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제유가는 0.7% 올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한 공습을 이어가고, 미국이 대러 제재 위반을 이유로 인도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된 영향이다. 다만 미국 드라이빙 시즌 종료와 OPEC+의 증산 움직임이 유가 상단을 제약하고 있다.
1일 김광래 삼성선물 연구원에 따르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할 수 있음을 공개 시사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항복을 전제로 한 종전은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유럽 주요국들이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는 4일 파리에서는 영국, 프랑스, 독일, EU, 나토 수장이 모여 전후 우크라이나 내 군사 배치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유럽이 평화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며 군사 작전을 지속하겠다고 압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중순 2주 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회담을 성사시키겠다고 밝혔으나, 최근에는 “그들이 결정할 문제”라며 한발 물러섰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미국 원유 생산량은 최근 1358만 배럴(bpd)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텍사스(572만 bpd), 뉴멕시코(224만 bpd), 멕시코만(192만 bpd) 등 주요 생산지가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석유제품 수요도 하루 2100만 bpd로 2024년 10월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휘발유 수요는 923만 bpd, 항공유 수요는 2018년 이후 최고치였다.
천연가스 역시 6월 48개 주에서 하루 1207억 입방피트(cf/d)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텍사스(368억 cf/d), 펜실베이니아(215억 cf/d) 등 주요 생산지 모두 증가했다. EIA는 “주간 생산량은 추정치인 반면 월간 생산량은 실제 운영사 보고를 기반으로 집계돼 시장에서 신뢰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전달 기준 한 주간 헤지펀드의 원유 순매수 포지션은 5461계약 줄어든 2만4225계약으로, 2007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4주 연속 감소세로, OPEC+의 증산 가속과 미국 생산 증가가 공급 부담을 키운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번 주에는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 영향을 줄 주요 지표들이 잇따라 발표된다. 이날에는 전달 유로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공개된다. 2일에는 유로존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함께 미국의 8월 S&P 제조업 PMI, ISM 제조업 PMI가 발표된다. 이어 3일에는 유로존 서비스 및 종합 PMI와 미국의 7월 공장 주문, 내구재 소비, API 재고, 연준 베이지북이 예정돼 있다. 4일에는 미국 8월 ADP 고용보고서와 7월 무역수지, EIA 천연가스 및 원유 재고가 발표되고, 5일에는 유로존 2분기 GDP와 미국의 8월 비농업고용, 리그 수, CFTC 보고서가 공개될 예정이다.
김광래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유가 하단을 지지하지만, OPEC+ 증산과 미국 생산 확대가 가격 상단을 제한하고 있다”며 “이번 주 발표될 고용지표와 재고 통계가 향후 유가 방향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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