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자 실손보험은 2018년 출시된 상품으로, 기존 질병력으로 일반 실손보험 가입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설계됐다. 보장 범위는 일반 실손보험과 유사하나 투약비는 제외되며, 자기부담률이 30%로 일반 실손보험(20%)보다 높고 보험료도 2~3배 비싸다. 높은 자기부담 구조 덕에 보험사가 손해율 관리가 용이한 것으로 평가돼 왔다.
그러나 최근 손해율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유병자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손해보험사 11곳과 생명보험사 3곳 등 총 14개사의 평균 경과손해율은 2022년 45.99%에서 2023년 55.79%, 지난해 60.64%로 2년 만에 약 15%포인트 급증했다.
경과손해율은 60%대지만, 사업비를 고려한 위험손해율(실질부담률)은 약 80% 수준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 일반 실손보험(경과손해율 99.3%)처럼 손익분기점에 도달한 것 아니지만, 상승 속도는 가파르다는 의견이 나온다.
개별 보험사별로 살펴보면 NH농협손해보험(73.8%), 메리츠화재(73.4%), 삼성화재(72.8%) 등이 이미 70%대의 경과손해율을 기록했다. 특히 MG손해보험은 2년 새 손해율이 42.9%p나 치솟아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그다음으로 메리츠화재가 24.4%p 급증했다. 반면 지난해 첫 상품을 출시한 신한EZ손해보험은 20.7%로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손해율 급등은 정책 변화와 고령화 추세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4월부터 유병자 실손보험 가입 연령을 기존 70~75세에서 90세까지, 보장 연령을 100세에서 110세까지 확대했다. 여기에 한국은 2025년 초고령 사회에 이미 진입했으며, 206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55%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고령 가입자 확대와 의료 이용 증가가 손해율 악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빨라진 고령화로 인해 보험사의 과거 예상치보다 실제 유병자 손해보험 손해율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보험계약마진(CSM)에도 영향을 줘 앞으로는 보험사가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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