수 있다.
또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뉘앙스는 회계기준원 쪽 입장인 것처럼 해석될 수 있는데 정확한 방향성은 두고 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이 지난 3월 삼성화재를 보험업법상 자회사로 편입했으니 지분(15.43%)이 20% 미만이라도 지분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최근 반기보고서에서 "기업이 피투자회사에 대한 의결권의 20% 미만을 소유하고 있다면 유의적인 영향력이 없는 것으로 보며, 유의적인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제시할 수 있는 경우는 그렇지 않다"고 처리 기준을 밝혔다.
이 원장은 이날 금융상품의 불완전 판매를 막기 위해 상품 설계 단계부터 소비자 보호에 중점을 두겠다고도 강조했다.
이 원장은 "현재 자율관리체계로 있는데 현업 부서에서 챙기고, 불완전 판매 관련해 단계별로 종합적으로 접근하려 한다"고 했다.
금감원은 상품 설계와 관련된 내부통제 체계를 책무구조도와 연계해 살피고, 내부통제가 미흡하거나 이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최고 경영진에게도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이 원장은 "금융소비자들이 금융상품 가입 시 약관을 충분히 숙지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 중이고 표준화하고 있다"며 "금융회사가 단위별, 업권별로 이를 내재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금융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피해자 구제 제도 개선과 건전성 관리 감독을 해나가겠다고 했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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