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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최근 미국 상무부가 양사의 중국 공장을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지위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한 이후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앞서 2022년 10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첨단 반도체·인공지능(AI) 산업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산 장비와 미국 기술이 포함된 반도체 제품의 중국 수출 통제를 발표했다. 이어 2023년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VEU로 지정하면서 이같은 방침을 사실상 무기한 유예시켰다. 이에 두 기업은 중국 내 반도체공장에 별도 허가 절차나 기간 제한 없이 미국산 장비를 반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약 3년 만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VEU 자격이 취소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중국 공장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반입할 때마다 개별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각각 낸드플래시,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 D램 공장과 충칭에 패키지공장을, 다롄에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안 공장에서 전체 낸드의 40%를 생산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우시 공장 매출은 전체 D램 매출의 40%를 차지한다. 삼성전자는 시안 낸드 공장의 176단 7세대(V7) 낸드 공장을 286단 9세대(V9) 공정으로 업그레이드를 추진하고 있다. 범용뿐 아니라 첨단 메모리 수요가 늘면서 첨단 장비 필요성이 커지는데, 이번 조치로 첨단 공정 전환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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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120일의 유예 기간이 있기 때문에 당장 큰 타격을 받는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허가를 일일이 받는다고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절차가 복잡해지는 만큼 전반적인 불확실성은 커질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도 예상치 못한 규제가 더해지면서 업황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조만간 최대 100%의 반도체 품목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업계를 긴장시켰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방향을 밝히지 않은 채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 이번 VEU 지위 철회가 예상치 못한 상태에서 급작스럽게 나온 조치인 만큼, 향후 반도체 품목 관세 등 조치가 업계에 또 다른 타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자국 제조업 부흥 기조 아래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려고 하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로 마이크론 등 미국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품목 관세 부과에 이어 이번 조치까지 단기간에 예상할 수 없는 정책이 나오거나 바뀌는 일이 지속되고 있다”며 “다양한 시나리오를 놓고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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