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 회사원 A씨는 최근 횡단보도를 건너다 신호를 무시하고 빠르게 달려오는 배달 오토바이에 치일 뻔했다. 당시 신호위반 신고라도 하고 싶었지만, 번호판이 워낙 작아 식별이 어려운 통에 그대로 참을 수밖에 없었다.
국토부가 이 같은 배달 오토바이 교통사고 위험이 늘자 칼을 빼들었다. 국토부는 오는 10월부터 영업용 이륜차 안전운행을 위한 전면번호 스티커 사업을 추진한다고 최근 밝혔다. 충돌 안전성을 고려해 금속판 대신 스티커 방식을 채택해 전국 11개 도시에 적용하며, 내년 3월부터 전국 번호체계 도입과 후면 번호판 크기도 대폭 키운다.
국토부는 우선 제도화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오는 10월부터 ‘전면번호 스티커 부착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최근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륜차 교통사고는 1만5290건으로 2023년 1만6567건 대비 7.7% 감소했다. 사망자 수도 361명으로 전년 392명보다 7.9% 줄어들며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륜차의 치사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이륜차 치사율은 2.3%로 승용차 치사율 0.9%의 2.5배에 달한다.
이 같은 사고 원인으로는 코로나19 이후 배달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꼽힌다. 지난 2018년 5조2628억원이던 배달 음식시장이 2020년 17조3828억원으로 급증하면서, 같은 기간 이륜차 등록 대수도 크게 늘어났다. 2019년 이륜차 사고는 전년 대비 18.7% 급증한 2만898건을 기록하며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지난 2021년 삼성화재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배달용 이륜차의 사고율은 212.9%로, 한 대당 연평균 2회 이상 교통사고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개인용 이륜차 사고율 14.5%의 무려 15배에 달하는 수치다. 배달용 이륜차 교통법규 위반 사고 중 65.6%가 신호위반으로 집계되어, 시간에 쫓기는 배달 특성상 난폭운전이 만연한 실태를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현행 번호판 시스템은 이륜차 후면에만 번호판을 부착하고 있어 시인성이 낮고 단속과 식별에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무인 단속카메라를 통한 교통법규 위반 적발이 어려워 이륜차의 신호위반, 과속 등 위험운전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부는 당초 자동차와 같은 금속판 방식의 전면 번호판 도입을 검토했으나, 주행 중 공기저항에 따른 안정성 감소와 사고 시 금속판의 충격 및 파손으로 인한 2차 피해 우려 때문에 스티커 방식을 우선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보행자 안전과 운전자 보호를 동시에 고려한 선택으로 평가된다.
오는 10월 시작하는 사업은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울산, 인천, 광주, 수원, 고양, 용인, 창원 등 특별·광역시와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 11곳의 영업용 이륜차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다. 8월 1일부터 두 달간 ‘위드라이브’ 모바일 앱을 통해 자발적 신청을 받아 총 5000명까지 참여할 수 있다.
이번 사업 참여자는 ‘라이딩가이언즈’로 지정되어 다양한 인센티브를 받는다. 유상운송 공제 보험료 1.5% 할인, 엔진오일 무상교환 또는 전기차량 무상점검 1회, 연간 4만원 상당의 기프티콘 제공 등이 포함된다. 전면번호 스티커는 운행 중 식별이 쉬운 디자인으로 다양한 형태 중 선택할 수 있으며, 한국교통안전공단 지역본부와 한국오토바이정비협회 지정 정비센터를 통해 배포·부착될 예정이다.
더불어 후면 번호판 크기 확대 현재 높이 115mm인 이륜차 번호판을 150mm로 확대하여 시인성을 향상시킨다. 이는 단속 장비의 인식률을 높이고 육안 식별도 용이하게 만들기 위한 개선책이다.
한편 업계는 이번 사업이 도입되면 운전자의 경각심을 높이고 교통법규 준수 문화 정착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식별 가능성이 높아짐으로써 무분별한 신호위반이나 난폭운전을 억제하는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번호판 부착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배달 플랫폼의 과도한 시간 압박과 건당 배달비 체계가 사고의 구조적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배달 스케줄 가이드라인 마련과 시간제 급여 체계 도입 등 종합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토부 측은 “내년 3월부터 이륜차에 지역번호가 아닌 전국 단위 번호체계를 도입할 계획”이라며 “향후 제도 도입 여부를 신중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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