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의 강경 대응에도 대치동 학원가의 주차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학생들의 학원 등원 시간과 하원시간에 맞춰 ‘라이딩(riding)’하는 학부모들 행렬이 끊이지 않는 탓이다. 길거리와 도로 곳곳에는 형형색색의 안내문에 AI 단속 기계까지 도입됐지만 학부모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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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정차 후 이동` …단속 피해 꼼수, 구청은 ‘쩔쩔’
이튿날인 26일 하원 시간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오후 8시 50분쯤, 대치동 학원가 편도 4차로 도로 인도 앞에는 하원을 기다리는 학부모 차량 7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불법주차 절대 금지’ 노면표시가 있는 공간에도 차가 200m 가량 늘어서기 시작했다. 자녀를 태운 차량이 옆 차선으로 빠지면 또 다른 차량이 뒤이어 나타났다.
단속을 피하기 위한 꼼수도 동원됐다. 단속 기준시간인 5분에 맞춰 정차 후 대기하다가 주변을 돌다를 반복하는 것이다. 이 경우 조금이라도 움직이기 때문에 주정차 단속에는 걸리지 않는다. 대로변이 아닌 상가 골목으로 들어가 단속을 피하기도 한다. 학원가에서 만난 강남구청 소속 단속반 관계자는 “매일 단속을 하고 있지만 완벽하게 정리가 안된다”며 “많은 차량이 이면도로, 골목으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사거리에서 차량 흐름을 관리하던 수서경찰서 모범운전자회 관계자도 “워낙 공간이 없는 동넨데 단속을 피해 학원 바로 앞이나 상가로 해서도 많이 기다린다”고 전했다.
10여 년 째 이어지는 문제에 당국도 손을 놓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대치동에서는 지난해에만 2만 2000여 건이 불법 주정차로 단속됐다. 강남구청은 지난 6월부터 버스정류장 인근에 ‘절대 주정차 금지구역’을 표시해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법규를 준수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동시에 불법 주정차 단속도 강화했다. 버스정류장 인근 폐쇄회로(CC)TV 단속 건수 기준 지난 6월에는 1365건, 7월에는 1264건을 적발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구청이 공동특허를 받은 인공지능(AI) 부정주차 카메라를 도로 곳곳에 달아 한정된 단속 인원과 예산 문제를 보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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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다”는 학부모들…전문가 “픽업 차량 감당 불가 수준”
하지만 이러한 조치에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학부모들은 학원 대부분이 등하원 버스를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자녀를 태우고 다니는 ‘라이딩’은 어쩔 수 없다고 토로한다. 단속 기준 시간인 5분을 넘겨 7분가량을 대기하던 유모(43)씨는 “단속이 강화된 걸 알아서 조심하려 하지만 마땅한 공간이 없다”고 했다. 인근 고교생 학부모 송모(54)씨는 “학생들이 많이 나오는 오후 10시~10시 30분쯤에는 단속을 지양하는 식으로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구청의 갖가지 노력에도 과태료 부과 건수가 월 1200건을 웃도는 이유는 결국 대치동 학원가라는 특성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동민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대치동이라는 지역이 학원 차량 픽업 때문에 주차를 감당할 수 있는 용량을 완전히 넘어섰다”며 “현재로서는 대책이 무의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피해는 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퇴근길마다 길이 막히고 상가 앞 불법 주정차 차량 때문에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도 잦다고 한다. 학부모들도 난감하다고 토로한다. 송파구에서 대치동으로 라이딩을 다니는 중3 학부모 장모(53)씨는 “학원들은 주차 공간이 없고 학부모들은 인근 지역에서 다 몰리는 상황”이라며 “우리도 라이딩을 오지만 눈치가 보이고 매번 불편한 게 사실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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