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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이재명 정부 들어 지난 7월, 코스피가 약 3년 만에 3200선에 안착했다. 정부가 ‘코스피 5000 시대’ 달성의 일환으로, 주주환원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 활성화 대책을 내세운 덕분이었다. 이때만 해도 임기 내 코스피 5000을 달성할 기세였다.
그러나 그 기대감은 정부의 헛발질로 얼마 가지 못했다. 기획재정부가 증권거래세율을 2023년 수준인 0.2%로 다시 올리고,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종목당 ‘50억원 보유’에서 ‘10억원 보유’로 강화하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다.
발표 다음날 코스피는 4% 가까이 수직낙하 하면서 3119.41에 마감했고 이후 거래량까지 급감했다. 현재까지 코스피는 힘을 잃고 박스권에 갇혀버린 상태다. 정부 정책과 투심 회복에 힘입어 미국·일본·중국 등 글로벌 증시에 ‘훈풍’이 불어올 때, 우리나라 증시만 나홀로 퇴보한 셈이다.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 개미투자자들에 실망감을 안겼다. 10억원이면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 한 채에 해당하는 값이다. 주식을 10억원 소유했다고 해서 대주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한다는 건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지적이 여당에서도 쏟아졌다.
시장에서 냉랭한 반응이 나오자 정부와 여당은 논의 끝에 일단 결정을 미뤄버렸고, 이 와중에 대통령실과 여당은 엇박자를 내며 촌극을 벌이고 있다. 대통령실은 정부안을, 여당은 기존 50억원 기준 유지를 주장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과 여당마저도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키는 상황에서, 정책 대한 불신은 커져만 가고 있다. 불확실성이 높은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보다 안전한 투자처를 찾아 짐을 싸고 떠날 수밖에 없다.
하반기 ‘빅 이벤트’였던 한미정상회담이 끝났고, 관세 불확실성도 걷어진 상황이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9월 초엔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증시는 기대감에 오르고 실망감에 내려간다. 정부와 여당이 빠른 결론을 내지 않으면 국내 증시에 대한 희망 자체가 꺾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현 정부의 핵심 목표인 코스피 5000이 그저 공염불에 그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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