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지난달 31일 인사청문에서 밝힌 "가상자산은 내재적 가치가 없다"는 발언에 가상자산 전문가들이 전통적 경제분석 틀을 잘못 적용한 '시대착오적인 시각'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 CEO 마이클 세일러는 2024년 비트코인 컨퍼런스에서 "비트코인은 검열 없이 자산을 보호하며 투자자를 승리하도록 돕는다"며 "모두가 부자가 될 수 있는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튜브를 통해 "영란은행도 곧 비트코인을 산다"는 폭탄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1일 타이거리서치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목표가를 19만달러(약 2억5000만원)로 제시했다. 현재 가격 약 1억6000만원에서 67% 가량 상승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타이거리서치 관계자는 "이는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구체적 근거가 있다"며 "글로벌 유동성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기관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집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각국 정부의 규제가 '금지'에서 '제도화'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미국 퇴직연금 401(k)의 비트코인 투자 허용이다. 8조9000억달러(약 1경 2392조원) 규모의 자금 풀이 개방됐다. 보수적으로 1%만 유입돼도 890억달러(약 123조원)로, 현재 비트코인 시가총액의 4%에 해당한다. 비트코인이 투기적 자산에서 제도권 핵심 자산으로 전환되는 결정적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비트코인 혐오자로 불렸던 JP모건 제이미 다이먼 CEO도 지난 5월 "JP모건 고객들의 비트코인 구매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하며 180도 입장을 바꿨다. 한때 비트코인을 사기라 비난하고 거래하는 직원을 해고하겠다고 공언했던 그가 결국 백기투항한 형국이다. JP모건은 현재 비트코인 담보 대출 서비스까지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는 출시 374일 만에 운용자산 800억달러(약 111조원)를 돌파했다. 같은 규모 달성에 1814일이 걸린 뱅가드 S&P 500 ETF를 압도적으로 앞선 기록이다. 현재 1000곳이 넘는 기관 투자자가 비트코인 ETF에 투자하고 있으며, 블랙록의 IBIT만으로도 70만 BTC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아크인베스트의 캐시 우드 CEO는 "이번 정부의 디지털 자산 계획에서 비트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2030년까지 비트코인이 150만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내놓기도 했다. 그는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서 비트코인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암호화폐 역사상 가장 큰 상승장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 구조도 바뀌고 있다. 과거 24시간 투기 거래가 주를 이뤘던 비트코인 시장이 이제는 뉴욕 증시 운영시간에 맞춰 움직인다. 기관들의 대규모 거래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을 '내재가치 없는 데이터 조각'이라고 보는 관점은 전통적 기업 분석 잣대를 디지털 자산에 잘못 적용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트코인의 가치는 배당금이나 사업이익에서 나오지 않고 네트워크 효과와 기술적 유용성에서 비롯된다. 탈중앙성과 검증 가능한 희소성(총 2100만개 한정), 위변조 불가능한 보안성이 핵심 가치가 된다.
실제 활용 사례도 늘고 있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는 베네수엘라에서는 비트코인으로 식료품을 구매하고, 엘살바도르는 아예 법정통화로 채택해 세금 납부까지 허용하고 있다. 통화 주권이 위협받는 국가에서 경제 안정화의 대안으로 기능한다는 강력한 증거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는 현재 11,900 BTC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가치가 14억달러에 육박한다. 머스크는 새로운 어메티라 파티'(America Party' 창당을 선언하며 "비트코인을 공식 화폐로 지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 세계 규제 환경도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다. 한국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을 시행했고, 유럽연합은 세계 최초의 포괄적 가상자산 기본법인 MiCA 규정을 도입했다. 미국도 여러 주에서 암호화폐 결제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정부가 시간과 자원을 투입해 규제 프레임워크를 만든다는 점 자체가 가상자산을 지속 가능한 금융 섹터로 인정한다는 의미다.
온체인 지표를 보면 일부 과열 신호는 있지만 여전히 안정 구간에 머물러 있다. 투자자들의 실현 손익을 보여주는 aSOPR은 1.019로 건전한 수준이고, 전체 시장의 미실현 손익을 나타내는 NUPL도 0.558로 과도한 수익 상태가 아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 같은 기업들의 꾸준한 매수가 가격 하락을 단단히 받쳐주고 있어 단기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추세 전환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보는 시각도 주목받고 있다. 금과 마찬가지로 희소성에 기반한 가치 저장 수단 역할을 하지만, 휴대성과 분할성에서는 훨씬 우월하다. JP모건은 투자 목적의 금 수요 일부가 비트코인으로 옮겨갈 경우 비트코인 가격이 14만6000달러(약 2억348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타이거리서치 관계자는 "비트코인을 한때의 광풍이나 투기로 치부하는 낡은 관점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며 "디지털 경제 시대의 새로운 가치와 화폐 역할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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