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게 공개 발언이나 텍스트 메시지를 내는 데 신중해졌다. 대부분 조합원들은 선의로 받아들였지만 종종 저의를 의심하는 이들도 있었다. 사내 이해관계에 따라 생각이 다른 이들이었다. 제아무리 완벽한 의사소통 수단이 나온다고 해도 이런 딜레마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진심은 통한다’는 말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 듯했다.
이 세상에는 기업 CEO부터 국회의원, 대통령까지 수많은 리더들이 있다. 그들 모두가 자신의 생각이 온전히 구성원에게 전달되기를 원한다. 그러면서 ‘왜 우리 진심을 알아주지 않느냐’고 원망한다. 자연스럽게 언론이 타박의 대상이 됐다. 신문을 넘어 라디오, 방송, 실시간 인터넷 뉴스의 시대까지 와서도 이 타박은 끝나지 않았다. 인류 문명이 끝나기 직전까지 이 딜레마는 해결되지 못할 것으로 본다.
편집되지 않은 ‘날 것’은 다를까. 실험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대통령실은 눈에 띄는 시도를 했다. 브리핑하는 기자와 발표자를 동시에 비추는 방식이다. 기자도 공인이고 자신이 하는 질문에 책임을 진다는 측면에서 온당해 보였다. 미국 등 선진국 언론도 다 그렇게 한다고 했다.
시대도 달라졌다. 지금은 누구나 콘텐츠를 만드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시대다. 기자 명함이 없어도 누구나 시사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비평’은 신문과 방송사만의 것이 아니다. 어쩌면 대통령의 진심이 언론사의 필터링 없이 더 전달될 수도 있었다.
과연 유튜버들은 달랐을까. 브리핑 영상으로 쇼츠 등 2차 영상물을 놓고 봤을 때 아닌 것 같다. 언론사의 온라인 기사 제목이 낚시성이 다분하듯, 일부 유튜버가 내놓는 쇼츠의 썸네일은 분노유발 의도가 두드러졌다. ‘윤석열 시대에 숨죽이고 있던 기자들은 이재명 시대 들어 악의를 갖고 덤벼들었다’ 식이었다. 대통령실 브리핑장은 전쟁터이고 선과 악의 대결 무대 같았다. 기자나 발표자 모두 현실과는 다른 ‘또 다른 세계의 플레이어’일 뿐이었다.
대통령실 바깥에서 이뤄지는 영상 편집의 부작용은 여러 차례 나타났다. 그중 하나가 ‘조선일보’-‘조세일보’ 사건이다. 조세일보를 조선일보로 잘못 알아들은 유튜브 편집자 일부가 조선일보를 저격했다. 매체에 대한 편견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고스란히 드러난 사안이다. 이쯤 되면 ‘진짜 현실’과 ‘보이는 현실’이 따로 있는 것 같다. 클릭이 곧 수익이라는 이해관계 또한 명확히 드러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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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어제(8월 31일) 브리핑을 통해 의견을 밝혔다. 그는 “불필요하게 대립이나 과장으로 비춰지게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쌍방향 브리핑제가 애초 의도했던 목표에서 어긋난 부분이 있다고 우려했다. 주의 당부다.
대통령실 입장 표명에 과연 바뀔까. KTV 영상을 2차 가공했던 이들 중에는 개인 유튜버로 추정되는 사람도 있지만 지방 민영 방송사도 적지 않았다. 이미 미디어 시장은 유튜브 조회수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개인이나 언론사나 다를 게 없다. 다시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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