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재형 기자] 택배 서비스의 핵심인 ‘빠른 배송’ 서비스가 노동자 야간 근로 규제와 부딪히면서 산업 동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벽배송과 당일배송에 이어 최근 주 7일 배송까지 서비스 확대를 통해 반등을 노리는 택배 업계는 지속된 부침 속 대책 강구에 나섰지만, 제도적 변화가 불가피해짐에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해진 상황이다.
1일 국정기획위원회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따르면 정부가 장시간 야간 근로 제한 관련 제도화를 검토 중이다. 장시간 연속 근로를 제한하면서 근로자의 휴식권을 보장하는 점이 핵심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속도 경쟁’을 앞세워 온 택배업계의 방향성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소비자들의 기대치가 주문 즉시 배송되는 서비스에 맞춰지면서 야간 근로 규제가 물류 운송 서비스 효율화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업계에서는 휴식권 보장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분위기지만, 새벽배송과 주 7일 배송 등 확산 중인 서비스 모델에 제동이 걸리는 등 기존 배송 속도 강화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물품 분류와 상·하차, 배송 등 서비스 공정이 야간과 새벽 시간에 집중돼 있어 규제 도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경우 작업 과정의 전면적인 개편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택배·물류 기업의 작업 과정은 현재 보편화된 빠른 배송 모델에 맞춰져 있어 서비스 유지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소비자가 주문한 물건이 오전에 전달되기 위해서는 물류센터의 야간작업이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또 이미 기업들이 배송 서비스 다각화 과정에서 추가 비용을 책정하지 않아 수익성 개선에도 긴 시간이 소요되는 상황에 정부 규제까지 더해진다면 업계가 짊어져야 할 부담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규제 도입 시 야간 근로에 대한 추가적인 보상도 필요해 비용 부담도 함께 오를 것으로 보인다.
수요 변동성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요일별 물량 분산 등 단기적인 처방도 고려되지만, 프로모션과 라이브커머스 등으로 집중되는 시간대의 물량 제어는 오히려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야간 공정 작업이 감소할 경우 작은 변수에도 흔들릴 수 있는 네트워크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과 기조는 분명하다.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노동시간을 달성하고 산업재해 발생율을 낮춰 안전망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연속 근무를 감소해 일정 수준 이상의 휴식을 보장할 수 있게끔 할 방침으로 2030년까지 연간 노동시간을 OECD평균 수준(1717시간)까지 낮추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택배의 경우 과로로 인한 사고와 문제 등이 끊이지 않자 정부가 강경책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심야 장시간 노동이 구조화된 택배 산업은 그간 근로 강도 완화 논의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분야다.
일각에서는 자동화와 인공지능 등 대응 방안이 제시되고 있으나 아직 현장 적용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또 첨단 기술 투자의 경우 최근 업황과 기업의 투자 여력 등을 고려했을 때 대기업들조차도 힘에 부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소비자의 기대치를 조정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앞서 제공 중인 서비스를 다시 거둬들이거나 개선 사항 없이 가격을 재조정하는 것은 소비자 반발이 따를 수밖에 없어 출혈을 감수해야 할 상황에 놓여있다.
임택규 한국국제물류협회 이사는 “이미 실시 중인 서비스가 흔들리면 기업과 근로자뿐 아니라 소비자도 피해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근로 환경 개선과 노동자 권익 증진도 우선돼야 하지만 규제 도입 전 상호 간 협의가 이뤄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라고 조언했다.
Copyright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