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노봉법, 노동계도 상생" 당부한 이유[전문기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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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노봉법, 노동계도 상생" 당부한 이유[전문기자칼럼]

이데일리 2025-09-01 10:55: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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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이 대통령은 노동계를 향해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정민 이데일리 경제전문기자]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며칠 되지 않아,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노동계를 향해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당부했다.

이 대통령이 노동계의 숙원 과제였던 법이 통과된 직후 노동계에 양보를 주문한 이유가 있다. 노동계가 이 법을 지렛대 삼아 기업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경우 벌어질 후폭풍이 결코 작지 않아서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은 원청에게 하청 근로자 안전 확보 의무를 지운다. 최근 법원은 현대제철·한화오션 사건에서 이를 이유로 원청을 ‘사용자’로 인정했다. 안전관리 강화 자체가 교섭의무로 이어진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법을 지키면 사용자, 안 지키면 범법자”라는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방송 인터뷰에서 “중소사업장 노조 조직률이 5%도 안 된다”며 원청사가 1년내내 교섭에 시달릴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김 장관은 노동조합이 없어도 교섭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전이지만 이미 법원은 산별노조 차원의 교섭권을 인정한 판례를 쌓아가고 있다. 하청사에 기업별 노조가 없어도, 근로자 한 명이라도 산별노조에 가입해 있으면 산별노조 차원에서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법원도 “지부·분회는 교섭 당사자가 아니며 본체가 당사자”라고 판시한 바 있다.

대표적인 산별노조 상급단체가 민주노총이다. 원청을 대상으로 하청사 소속 근로자들이 교섭을 요구한 사례 또한 모두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 지회나 지부들이다.

한화오션 사건에서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조선하청지회가 교섭을 요구하자, 법원은 원청이 사용자임을 인정했다. CJ대한통운 사건에서도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특별지부인 택배노조의 교섭 요구를 법원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민주노총이 마음만 먹으면 노조조직률이 낮은 하청 구조 속에서도 원청을 교섭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노조 없는 하청’을 매개로 민주노총이 원청을 직접 겨냥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원청이 교섭을 거부하거나 결렬되면 쟁의행위 주체는 하청 지부가 아니라 민주노총 산별노조 전체다. 게다가 노조법 제43조는 대체근로 투입을 금지하고 있어, 원청이 사용자로 인정되면 하청 파업 시 다른 하청을 투입하는 방식마저 막혔다.

노란봉투법은 소규모 사업장까지 산별노조로 끌어모을 수 있는 구심력이 있다. 김영훈 장관이 언론인터뷰에서 “이 법 통과로 초기업 단위 교섭으로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이 마련됐다”고 밝힌 이유다.

노조 조직률이 13%대에 불과하고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노조를 찾아볼 수 없는 현실에서 ‘초기업노조’ 산별노조는 근로자 권익보호 측면에서 맞는 방향이다.

그러나 기업쪽에 기울어졌던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수준을 넘어 노동계 쪽으로 과도하게 기운다면, 문재인 정부 초기에 겪었던 혼란과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노동계에 양보를 당부한 것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노동계가 특히 민주노총이 노란봉투법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이 법은 상생의 디딤돌이 될 수도, 분규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노란봉투법을 ‘무기’가 아니라 ‘공존의 발판’으로 만들수 있을 지는 노동계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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