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다인(24)이 우승하자, 아버지 신해식(59) 씨 곁에 있던 팬들이 환하게 웃으며 축하했다. 딸 덕분에 새 차를 타게 됐다는 축하에 신 씨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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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경기도 용인 써닝포인트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14회 KG 레이디스 오픈(총상금 10억원) 마지막 날, 신다인은 유현조와의 2차 연장 승부 끝에 버디를 낚아내며 통산 48번째 대회 만에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신다인은 상금 1억 8000만 원과 함께 KG모빌리티 액티언 하이브리드를 부상으로 받았다.
경남 창원에서 직장 생활하는 신 씨는 매주 딸의 경기를 보러 온다. 차를 여러 대 몰 정도로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주로 회사버스를 이용해왔고 최근에서야 한 달짜리 렌터카를 빌려 타고 있다.
이제는 렌터카가 필요 없게 됐다. 세상 그 어떤 차가 부럽지 않은 ‘자랑스러운 차’가 생겼다. 딸이 우승해 부상으로 받은 자동차를 타고 골프장에 가게 됐다.
신 씨는 갑자기 새 차가 생기게 되자 어리둥절했다. 클럽하우스 앞에 전시된 차를 보고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요리조리 살펴봤다. 새 차를 타고 딸의 경기장을 찾아갈 생각에 흐뭇한지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아빠의 새 차’에는 부녀가 함께 보낸 눈물의 시간이 녹아 있다. 신다인은 주목받는 ‘유망주’였다. 중학생이던 2016년, 한국여자아마추어선수권 결승에서 당시 국가대표 에이스 박민지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곧바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러나 국가대표가 된 직후, 믿기 어려운 시련이 찾아왔다. 입스(샷 공포증)가 덮쳐 온 것이다. 스윙은 흐트러졌고,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장래가 창창했던 유망주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슬럼프를 벗어나기 위해 경남 창원에서 경기도 용인으로 이사까지 했다. 그리고 유명 스윙코치를 찾아다녔다. 그러나 쉽게 해결법을 찾지 못했다. 그렇게 2년의 세월이 흘렀다. 결국 신다인은 아버지에게 “우리끼리 한번 해봐요”라고 도움을 청했다. 부친 신 씨는 이때부터 독학으로 딸의 스윙코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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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씨와 딸은 ‘집념의 부녀’다. 골프에 ‘골’ 자도 모르는 신 씨는 딸이 긴 슬럼프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독학으로 골프를 배워 유일한 스윙코치가 됐다.
신 씨는 유튜브에서 유명 스윙코치의 영상을 찾아보며 딸에게 가장 적합한 스윙이 무엇일지 연구했다.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찾고 또 찾으면서 연구한 끝에 1년 반 만에 딸에게 가장 적합한 스윙 방식을 찾아냈다.
신 씨는 “딸의 스윙을 보면 아시겠지만, 정석이 아니다. 그러나 다인이의 체형에 맞게 하체의 움직임을 줄이고 상체 위주의 스윙을 하는 방식으로 바꿔 간결하게 만들었다”며 “깔끔하고 잘 다듬어진 다른 선수의 스윙과 비교하면 다인이의 스윙이 희한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다인이에 최적화된 스윙”이라고 설명했다.
신다인의 스윙은 아마추어 골퍼의 눈에도 독특하게 비친다. 백스윙을 가파르게 올렸다가 임팩트 순간 머리가 먼저 돌아가는, 이른바 ‘헤드업’ 동작을 한다. 다른 선수들의 스윙과 비교하면 교과서적인 이론에 맞지 않아 다소 ‘엉뚱한’ 스윙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독특한 스윙은 부녀가 오랜 시간 독학으로 완성해낸 ‘신다인표 맞춤식 스윙’이다.
아버지의 조언으로 스윙을 간결하게 바꾼 신다인은 지긋지긋한 입스를 끝냈다. 유명하다는 스윙코치도 해결하지 못한 걸 부녀가 기어코 해냈다. 신다인은 2024년 늦깎이 신인으로 KLPGA 투어에 데뷔했다. 그리고 48번째 대회에서 그토록 바랐던 우승트로피를 함께 들어 올렸다.
신다인의 첫 우승은 단순한 승리가 아니었다. 아버지의 노력과 물심양면으로 뒷바라지한 어머니의 헌신, 딸의 끈기가 만들어낸 ‘기적의 결실’이었다. 천재 유망주에서 입스로 무너졌던 소녀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건, 끝까지 믿어준 아버지와 함께했기 때문이다.
우승 뒤 신다인은 “아빠와 엄마가 저 때문에 많이 고생하셨다. 정말 감사드린다”며 “아빠는 경기가 없을 때도 매주 주말마다 올라오셨다. 항상 회사버스 타거나 차를 빌려 타고 오신다. 이제 그런 수고를 덜 수 있게 됐다. 아빠가 이번 시합을 하면서 많이 걱정하셔서 잠을 잘 못 주무셨다. 이번 우승을 통해 아빠가 잘 주무실 수 있을 것 같아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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